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판매가격 관련 담합 의혹을 받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8월5일 LG화학, 한화솔루션,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 등 화학기업 7곳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7사는 이란 전쟁의 영향으로 나프타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PVC, 가소제, 가성소다, 염산 등 8개 화학제품 판매가격 인상을 사전에 협의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6년 2월 하순 이란 전쟁이 터지고 난 직후 여러 플래스틱 가공제품 생산 차질이 표면화되면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판매가격 및 공급 담합 의혹이 불거졌다.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재활용 봉투를 시작으로 각종 건축자재는 물론이고 심지어 의료용품까지 합성수지 공급 담합을 의심케 하는 사태가 비일비재했다. 온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프타 공급 차질을 이유로 담합을 자행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만 공급이 부족했을 뿐 에틸렌, 프로필렌 등 올레핀과 LDPE, LLDPE, HDPE, PP, PVC, PS, ABS 등 합성수지는 생산 차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으며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만한 문제도 없었다.
다만, 핑계를 삼을만한 요인은 하나 있었다. 정부가 2025년 가을부터 생산능력 과잉을 문제 삼아 에틸렌 생산 감축을 밀어붙이고 있었고, 그에 따라 석유화학기업들이 NCC를 중심으로 가동률을 낮출 수밖에 없어 일부 생산 차질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국내 석유화학제품 수급은 폴리머 기준으로 생산량의 60-70%를 수출하고 내수 공급량은 3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부 압박으로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유로 부적합했다. 특히, 당시에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이 극심해 정부의 압박이 아니더라도 풀가동이 불가능했고 내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만한 요인은 없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당장의 나프타 공급 차질이 2-3개월 후 올레핀, 합성수지 생산 차질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플래스틱 원료 공급을 조절함으로써 플래스틱 가공제품 공급 차질을 유도한 것이다. 합성수지 유통을 담당하는 유통상들과 플래스틱제품 생산기업들의 장난도 일부 개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플래스틱 원료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판매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카르텔은 생산기업들이 담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유통상은 2차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이고, 플래스틱제품 생산기업들은 3차적인 요인일 뿐이다. 국내 시장은 석유화학기업들이 담합하지 않으면 공급 차질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석유화학기업들의 판매가격 및 거래선 지정 카르텔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어서 새로울 것은 전혀 없다. 1990년대 이전에는 국내 생산이 턱없이 부족해 부르는 것이 가격이었고, 이후 투자 자유화 바람을 타고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했으나 삼성·현대가 참여한 뒤 공급과잉이 극심해 산업통상부(당시 상공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묵인 아래 공급 및 판매가격 담합을 시행했고 오늘날까지도 공급선이 거의 굳어져 플래스틱 가공기업들은 사실상 하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6년 하반기부터 석유화학산업 담합 근절을 위해 전담팀을 운영한다고 발표했으나 실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공정위는 2000년대 들어 합성수지 카르텔을 마지못해 적발하고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했고 해당 임직원을 고발해 형사처벌토록 했으나 아직도 합성수지 거래선 담합을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다. 2026년 플래스틱 가공제품 공급 차질 사태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강제적 구조조정이나 카르텔로 연명할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체질 개선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