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처리 기술은 물 부족 문제가 심화됨에 따라 급부상하고 있다.
지구온난화, 인구 증가, 산업 발전에 따른 폐수 급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사용 가능한 물은 희귀하기 때문에 깨끗한 물을 안전하게 공급하도록 돕는 수처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물은 사용 후 하수, 산업폐수로 처리되며 유기·무기약품 처리, 중공사막 등을 이용한 막처리, 미생물을 이용하는 혐기·호기처리 등 다양한 수처리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탈탄소 트렌드를 타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에너지로 전환하고 탄소중립 기여도가 높은 혐기처리 기술이 재평가되며 설비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음료·식품 공장의 잔사당화 기술과 혐기처리 기술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이 추진되고 있으며 지구상 존재하는 물 중 97.5%를 차지하는 해수를 담수로 전환하기 위한 RO(역삼투분리)막 해수담수화 프로젝트 건설이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폐수 및 공공하수 재이용 분야에서는 RO막, 중공사막 등을 활용한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LG화학·SK에코, RO막‧AI로 글로벌 공세 강화
국내기업들은 글로벌 수주 경쟁을 통해 수처리 막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세계적으로 18만6000톤에 달하는 물을 RO막으로 정수하고 있으며, 특히 이집트와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등은 물 수요의 50%
이상을 LG화학 RO막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RO막은 TFN(Thin Film Nanocomposite) 기술로 나노 입자를 막 표면에 입혀 세계 최고수준의 염분 제거율 99.89%를 유지할 수 있으며 유량은 경쟁제품보다 20% 많아 높은 압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3년 5월에는 이스라엘 아쉬도드(Ashdod) 해수담수화 프로젝트에 해수 1억톤을 담수할 수 있는 양의 RO막을 공급하기로 계약했으며 지중해를 중심으로 채용실적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 설비에 인공지능(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5월 인공지능 기반 솔루션 ZERO4 wwt(Waste Water Treatment) 파일럿 테스트를 마쳤다.
ZERO4 wwt는 높은 수질 예측 정확도를 활용해 송풍기 적정 출력을 제시해 송풍기 전력 사용량을 20% 절감할 수 있고 오염물질 분해가 어려운 폐수 유입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안내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또 전략 소비량과 온실가스(GHG) 배출량 역시 확인 가능해 수처리 설비 최적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도레이, RO막 판매량 하루 7억3000만명분…
도레이(Toray)는 물 재이용 분야에서 채용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도레이 그룹은 2050년까지 누구나 안전한 공기와 물을 이용하는 자연환경이 회복된 세상 등 4개의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으며 지속가능 비전(Toray Sustainability Vision)을 통해 수처리 막을 활용한 수처리량을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3배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레이는 장소 및 용도가 다른 다양한 물에 대해 RO막, NF막(나노필터막), 중공사 UF막(울트라필터막), 하수처리용 MBR용막 등 여러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

RO막은 균일하게 제어된 직경 1나노미터 구멍으로 해수에 포함된 염분 및 불순물과 물분자를 분리해 해수를 마실 수 있게 하며, 중공사 UF막은 내약품성이 우수하고 강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유입수의 오염물질이 부착돼 막의 성능이 저하되는 파울링(Fouling)성이 낮다는 특징을 보유한 세계 유일의 PVDF(Polyvinylidene Fluoride)막으로 10나노미터 미세공을 이용해 물 속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도레이는 세계 각지에 판매·생산·연구개발 시설을 설치하고 지역별로 최적화된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으며, 도레이 리서치센터(Toray Research Center)에서 수처리막 분석 및 해석을 통해 신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RO법은 UF막으로 전처리한 해수를 가압해 RO막을 통과시켜 담수로 만들 수 있으며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서 오랫동안 주류를 차지했던 해수를 기화·응축시켜 담수를 획득하는 증발법을 대체하고 있다.
설치 비용이 저렴하고 에너지 소비량이 적어 물을 만드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 RO법의 장점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증발법보다 약 80% 감축 가능하다.
도레이는 글로벌 RO막 판매량이 하루 1억500만입방미터에 달하고 있다.
7억3000만명이 공업용수 포함 생활용수로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글로벌 물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UF·RO로 물 재이용 수요 대응
도레이 수처리 기술은 글로벌 물 스트레스(갈수) 대책으로 주목되는 물 재이용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물 스트레스는 물 부족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발생하는 상태를 가리키며 최저수준은 1인당 1700입방미터로 파악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따라 2025년까지 3명 중 2명이 물 스트레스 지역에 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하수·폐수 등을 적절한 방법으로 처리한 후 수세식 화장실, 가드닝, 조경용수, 청소, 농업, 음료수로 재이용하는 트렌드가 확대되고 있다.
물 재이용 선진국 미국에서는 하수·폐수를 고도처리해 수질정화용(Environmental Buffer)으로 지하와 저수지 등에서 재사용하는 간접음용 이용(IPR: Indirect Potable Reuse)이 확대되고 있으며 고도처리수에만 한정한 직접음료이용(DPR: Direct Potable Reuse)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IPR 및 DPR을 위해서는 매우 깨끗한 물이 필요해 UF막과 RO막으로 처리한 후 고도산화처리와 염소처리 등 다양한 기술을 조합해야 하고 엄격한 수질 목표치에 대응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2011-2017년 연속으로 가뭄이 발생하는 등 갈수 위기가 커지고 있으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짐에 따라 20세기 초부터 재생수의 음용 외 이용을 시작했고 IPR에 대한 계획적인 음용이용을 실시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저수지에 적용된 순환 방식을 통한 IPR Pure Water San Diego는 도레이 UF막, RO막을 활용한 종합처리 시스템(IMS)이 사용됐으며 1일당 수처리량은 15만입방미터에 달하고 있다. 샌디에이고에서는 장기간의 가뭄을 겪는 동안 인구가 급증하면서 물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고 있으며 도레이는 도합 6년 동안의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물 재생설비 내구성과 안전성 등에서 높은 신뢰성을 인정받아 채용실적을 확보할 수 있었다.
샌디에이고 IPR은 2030년 물 수요의 40%를 하수·폐수를 재이용해서 충족시킬 계획이다.
IMS는 처리수량 5만6000입방미터에 달하는 로스앤젤레스 Albert Robless Center에서도 채용됐으며 샌디에이고는 산업폐수, 공공하수의 약 10%를 재이용해 2030년까지 물 재이용을 30억입방미터로 확대하고 DPR까지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은 소비량보다 많은 물을 확보하는 워터 포지티브(Water Positive) 실현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유니레버(Unilever) 등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로 물 재이용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도레이는 글로벌 물 수요 증가 전망에 대응해 재이용 용도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수처리 막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IHI, 탄소중립 타고 혐기처리 시장 공략
IHI는 혐기처리 설비를 중심으로 수처리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IHI그룹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겪으면서 2020-2022년을 환경 변화에 발맞춘 사업변혁을 위한 준비·이행기간으로
결정하고 2021년까지 추진한 경영계획 수정 버전인 Project Change를 추진하고 있다.
성장사업 창출을 위해 항공기, 탄소 솔루션, 보전·방재, 재난피해 축소 분야를 주목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CO2) 감축, 생산·소비지역 일체화 인프라 완성을 계획하고 있다.
IHI그룹은 발전용, 산업용 보일러 등 에너지 플랜트 건설을 중심으로 자원·에너지·환경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탄소 솔루션 성장에 대비해 2021년 사업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발전용 보일러 등 에너지 플랜트 사업을 담당하는 탄소 솔루션 SBU를 설치하고 각종 플랜트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지원하는 IHI 플랜트(IPC)를 설치했으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종합적인 수처리 기술 솔루션을 주력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IHI는 다양한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혐기·호기처리 설비 등 수처리 과정 전반에 걸쳐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식품·음료·화학 등 산업폐수 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혐기처리 설비 IHI-IC 리액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뿐만 아니라 보일러 설비에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산소 없이 메탄생성균(Methanogen)군을 유지하는 과립(Granule)을 이용한 고성능 혐기성 처리장치로 2단 세틀러(Settler: 기체·고체·액체 분리장치)에서 바이오가스(기체), 과립(고체), 처리수(액체)를 3층 분리해 과립이 유출될 리스크를 크게 낮추었고 고속처리가 가능해 식품·음료·맥주 공장 및 화학기업 등에서 배출되는 고농도 유기성 폐수 처리에 적합한 것으로 파악된다.
혐기처리 후 진행되는 호기처리 공정에서 폭기조(Aeration Tank)의 호기성 미생물에 산소를 공급해 수성 유기물을 분해할 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나 IHI-IC 리액터로 BOD(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 농도를 낮추면 호기처리 공정 산소투입량을 줄여 부담을 경감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들게 된다.
또 유기물 처리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메탄가스)를 에너지원으로 회수해 이용하기 때문에 증기용 보일러 및 자가발전설비 등에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호기처리, 멤브레인 설치로 차별화
IHI는 혐기처리 설비 사업에서 신규 수요 개척을 위해 최신형 IHI-ICX 리액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ICX 리액터는 부품 모듈화를 통해 구형 UASB(Upflow Anaerobic Sludge Blanket) 등 기존 혐기처리 탱크를 활용할 수 있어 동일 용량으로 처리능력을 2배로 늘릴 수 있으며 건설 코스트를 줄일 수 있다.
IHI는 2021년에 나라현(Nara) 소재 식품 생산기업 Sanwa Starch에게 최초로 ICX 리액터를 납입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음료·식품 생산기업들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유휴 탱크가 증가했기 때문에 기존 혐기처리 설비를 대체하기 위한 수요를 발굴할 계획이다.
호기처리 설비 분야에서는 기존 폭기조에 멤브레인(MBR)을 설치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호기처리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거대한 폭기조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송풍기로 공기를 불어넣기 위해 대량의 전력을 소비하고 남은 슬러지 처리 비용까지 추가적으로 소모되나 MBR 막처리를 활용하면 폭기조에서 사용하는 전력 코스트를 줄일 수 있으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폭기조가 차지하는 공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활성 슬러지를 줄여 슬러지 처리에 드는 작업부담을 줄일 수 있다.
IHI그룹 산하 IPC는 식품, 맥주, 차, 커피, 와인 등 음료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고형 잔사물을 액화(당화)시켜 배수처리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탄소중립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국제농림수산업연구센터(JIRCAS)가 보유하고 있는 미생물 당화기술과 IHI-IC 리액터를 조합해 셀룰로스(Cellulose)계를 이용하지 않는 바이오매스를 메탄화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료, 비료로 사용되는 맥주 공장 보리 찌꺼기 등을 당화·액화한 다음 수처리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가스 발전 등에서 이용하는 실증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2023년 상업용 플랜트를 가동하고 2024년에는 보리 찌꺼기 외의 다른 잔사를 대상으로 사업화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며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IPC는 수처리 설비 수주액 대부분을 혐기처리 설비가 차지하고 있으며 세트 공급을 통해 호기처리 설비 판매를 확대하고 당화 리액터 등 신기술 확립을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함으로써 5년 안에 채용실적 50억엔(약 474억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있다.
IPC는 IHI그룹 수처리 기술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하고 이산화탄소 감축 시뮬레이션 I-CREST의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윤우성 기자: yys@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