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에틸렌 생산량이 월 40만톤을 오르내리고, 스팀 크래커 가동률도 80% 수준을 맴돌고 있다.
에틸렌 생산능력이 600만톤을 웃돌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지경이다. 일본 종합화학기업들이 스팀 크래커 통폐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이유이다.
스팀 크래커 가동률은 2022년 8월 이후 25개월 연속 90%를 밑돌고 있다.
일본은 개인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자동차 생산 감소까지 겹침으로써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계속 줄어들고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석유화학 유도제품 생산 확대로 차별화를 강화하고 글로벌 자동차, 전기․전자, 반도체 소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발 공급과잉의 태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4년 들어서는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을 중심으로 한 기초유분, PE․PP․PVC․PS가 중심인 합성수지 생산이 부진한 것은 물론 합성고무, 합섬원료는 명맥을 잇기도 힘든 상태이다.
일본은 2021년까지도 스팀 크래커 가동률이 90%를 웃돌았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2022년 이후에는 85%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저성장으로 돌아섬과 아울러 중국이 자급화 투자를 적극화함으로써 수출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뒤를 이어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인디아 수출이 희망일 뿐 동남아도 자급화 투자를 서둘러 갈 길이 막막해지고 있다. 특히, 중동이 유럽 시장을 장악한 것도 부족해 중국, 동남아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도 셰일가스 베이스 에탄 크래커를 확장하면서 PE, PVC를 중심으로 유럽, 중국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 화학기업들이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마당이니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생산하는 석유화학제품도 아직 범용 일색이고 각종 화학소재 생산은 일본에 한참 뒤져 있어 스팀 크래커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태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이 고전하는 와중에서도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하거나 소폭 적자에 그치는 반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대부분 대규모 적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이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정책을 실행함으로써 중국 수출이 살아나고 있다고 반색하고 있으나 일시적 현상일 뿐 고도 성장기와 같은 수출 호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중국의 자급률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석유화학 사업이 부진하자 MMA를 중심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에서 철수하고 독자 개발한 큐멘공법 PO 프로세스를 라이선스함은 물론 현재 개발하고 있는 CR(Chemical Recycle) 기술과 바이오 원료화 공법 라이선스를 준비하는 등 사업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일방적인 중국 짝사랑에서 벗어나야 하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범용제품은 퇴출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먹혀들 수 있는 고부가가치화․차별화 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벤처기업과의 협업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던 자립경영 체제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