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오랜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 화제이다.
나프타를 구하지 못해 스팀 크래커 가동률을 낮추어야 하는 비참한 상황에서도 어떻게 흑자를 기록했을까 하고 의아해하는 국민이 많다. 하지만, 석유화학산업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은 정반대이다. 이란 전쟁으로 석유화학제품 수급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쥐꼬리 수익을 올렸다니 참으로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고 혀를 찬다.
롯데케미칼은 2026년 1분기에 매출액 4조9905억원, 영업이익 735억원을 올려 2023년 3분기 이후 10분기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란 사태 직전인 2025년 4분기 4339억원의 영업손실에 비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으나 기대를 한참 밑돈 것이 사실이다.
LG화학은 1분기에 연결 기준 매출액 12조2468억원, 영업손실 497억원으로 적자를 탈피하지 못했으나 석유화학 사업부는 매출 4조4723억원, 영업이익 1648억원으로 흑자를 올렸다. 2025년 4분기 영업적자 2390억원에 비하면 크게 개선됐으나 역시 기대를 밑돌았다.
여천NCC를 합작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화솔루션도 케미칼 부문 영업이익이 341억원으로 2023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DL도 1분기에 112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에틸렌, 프로필렌 급·폭등을 감안하면 쥐꼬리 수준이다.
석유화학을 모르는 문외한들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나프타를 구할 수 없음은 물론 나프타 거래가격이 톤당 1000달러 수준으로 전쟁 이전에 비해 2배 가까이 치솟았는데 어떻게 흑자를 기록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나프타 거래가격이 치솟으면 나프타에서 파생되는 에틸렌, 프로필렌이 급등함은 물론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는 폭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시 말해 나프타 조달에 차질이 없다면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2026년 흑자로 2-3년간의 적자를 모두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무모하고도 합리성이 결여된 석유화학 구조조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부가 재벌을 길들이는 방법으로 석유화학을 택했고, 국내 석유화학 생산능력 감축이 유일한 해법인 양 구조조정을 밀어붙인 작업이 석유화학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이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금융권을 동원해 대출금 환수 카드로 옥죄기 시작했고, 대산단지를 필두로 에틸렌 생산능력 감축에 동의하면서 구조조정을 본격화했으나 자금 여유가 없어진 석유화학기업들이 나프타 재고를 확보하지 못해 가동률을 더욱 낮춰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국내 정유기업이 생산하는 나프타 수출을 규제하면서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으나 별다른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단적으로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대산공장만 가동하는 체제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산공장 가동률을 73%에서 83%로 올리는데 그쳤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을 따르더라도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생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에틸렌 생산능력을 300만-400만톤 감축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만 중국이 에틸렌 생산능력을 8000만톤, 1억톤으로 확대하는 국면에서 별 의미가 없고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위상만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기초유분 생산능력을 감축하는 대신 3차, 4차 유도제품 생산을 늘려 고부가화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하루 아침에 가능하지도 않다.
석유화학 코스트를 감축해 경쟁력을 되살리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나 정부는 관심이 없다. 나프타를 저가에 조달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거나 에탄을 중심으로 생산체제를 재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