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최근 매일경제신문 주최 미국 및 유럽연합(EU) 4개국 카르텔 담당 총책임자들과의 특별대담에서 한국도 카르텔 근절을 공정거래위원회 업무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으며, 조만간 조직개편을 통해 카르텔 적발과 시정능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전담부서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이미 결정된 사항으로 경쟁국의 공동행위과가 카르텔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은밀히 자행되는 카르텔을 예방 또는 적발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가격 또는 수급을 담합하는 부당공동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지만, 자본주의의 생리상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시장구조상 적자가 불가피할 때 흑자로 전환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카르텔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이다. 무수히 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승리 또는 수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적자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어갈 가능성이 커 카르텔을 통해 독과점적 시장행태를 유지함으로써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학시장에서도 카르텔은 일반화돼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나 항상 문제되고 있음은 익히 인식하고 있는 문제이다. 화학제품이 국제상품인 까닭에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요인이다. 세계시장에서는 범용 화학제품 보다는 특수제품 위주로 카르텔이 일어나고 있으며 최근까지 미국 및 유럽연합(EU)에서 적발된 카르텔은 합성고무를 비롯해 각종 첨가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고 세제원료인 LAB처럼 카르텔이 존재했으나 적발되지 않은 사례도 많다. 국내시장은 1990년 이전까지 석유화학이나 화학제품 모두 생산기업들이 독과점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카르텔이라는 말이 필요 없었으나 1980년대 말 삼성과 현대가 석유화학 시장에 참여하면서 생사를 위협받는 과열경쟁이 벌어져 1994년 3월28일 폴리올레핀 가격 및 수급 담합 카르텔이 전격 시행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당시 석유화학기업들은 과열경쟁으로 신규기업이 2000억-3000억원의 적자를 내 존립이 위협받자 상공부 및 공정거래위원회에 카르텔 허용을 요청했고, 공식적으로는 거부됐으나 상공부의 비호 및 공정거래위원회의 묵인 아래 전무후무한 가격 및 수급 동시 카르텔을 시행했다. 그러나 불법적인 카르텔을 시행하면서 인상가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작태가 벌이지고 원료 코스트나 수급에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가격을 인상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특히, 화학제품의 특성(기계적성)을 기화로 최근까지도 거래선을 바꿀 수 없도록 해 결국에는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이 도산지경에 빠져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했으며, Polyester를 비롯한 합성섬유도 마찬가지 지경에 이르고 있다. 카르텔은 시행 당사자들에게는 적자를 탈피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유용하지만 거래 상대방들은 경쟁이 제한돼 높은 코스트를 지불해야 하는 불합리성이 존재하고, 나아가서는 R&D, 마케팅, 기술서비스 등 개발요소들을 사양화시켜 전체 산업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선진국에서는 사회의 암(Cancer of Society)으로 인식해 사기죄나 절도죄처럼 취급하고 있다. 미국은 법무부가 나서 카르텔 근절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고, 2004년부터 카르텔에 대한 벌금도 1000만달러에서 1억달러로 10배 상향 조정했을 정도이다. 또 해당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에 대해서도 제재를 병행하기 위해 벌금형과 금고형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과징금 부과한도를 관련 매출액의 5%에서 10%로 상향조정해 너무 과도하도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유럽은 카르텔에 따른 가격인상이 30-50%에 달해 매출액 10%로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기 어렵다고 보고 관련 매출액이 아닌 전체(세계) 매출액의 10%를 부과하고 있을 정도이다. 여기에 강제조사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암적 존재인 카르텔 퇴치에 나선 것을 적극 지지하며, 한국에서는 더 이상 카르텔이 발붙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을 기대한다. <화학저널 2005/11/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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