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일본의 수출규제와 반도체 소재 국산화
일본은 2019년 7월4일 한국에 수출하는 불소(Fluorine)계 폴리이미드(Polyimide), 레지스트, 불화수소(에칭가스) 등 3개 화학소재와 생산설비 수출, 관련 제조기술 이전 등을 포괄적 수출허가에서 개별 수출허가 방식으로 전환했고 8월28일부터 외환법에 따른 수출 관리상 분류에서 한국을 안전보장상 우호국을 의미하는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3개 화학소재를 수입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됐으나 일본이 일부 수출을 허가하고 국내기업들의 국산화가 가속화되면서 반도체 수급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이 11월까지 불소계 폴리이미드 1건,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2건, 불화수소(에칭가스) 1건 및 액체 불화수소(불산액) 1건 등 6건의 수출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일본기업들은 한국 수출을 계속하기 위해 국내에 재고를 축적하거나 중국 생산으로 선회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은 물론 소비재를 포함해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 일본산 원료·부재·최종제품 등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다.
불산은 그동안 일본 스텔라케미파(Stella Chemifa)와 모리타(Morita Chemical)로부터 수입해 가공한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공급하던 솔브레인과 ENF테크놀로지가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솔브레인은 공주공장 생산능력을 2만5000톤에서 5만톤으로 확대하기 위해 증설공사에 착수했고, ENF테크놀로지는 국내공장 신규건설을 검토하는 한편 발 빠르게 중국·타이완산을 확보해 대체 테스트를 마치고 양산라인에 본격 투입하고 있다. 램테크놀러지도 중국산 불산을 수입한 후 SK하이닉스에게 공급하고 있다.
반도체용 고순도 불화수소는 SK머티리얼즈가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11월 영주공장을 준공하고 정부 인허가까지 완료해 2019년 말부터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2020년 상반기 본격적으로 상업생산에 나설 방침이다. 고순도제품을 생산할 예정이어서 일본산 대체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불산액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9월 초 국산 불산액에 대한 테스트를 마치고 일부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LCD(Liquid Crystal Display) 생산라인에 적용했고,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최근 국산 불산액 테스트를 마치고 조만간 투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 석유화학 가격 폭락과 수익성 악화
석유화학산업은 세계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 확대와 미국-중국 무역마찰의 영향으로 고전하고 있다.
에틸렌(Ethylene)은 아시아 현물가격이 2018년 중반 톤당 1200-1300달러를 형성하고 2019년 1월 초에도 800-90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으나 2월 정기보수와 설비트러블의 영향으로 1000달러로 상승한 후 3월까지 강세를 유지했 뿐 4월 900달러대 중후반으로 급락했고 11월에는 700달러 안팎에서 등락할 정도로 폭락했다.
5-6월에는 국내기업들이 집중적으로 NCC(Naphtha Cracking Center) 정기보수를 실시하면서 수급이 타이트해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MEG(Monoethylene Glycol), SM(Styrene Monomer) 트러블 등으로 에틸렌 수요가 늘어나지 못하면서 약세를 계속했다.
7월 말과 8월 초에는 인도네시아와 타이완 등이 정기보수를 진행하고 한화토탈이 증설한 30만톤 크래커를 정상 가동하지 못하면서 공급이 줄어든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9월 900달러가 다시 붕괴됐고, 9월 중순 싱가폴 SP Chemicals이 중국 장쑤성(Jiangsu)에서 에틸렌 생산능력 65만톤의 ECC(Ethane Cracking Center) 상업가동에 돌입하며 675달러로 하락하는 등 2009년 3월 이후 처음으로 700달러를 하회하는 등 10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을 형성했다.
9월 중순 사우디의 석유 생산설비 2곳이 드론 피격을 받아 국제유가와 나프타(Naphtha)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에틸렌도 85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으나 오래 가지 않아 800달러로 폭락했고 10월 초에는 760달러, 10월 중순에는 690달러로 또다시 약세를 나타냈다.
11월 들어 700달러 중반을 회복했으나 2018년 1000-1200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해 석유화학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PE(Polyethylene)도 약세를 계속해 HDPE(High-Density PE)는 6월 중순 970달러에서 7월 100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으나 11월 말 800달러 안팎으로 급락했고, LDPE(Low-Density PE)는 900달러대 중반에서 800달러대 초반으로, LLDPE(Linear LDPE)도 900달러대 초반에서 700달러대 후반으로 폭락했다.
미국-중국 무역마찰 장기화로 PS(Polystyrene),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SM(Styrene Monomer)도 800달러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으며, P-X(Para-Xylene) 역시 중국이 신증설을 확대하면서 800달러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3. 국내 화학기업 구조개편 물살
국내 화학기업들이 경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중장기 스페셜티 포트폴리오 강화와 R&D (연구개발), 투자 등 성장을 위한 핵심역량 결집 및 고도화를 위한 조치로 롯데첨단소재 합병을 결정했다.
2020년 1월2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며, 원료부터 최종제품까지 수요처의 니즈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케미칼도 자회사인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합병을 결의했다.
통합법인은 2019년 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친 후 2020년 1월1일 합병을 완료하고 회사명은 2020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합병을 통해 석유화학과 소재, 태양광 사업을 단일조직으로 통합함으로써 개별부문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사업 경쟁력과 경영 효율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마이크로필터(MF) 사업을 9월 매각했고 최근에는 LCD 감광제 사업부문 매각에 첨단소재 사업본부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MF 사업은 수처리 전문기업 시노펙스가 MF 중공사막 제조를 위한 장비, 방사 및 대형모듈 설비, 멤브레인 전용 압출기 등 80여개에 달하는 설비와 글로벌 상표권을 비롯해 50여건의 특허권에 대한 사용권리 등을 인수했다.
LCD 감광제 사업은 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 밀려 LCD 사업에서 고전하면서 사업을 축소하자 LG화학도 관련 사업을 구조조정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그동안 LCD 감광제 생산량의 80%를 LG디스플레이에게 공급해왔으나 LG디스플레이가 수익성이 악화된 LCD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OLED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사업 유지가 어려워졌다.
인력 재배치는 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해 추진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배치는 2020년 1월 실시할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은 2019년 포스코켐텍에서 기초소재부터 에너지 소재 분야까지 포괄하는 포스코케미칼로 회사명을 변경하고 양극재 생산기업 포스코ESM을 통합했다.
기존 음극재에 양극재 사업까지 통합함으로써 그룹의 신 성장동력인 에너지 소재 사업 추진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양극재는 7월 광양 1단계 6000톤을 완공함으로써 구미공장과 함께 총 1만5000톤 체제를 확보했으며 2020년 3월까지 3만톤으로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시장 상황을 고려해 광양공장을 8만톤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총 8만9000톤 체제 완성을 구상하고 있다.
음극재는 세종공장을 증설함으로써 6만6000톤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했으며 앞으로 7만6000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SK종합화학은 아케마(Arkema)의 고기능성 폴리머 사업을 2020년 2분기까지 인수한다.
SK종합화학은 그동안 고부가 포장소재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관련사업 확장에 주력해왔으며 2017년에는 다우케미칼(Dow Chemical)로부터 접착층과 차단층 핵심소재인 EAA(Ethylene Acrylic Acid)와 PVDC(Polyvinylidene Chloride) 사업을 인수한 바 있다.
4. LG화학-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자동차(EV) 배터리 기술 및 특허와 관련해 국내외에서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4월 SK이노베이션 한국 본사와 미국법인 등이 관세법을 위반했다며 LiB(리튬이온전지), 배터리 셀 및 모듈 등 일부 부품의 수입금지 명령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출했고 동시에 미국 델라웨어 연방법원에도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 측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 동안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과 기술을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은 2020년 6월경 결과가 나오고 4분기 중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5월 SK이노베이션을 산업기술 유출 방지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형사 고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6월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최근 소 취하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했으며 9월 초에는 특허침해 소송을 ITC와 연방법원에 제출했다.
9월16일 LG화학 신학철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회동했으나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데 그쳤다.
LG화학은 9월 말 ITC에 2차전지 핵심소재 관련 특허를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소재,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금지를 요청하고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는 특허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LG화학은 미국에서 판매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탑재 자동차를 분석한 결과 자사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5건을 심각하게 침해해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판단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문제 삼은 미국 분리막 특허가 2014년 10월 양사가 당시 특허관련 분쟁을 마무리하며 추가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특허와 동일하다면서 미국 특허침해 소송을 과거 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10월22일 국내법원에 소 취하 청구 소송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1월에는 LG화학이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행위와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근거로 SK이노베이션에게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불공정 수입조사국(OUI)이 LG화학의 요청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했고 ITC가 OUI의 의견서까지 종합적으로 참고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나 LG화학 측에 상당히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5. 미국-중국 무역분쟁 장기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침범했다는 이유로 2018년 3월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미국기업들에게 기술 이전을 강요하거나 하이테크산업에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던 정책을 중지하도록 종용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7월6일 1차적으로 자동차, 항공기, 원자로 등 340억달러에 달하는 수입제품 818개 품목에 25% 관세를 추가 부과했다.
부과 대상이 전자부품, 하이테크제품 등 중국이 산업진흥정책 중국제조2025를 통해 적극 육성하는 분야에 집중돼 타격이 상당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도 미국산 자동차, 대두, 육류 등 545개 수입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추가 부과하며 맞대응했으나 미국이 8월23일 반도체, 플래스틱 등 160억달러 상당 279개 품목에 25% 관세를, 9월24일에는 가구, 가전, 유기화학제품 등 2000억달러에 달하는 5745개 품목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2단계 관세 부과에 동일규모 보복관세를, 3단계 때에는 600억달러에 달하는 LNG(액화천연가스), 중형 항공기 등 수입제품에 5-10% 관세를 부과하며 맞섰다.
2019년 5월10일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9월 10% 관세가 적용된 2000억달러, 5745개 품목에 대해 추가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는 등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은 5월13일 6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제품 5140개 품목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했으나, 미국이 추가로 325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3805개 품목에 대해서도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대립이 더욱 격화됐다.
6월에는 일본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은 G20 정상회담 이후 5월 중순 추가로 25% 관세를 부과한 3250억달러 상당 품목에 대해서는 부과를 중단한다고 밝혔고, 화웨이(Huawei)에 대한 제재도 완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7월 중국 상하이(Shanghai)에서 열린 양국 무역협상이 성과 없이 종료되고 8월1일 미국이 9월부터 3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무역전쟁이 다시 격화됐다.
이후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마찰 양상이 더욱 극심해졌으나 10월10-11일 미국에서 열린 제13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부분적인 합의에 도달하며 잠시 완화됐다.
미국은 10월15일부터 2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해 25%였던 관세율을 30%로 인상하기로 했던 방침을 보류했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최대 500억달러 구매를 약속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고 1단계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있어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세계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무역마찰은 글로벌 화학산업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제가 악화되면서 석유화학제품 수요 증가세가 둔화되거나 감소하고 있고, 저렴한 인건비와 세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중국에 생산설비를 이전한 해외 제조기업들은 환경규제 강화로 가동이 완전하지 못한 가운데 미국 수출 시 관세 타격까지 받고 있다.
6. 중국 폭발사고와 환경·안전규제 강화
중국이 대규모 화학공장 폭발사고를 계기로 환경·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3월21일 중국 장쑤성(Jiangsu)의 소재 샹스이(Xiangshui) 화학단지에 소재한 톈자이케미칼(Tianjiayi Chemical)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며 78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7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상자는 샹스이 화학단지 입주기업 근로자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도 다수 포함돼 있어 장쑤성 지방정부가 화학공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국내기업은 국도화학이 장쑤성 지방정부의 명령으로 중국 쿤산(Kunshan) 소재 국도화공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수익성이 대폭 악화된 바 있다.
특히, 국가안전감독관리총국이 2018년 2월 톈자이케미칼에 13가지 안전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내린 바 있어 2019년 3월 폭발사고가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안전규제 강화 및 강력한 처벌에 나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장쑤성은 성내 화학공장과 화학단지에 대한 대규모 단속에 나섰다.
화학기업 약 4000사 가운데 1431사를 도태시키는 내용을 포함한 구체적인 행동방침을 발표했고 연말까지 579사를 폐쇄 혹은 퇴출시킬 예정이다.
산업단지는 샹스이 화학단지 등 9곳을 폐쇄하고 화학산업단지 인증을 취하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9개 화학단지는 자체적으로 간판을 내린 상태이다.
2020년 말까지 일정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화학단지를 추가 정리할 방침이어서 최대 5-8개 단지의 인증이 취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플라이 체인을 단절시킬 것이라는 비난도 많은 편이나 기준을 충족시키지 않은 화학기업이나 산업단지를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장쑤성이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른 지역도 화학공장 및 화학단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장쑤성 장자강(Zhangjiagang)은 산업단지의 위험화학물질 취급업자들을 모아 긴급 안전생산 교육을 받도록 하고, 쑤저우(Suzhou) 역시 시 차원에서 화학제품 생산 책임자 700여명을 대상으로 재방방지 교육을 실시했다.
충칭(Chongqing)은 위험화학제품 등 사고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한 감찰을 실시했고, 톈진(Tianjin)도 위험화학제품 관련기업 감사를 진행했다. 허난성(Henan)은 6월 말까지 전면검사를 진행해 유사사고 발생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저장성(Zhejiang)은 톈자이케미칼 사고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에 착안해 인구 밀집지역에 소재한 위험화학제품 생산설비의 이전 및 개조 계획 점검에 나섰다.
베이징(Beijing)이나 산둥성(Shandong) 등도 위험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검사와 감찰에 나섰고, 상하이에서는 응급관리부가 물류기업 등을 대상으로 안전감찰을 시작했다.
톈자이케미칼 사고에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파인케미칼 분야로 파악된다.
특히, 톈자이케미칼 폭발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니트로화합물은 공장 가동이 심각한 수준으로 제재받고 있고 중국 전역에서 공장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파인케미칼은 세계적으로 중국에 생산기업들이 집중돼 있으며 중국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글로벌 가격 급등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7. 사우디 사태와 국제유가 급등락
국제유가는 사우디에서 아람코(Saudi Aramco)의 석유 생산설비 2곳이 피격당한 이후 요동쳤다.
사우디에서는 9월14일 원유 처리능력이 700만배럴에 달해 세계 최대 석유 처리시설로 알려진 아브카이크(Abqaiq) 소재 설비와 Arab Light 생산능력이 150만배럴로 사우디에서 2번째로 큰 쿠라이스(Khurais) 유전 둥 석유 생산설비 2곳이 피격돼 생산이 중단됐다.
생산차질물량이 글로벌 석유 생산량의 5%에 해당하는 하루 570만배럴에 달함에 따라 단 한번의 공격만으로 대규모 석유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돼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런던석유거래소(ICE)의 브렌트유(Brent) 선물가격은 9월16일 종가가 배럴당 69.02달러로 전일대비 8.80달러(14%) 폭등했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서부텍사스 경질유) 역시 8.05달러 폭등해 62.9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두바이유(Dubai)도 5.52달러 오르면서 63.88달러를 형성했다.
그러나 아람코의 산유량이 9월17일까지 절반 회복됐고 9월 말이면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9월17일에는 브렌트유가 64.55달러로 4.47달러, WTI도 59.34달러로 3.56달러 폭락했다.
이후에는 세계 경제둔화, 미국-중국 무역협상 불확실 등의 영향을 받아 10월1일 브렌트유가 58.89달러로 하락했다.
브렌트유는 10월 말까지 59달러와 60달러 사이에서 움직였으며 10월 말에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추가 감산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63달러로 급등했고 12월까지 62-64달러 수준에서 등락했다.
나프타도 9월 중순 이전에는 톤당 400달러대 후반에 머물렀으나 사우디 사태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함에 따라 9월 중순 500달러를 상회했고 12월 중순까지도 530-570달러로 강세를 나타냈다.
나프타-브렌트유 스프레드는 60달러 후반에서 70달러 중반을 형성하는 등 9월 중순 이전에 비해 2-3배 확대됐다.
8. 한국산 화학제품 수입규제 강화
한국산 화학제품에 대한 세계 각국의 수입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아세톤(Acetone)은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6개국 수입제품에 대해 반덤핑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예비판정에서 금호P&B화학에 47.7%, LG화학은 7.67%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추가 조사를 거쳐 연말쯤 제재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LG화학, 금호P&B화학 등이 2017년 미국에 아세톤을 5만519톤 수출해 수출액이 3704만달러(약 419억2000만원)에 달했으며 2018년에는 수출량이 9만5061톤으로 51.9% 급증하고 수출액도 5650만달러로 31.8% 늘어나는 등 미국의 아세톤 최대 수입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세톤은 2018년 수출액 기준으로 예비 반덤핑관세가 그대로 최종 확정된다면 120억원 이상을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PVC(Chlorinated Polyvinyl Chloride)는 인디아가 한화케미칼 생산제품을 대상으로 2019년 3월부터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9월 인디아 상공부 산하 무역구제사무국(DGTR)이 한화케미칼에게 CPVC 수출과 관련해 최대 60% 수준의 반덤핑관세 예비판정을 통보했으며 일반적으로 약 1년이 걸리는 조사 절차상 최종 관세율이 확정되는 시점은 2020년 3월경으로 예상된다.
한화케미칼은 2016년 국내 최초로 CPVC를 상업화하는데 성공했고 2017년 울산공장에서 3만톤 양산을 시작해 2018년부터 인디아, 동남아를 중심으로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재 수출량은 3만톤 정도이며 1만톤은 인디아에 수출하고 있다.
인디아 정부는 7월 CPVC 일반관세율도 7.5%에서 10%로 상향 조정했고 반덤핑관세까지 추가 부과되면 수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PPS(Polyphenylene Sulfide)는 중국이 2019년 5월 한국, 미국, 일본, 말레이산에 대해 반덤핑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반덤핑 조사기간은 2020년 5월30일까지이고 특수상황으로 확인되면 2020년 11월30일까지 연장하는 등 최장 1년 반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기간은 2015-2018년으로, 수입제품들이 중국산에 비해 20-30% 정도 저가에 현지시장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휴비스와 이니츠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EPDM(Ethylene Propylene Diene Monomer)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했다.
국내에서는 SK종합화학과 금호폴리켐,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스 등이 조사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SK종합화학은 EPDM 생산능력이 3만5000톤에 그치는 반면 금호폴리켐은 22만톤에 달하고 롯데케미칼이 이태리 베르살리스(Versalis)과 합작해 설립한 롯데베르살리스 역시 9만6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에틸렌, 벤젠(Benzene) 등이 주력제품이지만 금호폴리켐과 롯데베르살리스는 EPDM 등 합성고무를 주력 생산하고 있어 타격의 정도가 다를 것으로 판단된다.
9. 페인트, 국내시장 침체에 해외투자 적극화
국내 페인트 생산기업들이 해외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CC, 노루페인트, 삼화페인트 등 국내 페인트 메이저들은 최근 내수 축소로 국내사업에서 고전함에 따라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사업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수요기업들이 해외 사업장을 국내 혹은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함에 따라 페인트 생산기업들도 베트남 투자에 주목하고 있다.
KCC는 베트남 하노이(Hanoi)에 분체 페인트 공장을 신규 건설했으며 베트남 호치민(Ho Chi Minh)과 인디아, 터키, 중국 베이징과 광저우(Guangzhou) 등에서 국내 수요기업과 협력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노루오토코팅스를 통해 인디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 현재 아시아 16곳, 유럽 2곳 외에 미국과 브라질에도 진출해 있으며 인디아에서는 기아자동차가 현지공장을 통해 자동차 3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어서 페인트를 공급하는 노루오토코팅스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화페인트는 1월일 중국 광둥(Guangdong)에 삼화재료과기유한공사를 설립했으며,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 외에 유통망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8월에는 베트남 동남부 동나이성(Dong Nai) 소재 삼화-VH(SAMHWA-VH) 현지법인에 1만톤 공장을 건설해 생산능력을 10배 확대했다. 삼화-VH 공장에서는 전자소재 플래스틱 페인트와 컬러강판(PCM: Pre Coated Metal) 페인트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밖에 삼화장가항(Samhwa Zhangjiagang), 삼화비나(Samhwa Vina), 삼화인디아(Samhwa India) 등 주요 해외법인들이 전자소재, 중방식, 플래스틱 페인트 분야에서 생산제품 다각화를 도모함에 따라 해외사업 수익이 개선되고 있다.
조광페인트는 중앙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조광페인트는 2018년 9월 몽골 진출에 성공했으며 2019년 7월 울란바토르(Ulaanbaatar)에 5번째 공식 대리점을 내고 중앙아시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몽골 현지 페인트 생산기업들은 저렴한 중국산 페인트가 유입되며 가격경쟁력을 잃고 잇따라 폐업했으며 현재는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1위 국가는 한국으로 약 42%를 점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25%, 중국 18%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조광페인트는 2000년 중국 사무소 개소, 2007년 베트남 현지법인 조광비나(Chokwang Vina)를 설립하는 등 동아시아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한 바 있다.
10. 미세 플래스틱과 바이오화
해양 폐플래스틱 문제 등이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 화학기업들이 플래스틱 리사이클을 적극화하고 있다.
우선, TK케미칼이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병을 이용한 친환경 리사이클 재생섬유 생산에 국내 처음으로 진출한 가운데 태광산업도 동일 분야 진출을 사실상 확정하고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PET병 재생 칩 공장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나 국내 화학섬유 생산기업인 TK케미칼과 태광산업이 동시에 나서면서 원료 자급자족은 물론 환경보호에도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송원산업은 재활용 PE를 50% 함유한 PE백에 자사제품을 포장해 출고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예전부터 독일 패키징 전문기업인 RPC Bpi Nordfolien과 협력해 이미 사용된 산업용 포장재를 비롯한 다양한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재활용 자재를 사용함으로써 20kg 포장용 PE백을 제작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잉크 제거에 필요한 모든 용제 또한 밀폐된 PE 재활용 공정에서 계속 재활용할 예정이다.
화학기업들은 바이오 플래스틱 생산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SK케미칼은 1990년대 초부터 선제적으로 생분해성 소재를 개발했지만 상업화에 성공하지 못했고 이후 2012년 PLA (Polylactic Acid)를 개발했으나 친환경제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환경유해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LA는 현재 개발을 마친 상태이며 파일럿 설비를 통해 테스트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은 바이오 플래스틱 기술개발 및 공정 연구에 주력하며 연구실 수준의 개발은 3-4년 전 완료해 최근 식물성 소재를 사용한 PETG(Polyethylene Terephthalate Glycol) 생산공정 등 양산을 위한 기술 확보 및 검토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미국 곡물 가공기업과 친환경 바이오 아크릴산(Acrylic Acid) 양산기술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으며 앞으로 옥수수에서 추출한 포도당을 활용해 아크릴산을 만드는 연구개발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LG화학은 나프타(Naphtha)-프로필렌(Propylene)-아크릴산-SAP(Super Absorbent Polymer)로 수직계열화하고 있으며 앞으로 ADM과 공동 개발을 통해 생물학적 친환경 원료인 옥수수 성분을 활용해 아크릴산을 생산한다.
SAP는 현재 여수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나 ADM과의 계약으로 북미지역에 바이오 아크릴산 및 SAP 공장 건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삼양이노켐은 군산에서 이소솔바이드(Isosorbide)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1년 8월 말 상업가동을 목표로 800억원을 투자하며 생산능력은 1만톤을 계획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