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중동의 에틸렌 신증설 프로젝트가 마무리국면에 들어서면서 아시아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관계자는 없을 것이다. 특히, 최근까지는 사우디, 카타르, UAE, 쿠웨이트, 오만을 중심으로 신증설이 진행됐으나 이란까지도 예상을 뒤엎고 석유화학 프로젝트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2010-12년까지 중동의 에틸렌 신증설물량이 최소한 2000만톤, 많게는 3000만톤에 달함으로써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의 25% 정도를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타이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인디아의 신증설 투자가 중동과 비견될 정도이니 2010년 이후에는 세계 석유화학 시장이 중동과 동아시아 위주로 완전 재편되고, 나아가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유럽과 북미는 시장의 중심에서 완전히 물러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동이나 동아시아의 에틸렌 신증설이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은 신증설 자체가 아니라 중국을 제외하고는 신증설물량 대부분을 수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수출 중심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상태이다. 물론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중동과 동아시아의 신증설에 맞서 에틸렌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합성수지를 비롯한 유도제품 생산을 늘려 코스트 감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나프타 가격이 톤당 800달러대 중반을 넘어서고 앞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도달하면 1000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단순한 고정코스트 감축으로 에탄 베이스의 경쟁력 우위를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고 있다. 에탄 베이스 에틸렌의 원료코스트가 나프타 베이스 에틸렌의 25-3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통한 제조코스트 감축은 비교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중동의 신설 플랜트는 경쟁적인 신증설 투자로 자본투자가 100% 정도 늘어나고 신규투자에 따라 감가상각비를 고스란히 안고가야 하며 오퍼레이션 기술 또한 뒤지는 반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 크래커를 건설한 지 20-30년에 달해 감가상각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상당한 내수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운영능력 또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코스트 우위성과 운영 효율성을 비교할 때 중동에 우위성을 가진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고 있다. 중동의 신규 플랜트는 에틸렌 생산능력이 100만톤을 넘는 대형이고 에너지 효율성 또한 높아 오퍼레이션 기술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우위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1차 제조코스트를 낮추면서 유도제품 생산을 통해 2차 제조코스트를 효율화함은 물론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장점을 살린 마케팅능력을 배양함으로써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범용 석유화학제품 생산에서 벗어나 고기능 차별화제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면 중동의 코스트 우위성을 크게 겁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이 1990년대부터 범용제품 생산을 줄이면서 고기능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우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R&D 활성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 전자정보소재 시장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와 아울러 제조코스트를 낮추기 위해 정유기업과 연대함으로써 나프타 코스트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에너지를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정유-석유화학 연대 또는 통합을 통한 제조코스트 감축 노력이 전개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있지만 시장여건 변화에 따라서는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장기간의 호황을 잘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불황국면을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한 방안이 그리 멀리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제조코스트 감축과 차별화 전략을 동시에 실행하지 않는다면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화학저널 20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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