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40달러대. 가상적인 예측이지만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는 가설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안팎으로 폭등한다면 한국경제, 특히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과연 어떠한 위치에 있을까? 미국 뉴욕의 110층 짜리 국제무역센터 2개동이 폭삭 내려 안고, 워싱턴의 팬타곤이 공습을 당하는 등 미국 심장부가 박살나는 사상 유래가 없는 국제테러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아니될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미국테러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온 시점에서 국제유가가 20달러대에 머물러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또 그렇게 기대하는 석유화학산업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중동지역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고, 국제유가가 크게 뛸 것이라는 분석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9월11일 급등했다 12일 진정됐던 국제유가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13일과 14일 연속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Dubai유는 9월14일 배럴당 26.83달러까지 상승해 미국테러가 발발하기 직전인 9월10일격보다 2달러 가까이 올랐고, 8월 평균 24.53달러보다는 배럴당 4달러 이상 급등했다. Brent유 역시 9월14일 배럴당 31달러까지 치솟는 등 초강세를 보인 후 29.54달러로 마감했고, 11-12일 거래가 중단됐던 미국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도 13일 배럴당 28.65달러에 이어 14일에는 29.90달러로 30달러에 육박했다. 아프가니스탄 폭격이 이행되지도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국제유가 급상승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폭격을 시작하면 국제유가가 Dubai유 기준으로 배럴당 30달러 안팎으로 오르고, 현실성이 없는 만약의 가정이지만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이 중동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면 30달러 후반부 또는 40달러에 육박하는 폭등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미국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제수지 악화와 대외 경쟁력 약화, 물가상승 등이 유발되고 오일쇼크 때 경험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도입 원유가격이 배럴당 평균 1달러 상승하면 무역수지가 약 9억달러 악화된다는 분석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어떠한가. 국제유가 상승은 석유화학 원료의 주종을 이루는 나프타 가격상승을 불러올 것이 명확하고, 공급과잉에 수요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석유화학 시장이 날벼락을 맞을 것은 불문가지이다. 원료가격 상승분을 석유화학제품에 전가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워 석유화학기업들은 채산성 악화에 시달릴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행은 원유가격이 10.0% 상승하면 석유화학제품 가격상승 압력이 0.68%에 달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가격상승 압박 0.68%도 문제려니와 더 심각한 문제는 나프타 가격 상승분을 어떻게 석유화학제품 가격에 전가시킬 것인가 이다. 우리는 나프타 가격이 톤당 330달러까지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제품 가격은 오히려 정체 또는 하락한 것을 2000년 말 이미 경험한 바 있다. 특히, 중국의 합성수지 수입이 주춤거리는 것을 보면 미국경제의 심각성을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고, 여기에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실행하게 되면 군수산업을 제외한 모든 부문이 가파른 침체굴곡으로 빠져들어 중국의 플래스틱 가공산업 침체, 한국의 합성수지 수출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 폭등이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석유화학 플랜트 가동에 치명타를 날리고 곧바로 공급부족을 야기해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되살아나고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최근의 석유화학 시장상황으로 판단할 때 기대할만한 가치가 있는 분석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있다. 석유화학 원료 다양화나 에너지 코스트 절감이 더 이상 진척되기 어렵다면 한국 석유화학산업이 다음단계에서 취할 수 있는 방안은 과연 무엇인가? <화학저널 2001/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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