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중동이 에틸렌 중심의 투자에서 벗어나 유도제품으로 신증설을 확대하고, 미국은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에틸렌 및 PE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국은 자급률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이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경쟁력 하락을 방지하고 장기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진단 및 지속성장 전략」 연구용역을 석유화학협회를 통해 발주했다. 잘한 일이다. 늦었지만 손을 놓고 먼 산만 쳐다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부의 연구용역 발주가 그렇게 잘한 일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무엇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것도 아닌 마당에 국내 석유화학산업 실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외국계 컨설팅으로 입찰자격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도 않은 채…
뿐만이 아니다. PTA는 중국이 자급화를 달성하면서 공급과잉이 극심해졌고 국내기업들은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산업부는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PTA 시황이 개선되고 적자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무책임한 발언까지 들리고 있다.
더군다나 PTA가 속해 있는 주무부서인 철강화학과가 PTA 구조조정 작업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정책과가 주도하는 아이러니까지 발생하고 있다. 정책적인 문제인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주무부서가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이고 철강화학과가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장관에서 차관, 국장, 과장에 이르기까지 경제와 산업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인지 철학이 빈곤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고, 덧붙여 혼란스러운 조직체계도 한몫을 하고 있다.
현재 화학정책은 산업정책실의 철강화학과와 섬유세라믹과, 산업기반실의 바이오나노과가 관장하고 있다. 철강과 화학 정책을 같은 과에서 결정한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섬유세라믹과도 우습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나노는 산업적 측면에서 거의 존재하지도 않고 바이오 또한 제약·화장품은 산업부 소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바이오제약을 중심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통상을 담당하는 제2차관이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이니 무슨 말인들 통하겠는가?
산업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화학 관련부서를 통합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것으로, 화학 관련 3개 과를 화학산업과로 단일화시키거나 화학산업과, 바이오화학과로 개편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최근 제조산업국 조직을 개편했다. 제조업 구조 변화와 공통 정책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화학, 섬유, 철강, 비철금속을 담당하는 6개 과를 소재산업과, 금속과, 생활제품과 3개로 재편했다.
소재산업과는 금속을 제외한 B2B계 소재산업 전반을 총괄해 화학에서 요업, 제지·펄프, 탄소섬유 업무를 담당하며 40명이 243개 관련단체를 관장토록 했다. 생활제품과는 B2C계 소재를 중심으로 섬유, 의복, 가죽, 생활용품, 주택, 건축자재 등 351개 단체를 담당한다.
산업의 니즈가 고도화되고 다양화됨은 물론 소재 경쟁이 심화되고 멀티소재화가 이루어져 업종 사이의 연계 및 협동을 통한 기술개발이 요구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부도 IoT화에 따른 제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해 담당부서를 통합함으로써 산업의 변화와 개혁을 촉진시킬 수 있도록 조직을 재편할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