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기업들은 글로벌 경제 리스크에 대응해 어떠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가? 화학시장 고유의, 아니 석유화학에 집중된 중동의 신증설과 중국의 자급률 향상 리스크에는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으나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대응에는 속수무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동의 신증설에 대응해서는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을 확대함으로써 고정 코스트를 줄이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고, 중국의 자급률 상승에는 수출시장 다변화를 진행하고 있어 일정수준의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부 석유화학제품의 생산능력을 확대한다고 에탄 베이스에 대응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고, 합성수지 수출을 다변화한다고 중국시장에 대한 절대 의존도를 낮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으로 코스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수출 다변화보다는 범용제품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경영혁신이 이루어져야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 리스크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말해도 전혀 틀리지 않을 정도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경련은 최근 <글로벌 경제 3대 리스크 진단> 세미나를 개최하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 중국경제의 성장엔진 이상, 국제유가 고공행진, 철강 및 비철금속 가격급등, 곡물가격 폭등 등 5가지 리스크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100-110달러를 오르내리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앞으로도 100달러 수준에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중동·인디아 등 개발도상국의 석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태에서 OPEC이 원유 생산쿼터를 2970만배럴로 동결했음은 물론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고, 달러화 약세를 타고 투기자금까지 원유시장에 유입돼 국제유가의 널뛰기를 부채질하고 있으며, 중동정세가 잠잠한 틈을 노려 베네주엘라·나이지리아의 정세불안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고 연이어 개발도상국의 경제침체로 연결되면 국제유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나 개도국의 석유 수요가 뒷받침되고 석유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낮아 대폭적인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이미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고, 잠재적으로 국제유가 폭등보다도 더 큰 위험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주택가격에 버블이 형성되고 모기지의 방만한 대출이 화를 자초해 현재는 투자자가 누구인지,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태로 미국경제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은 물론 세계경제를 불황의 먹구름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 경제도 마찬가지로 급격한 성장을 타고 버블이 형성돼 과잉투자, 과다한 무역흑자, 위안화의 평가절상 압력이 더해지면서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불안, 인플레이션, 투자여건 악화 3가지 악재가 서서히 현재화되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의 고도성장을 타고 철강 및 비철금속 가격이 폭등한 채 대폭 하락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곡물도 개발도상국의 소득수준 향상과 바이오연료 붐을 타고 급등을 지속하고 있다. 5가지 악재 모두 화학시장에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IMF 위기 때와 같은 폭풍우 속의 촛불 신세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화학산업은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중동의 신증설, 중국의 자급률 향상이라는 3가지 직접적인 악재와 함께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 중국경제의 성장잠재력 위축 요인이 추가돼 5가지 악재를 정면 돌파하지 못하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R&D 투자 확대를 통한 고부가가치화라는 장기대책과 함께 제조코스트를 대폭 낮출 수 있는 단기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원료 코스트의 고공행진에 대응한 경영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화학저널 200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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