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유화학 시장에 중동바람이 서서히 불어오고 있는 모양이다. 아직은 대규모 신증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지 않아 중동의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가격 형성에 중동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에틸렌 가격은 아시아 시장에 뚜렷한 변화가 없는데도 2월 말 FOB Korea 톤당 1350-1360달러로 무려 95달러 폭락했다. 국제유가가 WTI(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 배럴당 1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나프타 역시 C&F Japan 톤당 900달러에 가까운 강세가 지속하고 있음에도 에틸렌 가격이 폭락한 것은 이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일본 Mitsubishi Chemical의 Kashima 소재 에틸렌 No.2 47만6000톤 크래커가 2007년 12월21일 화재사고로 가동을 중단한 이후 재가동하지 못하고 있고 3-4월 재가동설이 흘러나올 뿐 재가동 일정을 확정하지 못해 동아시아 시장은 아직도 수급이 타이트한 상태이다. 그런데도 에틸렌 가격이 폭락한 것은 중동의 IPCC가 공급하는 에틸렌 4500톤이 동아시아 시장에 유입되고 타이에서도 1만톤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불과 1만5000톤 정도가 유입됐는데도 불구하고 에틸렌 가격이 100달러 가까이 폭락한 것을 보면 중동산이 대량 유입되면 어떠한 결과가 나타날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 만약, 일본 Mitsubishi가 No.2 크래커를 재가동하고 중국이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드는 3월부터 에틸렌 생산을 확대하는 상태에서 중동제품이 본격 유입되면 아시아 에틸렌 가격은 폭락에 폭락을 거듭해 1000달러는 물론이고 700-800달러 수준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나들고 나프타 가격 역시 900달러를 오르내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판에 에틸렌 가격이 700-800달러 수준에서 움직인다면 적자규모가 톤당 400-500달러에 달함으로써 석유화학기업들은 생존을 다투는 지경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에틸렌 가격이 폭락해 아시아의 에틸렌 생산량이 줄어들면 나프타 가격도 하락할 수밖에 없으나 국제유가 강세에 유럽의 나프타 수요를 고려하면 톤당 700-800달러 수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에틸렌이 흑자를 기록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에틸렌이 적자수준에서 움직여도 프로필렌이 강세를 보이면 그런대로 손익분기점을 유지할 수 있으나 프로필렌 시장 역시 그리 양호하지는 않은 상태이다. 프로필렌 가격은 2월 말 FOB Korea 톤당 1160-1170달러로 53달러 급락했다. 타이완의 Formosa Petrochemical이 중국 Ningbo 소재 PP(Polypropylene) 45만톤 플랜트의 가동시기를 2008년 2-3월에서 4월 이후로 연기했기 때문으로, 타이완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전환되고 중국에 타이완의 Spot가 유입되면서 한국시장도 공급과잉 현상을 나타냈다. 만약, 중동산 에틸렌이 대거 유입돼 동아시아의 에틸렌 크래커 가동률이 떨어지면 프로필렌 생산이 줄어들어 오히려 강세를 나타낼 수도 있으나 중국·일본을 중심으로 정유공장의 RFCC 신증설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중동의 석유화학 신증설 프로젝트가 2009-10년 대부분 완료돼 에틸렌 기준 1500만-2000만톤이 한꺼번에 시장에 유입되면 세계 석유화학 시장에 몰아닥칠 회오리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고 본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부실사태에서 비롯된 미국의 경기침체가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세계경제 침체와 중동산 폭풍우가 겹치는 날에는 세계 석유화학 시장 전체가 예상 밖으로 침체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결국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2008년 중반부터 고전이 불가피하고 2009년부터 2-4년 동안은 적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 적자를 줄이면서 생존대책을 모색할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 변동비를 줄일 수 있는 대책과 함께 고정비를 혁신하는 적극적인 작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화학저널 2008/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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