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국가안전처를 신설했지만 또다시 낚싯배가 뒤집혀 20명에 가까운 인명사고를 냈고 해양경찰의 대처에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왜 그러했을까? 국가안전처로 해경 및 소방 업무를 일원화해 효율적으로 대처하도록 한다고 요란법석을 떨었지만 해경 및 소방 인력과 조직을 부분적으로 통합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인력구조와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고 조직을 신설하고 통합한다고 달라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 개혁도 마찬가지로, 정부와 경영, 노동 3자가 합의했다고 하나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일반해고 기준 설정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2가지 핵심 쟁점을 놓고 줄다리기한 끝에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조건을 달아 합의했기 때문이다. 저성과자나 근무 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됐으나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을 정하는 정부지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하고 임금체계 개편도 노사 협의를 의무화함으로써 노동계의 동의 없이는 정부지침 마련이 불가능하게 됐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되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재원은 청년 고용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문구까지 명기했다. 주 68시간인 법정 근로시간도 52시간으로 줄이고 기업규모별로 2017년부터 4년간 단계적으로 적용토록 했으며 근로시간 제한이 없는 특례업종도 26개에서 10개로 줄임으로써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 또 35세 이상 근로자가 희망할 때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지만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활용 가능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특히, 정부가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웠던 저성과자 공정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산업계가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행정지침을 통해 시행하기로 결론을 냄으로써 법적 다툼의 여지가 많아지게 됐다.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개악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합의>에 비중을 두었을 뿐 <개혁>과는 거리가 먼 노동정책이다. 산업계는 구조개혁의 핵심 내용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국회로 넘어가면 야당과의 협의과정에서 고용의 경직성을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바뀌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평가되는 현실을 반영하지는 못할망정 국제경쟁력을 더 떨어뜨릴 수도 있는 <합의>를 왜 그토록 밀어부쳤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혁을 해야 한다고 당위성을 설파하고 강력히 주장했으면 정부가 개혁안을 내놓고 승부를 걸어야지 개혁도 아니고 무엇도 아닌 합의에 이른 것은 <합의>를 핑계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대기업이 중심이 아니라 중소기업을 위한 노동개혁이 필요한 마당에 중소기업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개혁 드라이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이 얼마나 더 떨어져야 정신을 차질 수 있을지… <화학저널 2015년 9월 21일/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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