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투자했던 국내기업들의 철수가 줄을 있고 있다고 한다. 1차적으로는 별 준비 없이 저렴한 인건비를 기대하고 진출했던 봉제·의류 및 잡화 제조기업들이 철수하고 있고, 2차적으로는 인건비 부담과 환경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해 국내에서 탈출했던 섬유나 플래스틱, 전자부품 가공기업들이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중국 정부가 장기간의 고도성장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의 복지수준 향상을 밀어붙이고 있고, 공업화에 따른 환경오염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 환경오염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에너지 공급부족에 따라 에너지 과소비형 산업에 대한 혜택 축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인건비 절감과 환경투자 기피, 저렴한 에너지비용 등 중국투자의 매력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으니 중국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고 철수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한국이 그랬듯이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일정수준에 도달하게 되면 근로자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당연하고,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환경오염이 심화되니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준비 없이 무작정 진출한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중국에서 철수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부여했던 각종 혜택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는 예상외로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현재 파악되기로는 특혜로 주어졌던 감면 소득세, 환급 부가세, 감면 관세, 우대 전기·수도료 등을 전부 되돌려주어야 하는 모양이다. 여기에 근로자들의 퇴직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중국에 투자할 때는 달콤한 사탕발림에 즐거웠지만 철수할 때는 청산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정식 청산절차를 밟지도 못하고 야반도주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중국투자에 나설 때부터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인건비나 환경비용 절감에 들떠 진입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일정부분 예상한 일이었으나 막상 터지고 나니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상황이 잘못 진척되면 한국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큰 손상을 입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석유화학을 비롯한 국내 화학기업들도 강 건너 불구경 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앞으로 섬유를 비롯해 플래스틱, 전자부품 생산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철수하게 되면 안정적인 수요처를 잃을 것이 뻔해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공급과잉이 더욱 심화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중소 섬유, 플래스틱, 전자부품 생산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함으로써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화할 수 있었고 극심한 가격경쟁 국면에서도 일정수준의 생산물량을 해소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이 철수하게 되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 안정적인 공급처를 상실함으로써 국제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석유화학은 국내 공급과잉이 극심해 전체 생산량의 50-70%를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사용량이 많지 않더라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코스트 경쟁이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고정거래 또는 계약거래는 상호의존성이 커 고부가가치 그레이드 개발 및 생산 확대가 가능한 반면, Spot 거래는 국제가격에 따라 변동이 심하고 생산제품의 고유 특성이나 그레이드가 중요하지 않아 생산성이 낮아질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 가공기업들의 철수가 본격화하기 이전에 판매 다변화와 함께 장기적인 공급계획을 재수립해 가동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수출지역 다변화와 함께 고부가가치 그레이드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국제가격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마케팅 전략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존도 축소와 함께 차별화 전략의 확대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화학저널 2008/1/28·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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