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산업은 중국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한국과 중국의 2차전지 공급망 진단 및 정책 제언에 따르면, 한국은 원료 조달에서 생산, 재활용으로 이어지는 2차전지 사이클 전체적으로 중국에 뒤처져 있고 앞으로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리튬, 코발트, 니켈 등 2차전지용 광물은 오스트레일리아, 콩고, 인도네시아, 중국을 포함한 특정 지역에 매장량이 집중돼 있으나 중국은 광물을 가공한 수산화리튬, 황산코발트 생산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산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수산화리튬은 중국 의존도가 2018년 65%에서 2021년 84%, 황산코발트는 50%에서 87%로 높아졌다. 특히, 황산망간은 중국산 수입비중이 99%에 달하고 있다.
또 2차전지 제조 경쟁력은 우수하나 4대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은 점유율이 낮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4대 소재 모두 세계 1위 생산국이다.
중국은 LiB(리튬이온전지)보다 코스트가 낮고 안정성이 우수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해 최근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배터리용 광물 중국 의존도 80% 상회
2022년 1-10월 기준 배터리용 니켈·리튬·코발트·망간·흑연 중 중국 의존도가 낮아진 광물은 망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켈은 88.3%에서 99.4%로, 리튬은 55.4%에서 63.2%로, 코발트는 73.7%에서 81.5%로, 흑연은 88.6%에서 93.1%로 상승했다. 특히, 주력제품인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용 전구체는 중국산 수입 비중이 각각 92.6%, 99.9%에 달했다.
양극재 1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구체 1톤과 리튬 0.5톤이 필요하며 2022년 1-10월 양극재용 수산화리튬은 중국산 수입액이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로 6배 이상 폭증해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86.1%에 달했다.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용 전구체도 99.9%가 중국산으로 파악된다.
반면, 중국은 2차전지용 광물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벤치마크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배터리용 광물 채굴 점유율이 리튬 13%, 코발트 1%, 니켈 18%, 망간 8%에 불과했으나 제련제품은 리튬 44%, 코발트 75%, 니켈 69%, 망간 95%를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은 글로벌 매장량의 60%가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에 걸친 리튬 삼각지에 집중돼 있지만 수산화리튬을 중심으로 한 리튬 화합물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2023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하면 완성 자동차는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한 광물을 40% 이상 적용한 배터리를 장착해야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대당 7500달러)을 받을 수 있고 비중은 매년 10%포인트 높아져 2027년 70%에 달하게 된다는 점은 새로운 우려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 국내 양극재 생산기업들은 하이니켈 양극재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광물·소재 밸류체인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캐나다 퀘벡(Quebec)에 양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중심 LG화학·에코프로비엠 증설 경쟁
글로벌 양극재 시장은 NCM, NCA 삼원계와 LFP로 양분된 가운데 국내기업들은 삼원계에서 강점을 나타내고 있다.
배터리 시장조사기업 BMI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삼원계 양극재 생산량은 88만8000톤으로 에코프로비엠 7만5000톤, LG화학 6만1000톤으로 1·2위를 차지했고 삼성SDI 3만5000톤, 포스코케미칼 2만9700톤, 엘엔에프 2만5500톤도 10위권에 포함됐다. 5사 생산량은 총 22만6200톤으로 전기자동차(EV) 25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배터리 소재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 전해액은 2021년 시장이 총 282억달러(약 35조원)에 달했고 양극재가 약 61.3%를 차지해 가장 크고 다음으로 분리막(15.2%), 음극재(13.1%), 전해액(10.3%) 순이다.
국내에서는 에코프로비엠과 LG화학이 양극재에서 강점을 자랑하고 있고 포스코케미칼은 유일하게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포스코케미칼은 2021년 11월 광양 9만톤 공장을 준공했고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61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으로 얼티엄캠을 설립하고 캐나다 퀘벡에 3만톤 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포항에도 6만톤 공장을 건설한다.
음극재도 세종 7만4000톤, 포항 8000톤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포항 공장을 1만8000톤으로 증설해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기업 얼티엄셀즈에 공급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최근 32억달러(약 4조3400억원)를 투자해 미국 테네시에 양극재 12만톤 공장을 건설하고, 엘앤에프 역시 미국 배터리 재활용기업 레드우드머티리얼과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양극재 시장은 2021년 173억달러(약 22조원)에서 2030년 783억달러(약 99조9000억원)로, 음극재는 37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서 142억달러(약 18조1200억원)로 각각 연평균 353%, 28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리막은 2021년 43억달러(약 5조5000억원)에서 2030년 186억달러(약 23조7000억원)로, 전해액은 29억달러(약 3조7000억원)에서 120억달러(약 15조31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스미토모금속, 니켈계 증설에 LFP계도 강화
일본에서는 스미토모금속(Sumitomo Metal Mining)이 배터리용 양극재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스미토모금속은 2025년까지 니켈계 양극재 생산능력을 월 2000톤 늘리고 증설물량은 신규 수요기업에게 공급할 예정이며, LFP계 양극재는 건식을 베이스로 한 독자 프로세스로 양산체제를 확립해 경형 전기자동차 채용을 노리고 있다.
2027년까지 2종의 양극재를 포함 1만톤 이상의 생산체제를 확립할 계획이며 미국에 신규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스미토모금속은 LiB용 NCA계 양극재를 주력 공급하고 있으며 NMC(니켈망간코발트산리튬), 니켈수소전지용 수산화니켈도 생산하고 있다.
니켈 광석부터 생산하는 일관체제를 갖추고 월 생산능력 5000톤에 매출 1800억엔 수준으로 확장함으로써 글로벌 메이저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양극재 생산능력은 2030년까지 월 1만5000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니켈계 양극재는 월 7000톤으로 확대하기 위해 신증설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으며 에히메현(Ehime) 소재 니하마(Niihama) 공장과 이소우라(Isoura) 공장에 다운스트림 공정 기능을 설치할 예정이다.
2027년까지 LFP계까지 추가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월 1만톤대로 확대할 예정이며 최근 전기자동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미국 등 해외에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2022년 8월 발효한 IRA를 통해 자동차 배터리에 사용하는 광물을 미국산 혹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생산제품으로 조달하도록 결정해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켈계는 2025년 증설 공장을 가동할 예정인 가운데 국내외 수요기업들의 니즈에 맞추어 생산품목을 구성할 방침이다. 현재 신규 수요기업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BCP(사업계속계획) 관점에서 소재 공급기업을 다양화하고 있어 기존 수요기업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수요기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LFP계는 Sumitomo Osaka Cement로부터 취득한 기능에 니켈계 노하우를 융합시켜 발전시킬 예정이다.
니켈,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LFP는 전기자동차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채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중국기업들이 도입을 적극화하고 있다.
중국산 LFP는 대부분이 양산성이 우수한 건식(고상공법)으로 생산되는 반면, 스미토모금속 생산제품은 습식(수열공법)을 채용해 코스트에서 불리하다는 평을 받아 고상공법을 베이스로 니켈계 소성기술과 생산관리 노하우 등을 접목시킨 독자 프로세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LFP계를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 공장은 부지에 여유가 있어 일본과 함께 신규 생산라인 건설을 위한 후보지로 주목하고 있으며 경형 전기자동차용으로 제안할 방침이다.
니켈 원료 공급 안정화에 LFP 코스트‧고성능 양립
스미토모금속은 제련 사업에서 니켈 원료 공급 안정화를 위해 환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프로젝트를 모색하고 있으며 중간원료 조달 및 기존 사업장의 광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스케일 업을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은 2027년까지 처리능력을 1만톤으로 확대하고 니켈, 코발트 등으로 조달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는 니켈계 양극재 생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LFP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니켈게 양극재는 필리핀 코랄베이니켈(Coral Bay Nickel)과 타가니토(Taganito) 광산에서 고압산침출공법(HPAL: High Pressure Acid Leaching)으로 제조한 니켈‧코발트 혼합황화물(MS)을 에히메(Ehime) 니켈 공장과 하리마(Harima) 사업장으로 들여온 후 황산니켈 등으로 가공해 생산하고 있다.
최종제품 불순물 제거 프로세스를 확립했으며 일반적으로 운송에 결정화가 필요한 황산니켈을 액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강점을 통해 품질, 코스트 모두 최적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련 사업에서는 니켈 원료 확보를 위해 환태평양 지역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사업 검토를 중단한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대체용 프로젝트를 모색하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후보지를 좁히고 있다.
중장기 프로젝트 확정 전까지는 니켈‧코발트 혼합 수산화물(MHP) 등 중간원료 조달과 코랄베이 니켈 및 타가니토 HPAL 조달을 확대함으로써 수요를 충족시킬 계획이다.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은 독자적인 제련기술을 활용해 니켈, 구리, 코발트, 리튬을 고순도로 회수하거나 재이용하고 있으며 2년 안에 예비 플랜트 가동에 나서고 2025년에는 처리능력 1만톤 체제를 확립할 방침이다.
배터리 소재 사업부는 양극재 생산능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월 생산능력을 1만5000톤으로 확대하기 위해 2025년 가동을 목표로 니하마 공장을 건설하며 2027년까지 해외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LFP계 양극재는 니켈계 양극재 사업을 통해 축적해온 생산관리 기술과 신규 프로세스 도입을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니켈,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LFP계 양극재는 전기자동차 저가격화에 기여할 수 있어 CATL 등 중국기업들이 주로 도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소형 혹은 상업용 전기자동차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