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화학시장을 돌아보면 바람 잘 날이 없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유가가 50달러를 넘어서고 미국 Gulf 지역에 불어닥친 허리케인 Katrina와 Rita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공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WTI(서부텍사스 중질유)는 70달러를 오르내리는 등 2005년 내내 요동쳤다. 중국에서는 Shanghai Secco가 합작 크래커를 가동하면서 아시아 시장에 후폭풍을 예고하더니 Yangzi-BASF의 합작 크래커가 가동한 이후에는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수입이 급격히 둔화돼 미국의 허리케인으로 인한 초강세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나타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CNOOC-Shell의 80만톤 크래커가 2006년 1월 가동하고, Fujian Petrochemical, ExxonMobil, Saudi Aramco의 에틸렌 80만톤 합작을 비롯해 중국 석유화학기업들의 증설 프로젝트가 2008-09년 완료되면 아시아 시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은 합작 크래커 가동으로 자급률이 급상승하더니 11월 들어 Jilin Petrochemical의 벤젠 10만톤 공장이 폭발사고를 일으키면서 다량의 벤젠이 누출되고 곧이어 쑹화강으로 유입돼 식수 공급을 중단하고 인력을 소개하는가 하면 러시아 아무르강으로 유입돼 홍역을 치루었다. 국제유가 초강세 지속과 중국의 합작 크래커 가동, 미국의 허리케인 풍랑, 그리고 중국의 벤젠공장 폭발에 이은 벤젠오염 사태까지 2005년과 같이 화학시장을 뒤흔든 사건이 다발적으로 일어난 해도 드물 것이다. 국내적으로는 특별히 사건사고라고 지목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의 배아줄기세포 복제 성공이 바이오와 관련해 일대폭풍을 몰고 오더니 MBC PD수첩의 일탈적 취재가 계기로 작용하면서 재검증의 도마에 올라 있는 정도이다. 그러나 화학시장 내면적으로는 폭풍의 그늘에 가려진 한 해로 기록되게 됐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폭풍으로 나프타(Naphtha) 가격이 톤당 500달러 선을 가뿐히 돌파하고 9월에는 600달러를 넘어서면서 에틸렌, 프로필렌을 비롯한 기초유분 가격이 초강세 행진을 계속했고, 폴리머와 화학섬유는 기초유분 강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가동률을 감축하거나 공장을 폐쇄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물론 나프타 가격 폭등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입수요 둔화에 따라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가격이 하락세를 보여 예전과 다른 양상을 나타냈으나 폴리머와 화학섬유 부문은 코스트 상승을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크래커를 가동하는 석유화학기업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기초유분은 나프타 가격을 반영해 강세를 유지했고 나프타와 에틸렌의 Spread도 톤당 300-400달러 수준을 유지해 수익성이 호조를 보였으나 9월 에틸렌 1000달러에 LDPE와 HDPE가 1130-1140달러로 스프레드가 30-40달러에 불과하고 프로필렌 1000달러에 PP도 1130달러로 스프레드가 130달러에 불과해 톨링 코스트 톤당 150달러에도 미치지 못해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Polyester 섬유로 대변되는 화학섬유는 중국의 급성장으로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수출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내수시장까지 잠식당하면서 생사의 기로를 헤매고 있는 상태에서 EG를 비롯해 PTA, 카프로락탐 가격까지 강세를 보여 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으로 추락했다. 한마디로 국제유가 강세에 국내 석유화학 및 폴리머, 화학섬유 시장이 맥을 추지 못하고 가라앉는 모습이어서 2006년에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사이에서 움직일 때 과연 어떠한 양태를 나타낼 것인지 수심이 가득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천NCC가 2008년까지 에틸렌 생산능력을 201만톤으로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호남석유화학이 172만톤, LG석유화학 역시 149만톤으로 확대해 100만톤 시대를 예고하고 있고 삼성토탈도 2007년까지 83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04년 이후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폭등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니 생산능력을 확대해 제조코스트를 낮춤으로써 경쟁력 강화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시장 질서를 정립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신증설은 극단적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세계 석유화학 시장의 중심이 중국과 중동으로 전환되고 있는 현상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다. <화학저널 2005/12/1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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