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를 차단하는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면서 다소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재벌들의 출자총액 제한 등 정치적 사안에 매달린 나머지 가격담합, 공급제한, 부당내부거래 등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도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받는 만큼 정치적 정책결정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불공정거래를 뿌리 뽑는 일에 소홀했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받을 수 없다고 보아 마땅할 것이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동안 불공정 거래행위를 적발한 사례를 보면 적발대상이 대부분 중소기업이어서 말로는 대기업(재벌)의 횡포를 뿌리 뽑겠다고 외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행위는 눈감아주고 중소기업만 단속하는 아이러니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대기업을 불공정 거래행위로 단속한 사례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려우며 기껏해야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 KT, LG텔레콤을 부당한 가격담합 또는 보조금 과잉지급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정도이다. 이동통신 3사를 단속한 것도 대기업의 부당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이동통신 3사의 경쟁에 따른 부산물 성격이 강하고, 굳이 인정하자면 이동통신 소비자의 대부분이 일반국민이라는 특수한 성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제지 가격담합 적발은 신문사의 눈치를 본 결과이고, 시멘트는 건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가격담합 카르텔이 횡행하는 화학제품은 비타민 C, 라이신, 페인트가 고작이었고 페인트를 제외하면 비타민 C나 동물사료 첨가제 라이신은 미국이나 EC가 가격담합을 적발해 어마어마한 벌금을 부과한 후 조치한 뒷북치기 행정에 불과했다. 페인트 가격담합 적발도 아마 건축자재로서의 중요성 때문에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로 적발한 것은 대부분 일반 소비재이거나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다국적 화학기업이고 국내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산업재 부문은 적발사례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한 상태이다. 굳이 대기업 적발사례를 든다면 10년 정도 되었지만 PS 가격담합이 유일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PS 가격담합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자발적으로 나서 적발했다기보다는 화학저널이 합성수지 가격카르텔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단속할 것을 요구하자 마지못해 적발하는 시늉을 한 것에 불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994년 3월28일 시작해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폴리올레핀(PE·PP) 가격 및 공급 카르텔을 적발하지 않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화학저널이 플래스틱 가공 및 화학섬유 부문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고 폐업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합성수지 및 합섬원료의 카르텔 가능성을 지적하자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무소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합성수지 및 합섬원료 카르텔 단속과정에서 삼성토탈의 임직원들이 카르텔의 결정적인 단서가 들어있는 문서를 탈취해 빼돌리거나 폐기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사과정이나 조사결과를 전혀 공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카르텔의 결정적 단서를 탈취당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난 후의 대대적 언론플레이를 보고 단속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닌지 순수하게 생각했지만, 오늘에 와서 보면 강력한 단속을 펼치고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부분이다. 언론에는 석유화학 카르텔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결과적으로는 단속하는 시늉에 그치는 이중플레이를 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썩은 부분을 스스로 도려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로 제3자가 나서 부정행위를 적발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업무감사를 통해 카르텔 단속과정과 조사결과에 대한 문제점을 철저히 밝혀내고 상응하는 시정조치를 내려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06/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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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송칼럼] 공정거래위원회를 수사하라! | 2007-1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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