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시장에 가격담합과 공급제한 등 카르텔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적발과 과징금 부과를 통해 카르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석유화학제품을 비롯한 화학제품 카르텔은 국내시장에 국한된 것은 아니고 세계시장에서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메이저를 중심으로 횡행하고 있다. 요즘은 잠잠하지만 최근 3-4년 동안 미국이나 유럽의 경쟁당국에서 합성고무, 첨가제 등의 가격카르텔을 적발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관계자를 형사처벌했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과 한국이 다른 점은 미국·유럽은 카르텔이 적발되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처벌을 적극화해 다시는 카르텔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하고 있는 반면, 국내 공정당국은 쥐꼬리 과징금을 부과함은 물론 관계자 처벌도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공정당국은 화학제품 뿐만 아니라 일반 공업제품 카르텔이 적발되면 카르텔로 얻은 수익을 전액 환수함은 물론 담합수법이나 담합기간, 담합에 따른 수요기업 및 일반소비자의 피해 정도에 따라서는 관련 매출액의 10% 정도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에는 카르텔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환수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카르텔이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강화한 것으로, 회사 전체의 수익에 막대한 타격을 입히도록 함으로써 다시는 카르텔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카르텔로 피해를 입은 수요기업이나 소비자들이 카르텔을 저지른 회사를 상대로 막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카르텔이 적발되면 부당이익을 환수 당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단독으로 카르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카르텔 적발 사실을 알리는 점에서는 적극적이나 카르텔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예방조치를 취하는 점에서는 매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월22일 석유화학 8사가 기초 또는 중간원료로 사용되는 6개 석유화학제품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127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SK에너지가 48억36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GS칼텍스 28억7200만원, 삼성토탈 17억6800만원, 호남석유화학 8억9800만원, 씨텍 8억4000만원, 대림코퍼레이션 6억1900만원, 동부하이텍 4억7100만원, 삼성종합화학 3억9500만원 순이다. 언뜻 보기에는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해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가격담합 대상 석유화학품목이 1개가 아니라 6개에 달하고 있고 일부는 3-4개 품목에 걸쳐 중복적으로 적발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2000년대 초부터 2004년까지 매달 모임을 갖고 내수가격을 공동 결정했다고 한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삼성토탈 등 4사는 2002년 1월부터 3년6개월간 벤젠, 톨루엔, 자일렌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고, SK에너지와 대림코퍼레이션, 동부하이텍, 씨텍 등 6사는 벤젠 유도제품인 SM 가격을, 삼성토탈과 호남석유화학, 삼성종합화학 등 4사는 2002년 1월부터 3년에 걸쳐 MEG, DEG, EO 가격을 공동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화학 8사 모두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 담합했고 모두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해 과징금을 감면받았다고 하나 가격담합으로 벌어들인 부당이득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치지 않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6월 HDPE 및 PP 가격담합 혐의를 적발해 10사에 1045억원, 이어 합성고무 가격담합 혐의로 2사에 57억원, 2008년 3월에는 LDPE 가격담합 혐의로 7사에 542억원을 부과하는 등 2007년 이후 총 177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득의양양하나 미국이나 유럽 같으면 기껏해야 합성고무 또는 첨가제 1개 품목에 대한 과징금 부과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석유화학기업들이 대부분의 생산제품을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가격담합을 자행할 때 과연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화학저널 2008/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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