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는 니켈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 전동화를 타고 2차전지용 양극재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양극재 핵심 원료 가운데 하나인 니켈 조달량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니켈 생산국이며 정부가 전동화·전기자동차(EV) 트렌드를 기회로 풍부한 니켈 자원부터 양극재, LiB(리튬이온전지), 전기자동차로 이어지는 서플라이체인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 초 니켈 광석 수출을 금지했으며 인도네시아를 아시아 전기자동차 생산 허브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장량 2100만톤 달하나 고품위 생산은 HPAL 필요
배터리 관련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조달부터 양극재, 배터리, 전기자동차로 이어지는 일관생산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니켈 매장량이 2021년 기준 2100만톤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함께 세계 1위를 다투며 글로벌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정부가 2020년 리튬 광석 수출을 금지한 이후 니켈 제련과 LiB 소재 투자가 본격화돼 2015년까지 1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던 니켈 가공제품 수출액이 2021년 210억달러로 폭증했다.
다만,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니켈은 산화광으로 스테인리스강 원료용 니켈철철(NPI) 등 2급 니켈 원료로 사용되며 배터리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산 황화광을 원료로 제조한 1급 니켈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다.
즉, 인도네시아에 전기자동차 서플라이체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산화광으로도 배터리용 고품위 니켈 회수가 가능한 HPAL(High Pressure Acid Leaching) 제련소 건설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으며 현재 현지에서 니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국내외기업 대다수가 HPAL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2030년 22만톤 체제 완성
포스코홀딩스(대표 최정우‧정기섭)는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에서 2차전지 원료용 니켈 생산에 나섰다.
포스코는 포스코퓨처엠을 중심으로 양극재 사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한국‧중국‧캐나다에서 양극재 생산능력 27만1000톤을 갖추기 위해 니켈 조달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Ningbo Lygend Mining과 술라웨시섬(Sulawesi)에 MHP(니켈‧코발트 혼합 수산화물) 생산이 가능한 제련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MHP는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황산니켈(Nickel Sulfate)을 만들기 위한 중간 원료로, 니켈 함량이 1%인 광석을 황산으로 녹인 후 불순물을 제거하면 함량 40%의 중간재를 생산할 수 있다.
술라웨시 프로젝트는 니켈 12만톤을 포함해 전기자동차 120만대분에 해당하는 6만톤을 상업화하는 내용이며 우선 2025년까지 50%를 가동할 예정이다.
할마헤라섬(Halmahera) 웨다베이(Weda Bay) 산업단지에는 4억4100만달러(약 5709억원)를 투입해 2025년 상업생산을 목표로 니켈 제련공장을 건설한다. 니켈 함유량 기준 5만2000톤의 니켈 중간재(니켈매트)를 생산하며 전기자동차 100만대에 탑재 가능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뉴칼레도니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 이어 인도네시아에도 니켈 공급망을 갖춤으로써 2030년까지 니켈 22만톤과 리튬 30만톤, 양극재 61만톤, 음극재 32만톤 생산·판매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뉴칼레도니아의 원료 생산법인 NMC(Nickel Mining), 국내 제련기업 SNNC와 2023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황산니켈 2만톤 정제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오스트레일리아 니켈 광산·제련기업 레이븐소프(Ravensthorpe Nickel Operation) 지분 30%를 인수한 바 있다.
SK온‧에코프로, GEM과 합작투자 본격화
SK온(대표 지동섭‧최재원)은 에코프로와 합작을 통해 인도네시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온, 에코프로는 술라웨시섬 동부 모로왈리(Morowali) 산업단지에 GEM(Gelin Mei)과 2024년 3분기 가동을 목표로 MHP 3만톤 제련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GEM이 100% 자회사 GEM (Wuxi) New Energy를 통해 참여하고 총 5억달러(약 6473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GEM (Wuxi) New Energy는 인도네시아 자본으로 설립된 싱가폴 Cahaya Jaya Investment, 홍콩 Weiming International과 합작기업을 설립하며 SK온, 에코프로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PAL로 MHP 등 니켈 순도를 50% 이상으로 높인 중간물을 얻고 중간물 함유 니켈은 양극재용 니켈산리튬(NCA) 전구체 및 황산니켈 제조에 사용할 계획이다. 황산 용액을 사용하는 습식 제련 방식이며 10년 안에 전면 가동할 방침이다.
에코프로는 GEM이 2022년 CATL, 한와(Hanwa)와 합작기업 QMB New Energy Materials를 설립해 모로왈리에서 추진한 1번째 HPAL 프로젝트 QMB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2023년 8월 첫 물량으로 400톤을 확보했다.
에코프로는 QMB 지분 9%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6000톤의 니켈을 공급받아 전구체 생산 후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이엠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QMB 프로젝트는 2023년 1월부터 MHP 출하를 시작했으며 2023년 말 2만5000톤을 풀가동하고 이후 MHP 생산능력을 14만톤(니켈광 환산 2만톤), 황산니켈 13만5050톤(니켈광 환산 3만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GEM은 2001년 설립된 중국 전자제품 리사이클 메이저로 선전(Shenzhen)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으며, 중국에서 발생하는 전자폐기물의 10% 이상을 처리함으로써 코발트, 니켈, 구리, 텅스텐(Tungsten), 팔라듐(Palladium) 등 희소금속 및 희토류 회수를 적극화하고 있으며 SK온과는 전구체 합작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부터 자동차기업까지 투자 “열풍”
글로벌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조달부터 양극재, 전기자동차(EV)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GEM이 HPAL을 중심으로 니켈 제련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코발트 메이저 화유코발트(Huayou Cobalt)는 미국 포드(Ford), 브라질 Vale와 술라웨시섬 남서부 포말라아(Pomalaa)에 MHP 12만톤급 제련공장을 건설할 방침이다. Vale 인도네시아 법인이 포말라아 광구 광산에서 나온 광석을 처리하며 2023년 착공해 2026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ASEAN)을 배터리 관련 원료 공급망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특히 2대 생산국인 타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관련기업을 진출시키고 있다.
양극재용 고품질 니켈 잉곳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니켈매트, 니켈·코발트 혼합 황화물(MS: Mixed Sulfide), MHP 생산이 가능해야 하나 기존 인도네시아 제련공장들은 스테테인리스 원료 정련설비 뿐이어서 앞으로도 설비투자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중국의 니켈 종합 생산기업인 Ningbo Lygend Mining과 인도네시아 Harita 그룹의 합작기업인 Halmahera Persada Lygend, 현지 제련기업 Gebe Industry Nickel, GEM‧CATL‧한와 합작기업 QMB New Energy Materials만이 고품질 니켈 잉곳 생산을 위한 제련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우려 요소…
유럽‧미국 자동차기업들은 인도네시아를 니켈 공급망으로 평가하고 있다.
포드는 화유코발트, Vale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포말라아에 MHP 12만톤급 제련공장을 건설할 예정이고, 폭스바겐(Volkswagen)은 배터리 자회사 PowerCo를 통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지고 국영기업을 포함 다양한 관련기업과의 협력 아래 인도네시아에 자동차 배터리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현지 매체들은 폭스바겐이 배터리 공장 건설에 47억유로(약 6조6940억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바겐은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화유코발트, 중국 니켈 메이저 Tsingshan과도 인도네시아에 배터리 소재 합작기업을 설립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화유코발트와는 중국에서 양극재 생산기업 설립도 검토하고 있으며 포드가 인도네시아에서 화유코발트, Vale와 추진하는 HPAL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바스프(BASF)는 2020년 12월 프랑스 광산기업 Eramet와 인도네시아에 MHP 및 MS 제련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Eramet가 보유한 웨다베이 광상에서 채굴되는 니켈과 코발트를 처리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2020년대 중반 가동할 예정이다.
바스프는 Eramet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니켈 4만2000톤, 코발트 5000톤을 공급받을 예정이며 약 26억달러(약 3조3844억원)를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도네시아에서 조달한 원료를 미국 내수용 전기자동차에 사용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를 입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IRA는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자동차 및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자동차) 구입자에게 최대 7500달러(약 975만원)의 세액 공제를 부여하며, 전기자동차에 탑재된 배터리 중 핵심광물은 북미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해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미국과 FTA를 체결해도 IRA가 배터리용 핵심광물 및 부품을 해외 사업체에서 추출·처리·재활용·생산·조립했을 때 혜택을 제한하기 때문에 중국기업과의 합작기업은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윤우성 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