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합성수지를 비롯해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및 가격을 담합함으로써 플래스틱을 비롯해 수요처들로부터 지탄받아온 석유화학기업들이 스스로 공정거래를 준수하겠다고 나섰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다. 석유화학제품은 중간재로 자동차, 전자, 반도체, 섬유, 건축 등에 원자재를 공급함으로써 국내 기간산업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해온 것은 사실이나 1990년대 초반부터 경쟁적 신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을 이겨내지 못하고 합성수지의 공급과 가격을 담합함으로써 수요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혀왔다. 특히, 공급과잉이 해소되고 가격이 급등한 1990년대 중반에도 카르텔을 해체하지 않고 지속해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 또다른 신증설 경쟁을 벌임으로써 1990년대 후반에 2차 공급과잉을 유발시키고 결국에는 국가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어 IMF 사태라는 <경제 국치>를 당하는데 일조했다. 더욱 중요한 점은 1994년 3월28일 합성수지 카르텔을 시행한 이후 공급과잉 해소-수급타이트-2차 공급과잉 발생-수급정상화 등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합성수지 카르텔을 해체하지 않고 1994년 맺은 공급카르텔을 지속함으로써 공정거래와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여 왔고, 나아가서는 합섬원료를 비롯한 석유화학제품 전반에 걸쳐 공급과 가격을 담합하는 카르텔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는 것이다. 카르텔은 공급을 제한하거나 가격을 비슷하게 또는 똑같이 올리는 방법으로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마케팅이나 기술개발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도 막대한 차익을 거둘 수 있어 카르텔의 유혹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는 점과 화학섬유를 제외하면 수요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이어서 카르텔에 대항할 수 없는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불법적인 카르텔이 지속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물론, 산업자원부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이 카르텔을 인지하고서도 단속하기는커녕 비공식적으로 승인해주는 정-관 유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정부 부처들이 강력한 단속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합성수지를 비롯한 석유화학 카르텔은 오래 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카르텔로 인해 플래스틱 가공기업을 비롯해 화학섬유기업들이 줄도산하거나 생산라인을 중국이나 동남아로 이전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카르텔이 플래스틱이나 화학섬유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더라도 카르텔의 폐해가 막대하다고 생각했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2004-05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고, 단속과정에서 삼성토탈의 임직원들이 결정적인 물증을 탈취해 숨기거나 폐기함으로써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단속과정에서 탈취당한 물증(문서)이 무엇인지, 그리고 조사결과 어떠한 결론을 내렸으며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일언반구도 없는 상태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이 석유화학협회 주도의 공정거래 자율준수 선언을 축하함은 물론 “주력 기간산업으로서 국내 제조업의 공정한 경쟁질서를 구축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치하했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그동안 석유화학협회 주도로 실시해왔던 합성수지를 비롯한 석유화학제품의 공급 및 가격 카르텔을 양해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고, 앞으로도 그 정도의 카르텔은 묵과해주겠다는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특히,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GE, GM, IBM 등 국제적인 대기업들과 글로벌기업들도 독점금지법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으며, 경쟁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정한 제재와 자율준수 2가지 방법이 있지만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대목은 더욱 충격적이다. 물론, 공정거래를 자율적으로 준수함으로써 불필요한 제재를 유발시키지 말아달라고 선의로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과거를 묻어버리고 경미한 카르텔에 대해서는 자율준수 수준에서 양해하겠다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카르텔의 본산인 석유화학협회를 찾아 공정경쟁 자율준수 선언을 축하해주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화학저널 2006/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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