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U, 신차 제조 시 재활용 소재 채용 요구 … 산관학 연계 강화 시급
세계 각국이 자동차용 플래스틱 리사이클 규제를 준비하고 있어 주목된다.
유럽위원회는 기존 ELV(폐차처리지침)를 강화해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신규 자동차를 제조할 때 리사이클 플래스틱 사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유럽 자동차산업협회(ACEA)는 현재 리사이클 기술이 부족해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규제안에 반대하고 있으나 BMW가 Car2Car, 아우디(Audi)는 MaterialLoop 프로젝트를 통해 리사이클기업이나 각국 정부와 연계하며 리사이클 대응에 나서고 있어 기술 발달 수준에 맞추어 규제 강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배터리 규제를 통해서도 리사이클 원료를 일정 비중 이상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인디아 역시 2026년 4월부터 자동차기업들이 신규 자동차를 제조할 때 폐차에서 리사이클한 소재를 20%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의무화 비중은 2026년 20%, 2027년 30%로 꾸준히 상향 조정하며 자동차기업들은 신규 자동차 제조 시 리사이클 소재를 몇킬로그램 사용했는지를 나타내는 EPR(연장된 생산 책임) 증명서를 확보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SK지오센트릭이 한국환경공단과 폐차장 폐플래스틱 CR(Chemical Recycle) 원료 공급망 구축 및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폐차에서 나오는 PP(Polypropylene), PS(Polystyrene) 등을 CR에 적합한 원료로 분리해 유럽 탄소국경세(CBAM) 대응을 강화할 계획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세계 각국의 자동차용 플래스틱 리사이클 규제에 대비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이 참여하는 산관학 컨소시엄을 출범시켜 자동차를 부품 혹은 소재 단위로 해체하는 기술과 유해물질 포함 플래스틱을 선별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동차부품 해체 시 수술‧재활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할 계획이어서 신규 시장 창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플래스틱 선별을 위해서는 유해성이 높은 잔류성 유해오염물질(POPs) 근절을 목표로 한 스톡홀름 POPs 조약을 중시하고 있다. 자동차용 플래스틱에는 첨가제가 다량 사용되기 때문에 현재는 재이용 가능한 소재라도 POPs 조약에 따라 사용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부품 분야에서는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한 리사이클 소재 사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도요다고세이(Toyoda Gosei)는 폐차를 해체해 회수한 플래스틱 부품에 독자적인 배합·혼련기술을 적용해 신규 생산제품과 동등한 물성을 보유한 리사이클 소재 50%의 PP 컴파운드 소재를 개발했다.
2024년 발매 예정인 자동차 모델 채용을 계기로 리사이클 소재 베이스 컴파운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며 개발제품은 자동차 내장용과 외장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리사이클 소재 비율을 50%까지 높이면 신규제품과의 물성 차이가 매우 커지나 도요다고세이는 소재부터 설계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업체계의 강점을 활용해 물성 격차를 메우는데 성공했다.
탈크(Talc)와 고무 성분을 늘려 강성과 내충격성을 개선하는 독자적인 배합설계 기술과 성형조건 등의 노하우를 적용해 100% 신규제품 대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40% 줄이면서 기존 폐차 소재 베이스 컴파운드의 3배에 달하는 내충격성을 달성했으며 리사이클 소재 특유의 냄새도 탈취처리를 거쳐 95% 제거하고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도 감축했다.
리사이클 소재 50% PP 컴파운드는 2024년 발매되는 자동차 내외장 부품용으로 채용되며 당분간 일본 생산 모델을 대상으로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2030년 EU의 ELV 개정에 대비해 리사이클 소재 사용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자동차 그릴 내장 부품 및 브래킷 등을 시작으로 의장 부품으로 용도를 확대할 계획이며 색상을 조정하면 도장부품으로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요다고세이는 또 현재 공급하고 있는 인스트루먼트 패널 뿐만 아니라 2030년을 목표로 리사이클 컴파운드 소재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범퍼에 리사이클 소재 컴파운드가 채용되면 자동차 중 리사이클 소재 비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양산체제 정비 및 생산위탁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독자적인 CNF(Cellulose Nano Fiber)를 배합한 고강성 바이오매스 베이스 소재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3년 9월 PP 범퍼 파쇄제품에 CNF 마스터배치를 배합한 소재로 도요타(Toyota Motor) 렉서스의 오프로드 버기용 후드, 본넷, 프론트 범퍼용 등으로 채용을 확보했다.
아울러 CNF로 강화한 물류 박스를 2022년부터 사내 공정에 도입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고 있으며, 앞으로 탈크를 CNF로 대체한 재생 PP의 코스트다운 및 탈크 대신 해수 베이스 수산화마그네슘을 이용한 섬유로 보강한 경량 플래스틱 소재도 개발하고 있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세계 주요 시장 흐름에 맞추어 리사이클 소재 채용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으나 정부 차원의 지원 없이 단독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부분이 많아 강력한 산관학 연계가 요구되고 있다. (강윤화 책임기자), (윤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