국내 화학산업에 있어 2019년은 무슨 해로 기억될까?
2019년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결코 쉽지 않은 365일을 보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한마디로 암울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앞날이 컴컴하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경제·산업적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그렇고, 미국과의 관계도 쉽지 않으며, 국민소득 3만달러의 함정도 우리를 마냥 즐겁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일본과는 새로운 대척관계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2018년 무역액이 6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했을 때 아무도 놀라지 않았고 자랑스러워하는 국민도 없었다. 정부가 수출입액 6000억달러는 세계에서 4번째라고 홍보에 열을 올렸지만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수출로 먹고산다고 자부해도 될 정도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수출 신기록이 환영받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나타난 것은 반도체 수출실적을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통계적 허상 외에도 수출이 결코 국민 실생활을 담보해주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수출은 항상 새로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지만 몇몇 대기업의 이야기일 뿐 국민일반이나 중소기업과는 거리가 멀고 수출의 과실이 극히 일부에 치우침으로써 국가 경제를 건강하게 살찌게 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는 이유도 국가경제와 국민경제가 동떨어져 평행선을 달리는 데 있다. 대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이 살찌고 국민 일상이 편안해야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고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하지만, 국민 모두를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치명타를 날려 국민경제가 큰 내상을 입는 지경에 와 있고 치유가 불가능할 지경이어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섬유, 조선, 해외건설에 이어 자동차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반도체마저 불황을 예고하고 있다. 수출 신기록이 막을 내린다면 과연 한국경제는 어떻게 될까?
정유 및 석유화학, 정밀화학도 경쟁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언 듯 보기에 석유화학이 5-6년 장기 호황을 누린 것처럼 보이지만 석유화학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한 사람이라도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국제유가 100-120달러의 초강세 혜택에 이어 50달러 안팎으로 폭락한 영향이 고스란히 흑자로 연결된 것 같지만 중국 경제가 장기간 고도성장하지 않았더라도 호황을 누릴 수 있었을까?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셰일 공세가 주춤할 정도로 국내 화학산업은 누워서 홍시를 받아먹는 안일함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어느 누군가 독백한 것처럼, 한국 석유화학은 운때가 참 좋은 산업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국제유가가 춤을 추고 셰일의 공세가 본격화되며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무사안일이 삼중고의 충격을 심화시키는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고 고통을 통째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일본 경제가 회복을 넘어 질주하고 일본 화학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글로벌 경제환경에 맞추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함은 물론 고부가가치 연구개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갖춘 결과일 것이다.
한국 국민이나 경제, 화학산업 모두 일본을 원망하고 배척하기에 앞서 일본의 장점을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제사회에서 힘이 뒷받침되지 못한 외침은 메아리일 뿐이다.
<화학저널 2019년 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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