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저널 2014.09.29
화학시장을 흔히들 독과점의 천국이라고 말한다.자본도 기술도 없던 1960-1970년대에 화학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외국자본과 외국기술을 도입할 수밖에 없어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독점 또는 과점이라는 특혜를 주지 않을 수 없었고, 일부 화학제품은 당시의 독점현상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에는 장치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독과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일부는 정부가 특혜를 주어서가 아니라 시장규모가 너무 작아 경쟁상대가 필요 없었으나 오늘날 시장이 바뀌면서 독점이 굳어져버린 사례도 있다. PO가 대표적인 독점시장으로, SK가 합작으로 PO/SM 병산 플랜트를 건설했으나 등락이 심한 SM 때문에 채산성이 별로 없다고 판단해 합작파트너가 떠나가고 국내기업들도 수요가 별로 없어 투자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PU 시장이 커지면서 PO 수요가 급증했고 SK로부터 사업을 넘겨받은 SKC가 한동안 높은 수익성을 올릴 수 있었다. 최근 몇몇이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화학제품의 독과점 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무기화학제품 때문이기도 하다. 무기화학은 수요가 많지 않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생산했으며 대기업 중에서는 유일하게 동양화학(현 OCI)이 중심역할을 수행해 소다회를 중심으로 장기간 독점했으나 사업성이 없어짐에 따라 현재는 전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투자자본이 상대적으로 풍족해 더 이상 독과점을 영위하기가 어렵고, 특히 화학제품은 무역이 자유화돼 있고 수입관세 또한 낮은 수준이어서 근본적으로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기 어렵게 돼 있다. 물론, 수입이 자유화돼 있어도 100% 자유경쟁 체제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수요가 경쟁을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이거나 수요기업이 난립한 나머지 대량 수입이 불가능해지면 어찌할 수 없이 독과점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사례도 있다. PE, PP, PVC, PS, ABS를 중심으로 한 합성수지, 합섬원료인 MEG, AN, 카프로락탐, 합성고무 등은 생산기업이 제한적이거나 생산기업이 많다고 해도 대량 수입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장기간 수급 및 가격 카르텔을 실행했어도 대응이 불가능했다. 합성수지 카르텔이 장기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행위를 묵인해줌은 물론 불법행위를 눈감아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이 카르텔을 거부하기보다는 카르텔에 의존해 가공제품 가격을 올려 재미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석유화학기업들이 태풍 속의 촛불신세로 전락함으로써 독과점 또는 카르텔이 그리워질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다시 눈감아주면 손 짚고 헤엄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고, 시장도 독과점 또는 카르텔과는 맞지 않게 복합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본 석유화학기업들이 오늘날 저 지경으로 전락한 것은 오일쇼크에서 비롯된 합성수지 판매 카르텔의 후유증 때문으로, 탈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았다면 살아남을 곳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화학저널 2014년 9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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