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칠레, 싱가폴에 이어 ASEAN과 FTA를 체결키로 합의했고, 최근에는 미국과의 FTA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등 중국 및 일본과의 FTA 체결도 늦출 수 없는 상태이다. 내수보다는 수출이 경제 및 산업 성장의 근간이 되고 있는 판국에 3대 무역 상대국인 미국, 일본, 중국과의 FTA를 적극 추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피할 수는 더더욱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을 방문한 보시라이(薄熙來) 중국 상무부장(장관)은 5월26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이 한-중 FTA와 관련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중국은 한-중 FTA 체결을 적극 환영하며, 한국도 태도를 분명히 해주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보시라이 장관은 5월27일 신라호텔에서 가진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도 한-중 FTA를 전향적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은 2005년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 통상협력 확대를 위한 17개 과제의 이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무역투자정보망을 조속키 개통키로 하는 등 2012년 교역규모 2000억달러 달성 목표를 차질없이 추진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2005년 한-중 무역규모가 1190억달러를 넘어섰으나 7년 후 2000억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FTA 체결이 불가피한 상태이다. 중국이 한-중 FTA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무관세에 따라 한국제품 수입이 증가할 것은 분명하지만, 반대로 중국제품의 한국 수출기회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즉, 한국산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수입이 확대되더라도 농산물을 비롯한 전자제품, 섬유, 무기화학제품 수출을 확대함으로써 연간 400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특히, 중국이 수입하는 반도체, 자동차, 소재는 한국산이 아니더라도 수입을 막기 어렵거나 수입이 불가피해 한국산 수입을 확대함으로써 점증하는 한국과 중국 사이의 역사분쟁에 코걸이를 하겠다는 정치적 복안도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중국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중 FTA를 회피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화학산업계도 한-중 FTA 체결에 따른 영향을 정밀 분석하고 대응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국내 화학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2가지로, 우선 석유화학제품은 현재도 중국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고 경제·산업 성장에 따라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재라는 점에서 중국의 수입관세가 폐지되면 중국수출이 더욱 확대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반대로 무기화학을 포함한 정밀화학제품은 중국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기화학제품은 전통적으로 중국이 강세이고 한국은 약세일 수밖에 없으며, 페인트 및 염·안료를 포함한 정밀화학제품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중국 우위가 분명하다. 중국은 무기화학 분야에서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격경쟁력을 보유하고 있고, 염·안료 또한 세계 생산량의 50% 정도를 장악하고 있을 정도이다. 반면, 한국은 도료 및 계면활성제 일부 품목이 틈새시장을 파고들 수 있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한-중 FTA가 체결되면 석유화학은 웃고 정밀화학은 울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만, 중국도 Sinopec과 PetroChina를 중심으로 급격한 석유화학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어 표면적인 분석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PE는 신증설이 2006년 160만톤, 2007년 220만톤 등으로 수입을 감안하면 2007년부터는 공급과잉이 불가피하고, PP도 2006-08년 신증설이 290만톤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순수 중국 화학기업들의 신증설을 포함하면 앞으로는 합성수지의 중국수출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중 FTA가 체결돼도 코스트 경쟁력을 보유하지 않고서는 중국수출이 그리 유리하기 않다는 것으로, 결국은 코스트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경영전략이 생존의 열쇠로 작용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06/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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