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기업이 성장을 거듭해 메이저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여러 가지 역경을 이겨냄은 물론 생존을 넘어 성장에 이르는 독특한 경영이념이 있었을 것이다. 운이 따라 사업이 번창한다고 해도 경영이념이 확립돼 있지 않다면 역경이 닥쳤을 때 이겨내지 못하고 역사의 한 장으로 사라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화학사업은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나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국제유가가 요동을 치면 수익성이 급락하거나 급등함은 물론이고 회사의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적자가 쌓이는 암초가 일상화돼 있다. 따라서 화학기업 고유의 개별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도 국제유가의 요동이나 크고 작은 전쟁, 경기침체, 폭발사고, 환경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 편이다. 오늘날 화학 메이저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BASF를 비롯해 Dow Chemical, Bayer, DuPont 등은 모두가 크고 작은 역경을 헤쳐 나가면서 살아남았기에 메이저로의 성장이 가능했다. 석유 메이저에서 화학 메이저까지 두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Shell, ExxonMobil, ChevronPhillips 등도 단순히 원유 개발권을 거머쥠으로써 성장한 것이 아니라 원유 탐사·개발에서 석유 판권, 그리고 석유를 기초로 화학사업을 육성함으로써 석유·화학 메이저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석유나 화학 메이저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며 한때 위세를 떨쳤으면서도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명멸한 사례도 무수히 많다. 대표적으로 영국시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화학기업으로 성장했던 ICI는 2007년을 마지막으로 역사에서 사라졌으며, 세계 화학·제약 시장을 주름잡던 독일 Hoechst나 프랑스 Rhone-Poulenc도 Aventis로 통합되면서 사라졌다. Aventis 역시 합병으로 메이저의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됐으나 현재는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고기능 플래스틱 시장을 주름잡던 GE Plastics도 Sabic에게 인수된 후 Momentive로 개명돼 GE의 유명세를 벗고 경쟁력이 뛰어난 중동의 원료를 비탕으로 메이저의 반열에 오를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반면, BASF는 1980-90년대에 석유화학 사업이 위기를 맞았을 때 메이저의 반열에서 탈락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됐으나 현재는 매출액이 700억달러를 넘어 세계 최대의 화학 메이저로 부상했다. Dow 역시 매출액이 BASF 다음이나 Union Carbide를 합병할 당시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는 중동기업들과 손을 잡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을 합작으로 전환함으로써 생존대책을 모색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DuPont은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최장수 화학기업으로 한때 세계 최대 화학기업으로 위상을 떨쳤고 화학섬유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사양화되면서 분리·매각해 매출규모가 크게 줄어들었으나 바이오 및 농화학 사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메이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의 Sabic이 석유의 고부가가치화를 내세우면서 코스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화학시장의 메이저로 떠오르고 있고, 세계 최대시장으로 성장한 중국의 국영기업 Sinopec과 PetroChina는 메이저로서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으며, 인디아의 Reliance도 머지않아 메이저의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화학 메이저들의 특징은 중국기업을 제외하고는 모두 M&A를 통해 매출규모를 확대하고 성장기반을 확고히 한 것으로 요약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주력사업은 투자 확대와 M&A를 통해 집중 육성하는 반면, 성장 가능성이 없거나 성장성이 있어도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에 맞지 않은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매각하거나 철수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Dow가 UCC를 인수해 매출규모를 대폭 확대한 것과 GE가 GE Plastics을 매각하고 철수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경쟁력을 살려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으면 육성하고 그렇지 않으면 버리는 경영철학이 메이저 성장의 밑바탕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핵심사업에 주력하면서 비주력사업은 과감히 버리는 결단력을 배워야 한다. <화학저널 2008/5/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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