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화학기업들이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구조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화학산업은 버블경제였던 1980년대 후반 구조적 불황이 다소 해소됐으나 거품붕괴 후 수익환경이 재차 악화됐기 때문이다.
일본 화학기업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55년 동안 이어져온 정권이 1993년 교체됨에 따라 다른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합성수지 사업을 통합 또는 분리함으로써 석유화학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합성수지는 1990년대 초반까지 PE (Polyethylene), PP(Polypropylene) 14사, PS(Polystyrene) 9사, PVC (Polyvinyl Chloride) 15사가 존재했으나 2000년대 이후 통합으로 2015년에는 PE 8사, PP 4사, PS 3사, PVC 6사로 감소했다.
통합 움직임은 화학기업 합병으로 이어져 Mitsubishi Kasei와 Mitsubishi Petrochemical이 1994년 합병을 결정해 Mitsuibishi Chemical이 탄생했다.
1997년 Mitsui Toatsu Chemicals과 Mitsui Petrochemical이 합병해 Mitsui Chemicals(MCC)이 탄생했다. MCC는 Sumitomo Chemical과의 합병도 검토했으나 2003년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에는 아시아 국가들이 성장해 아시아 투자 열풍이 일어났고 한국, 타이완 석유화학산업이 부흥기를 맞이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중국투자 광풍이 불어 시장구조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아시아 석유화학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함에 따라 일본기업들은 아시아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으로 글로벌 메이저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업구조 전환의 필요성이 부각됐고 합병 등 구조재편을 가속화했다.
1990년대 초 석유화학 구조재편이 활발한 가운데 55년 정권체제가 종료됨에 따라 통상산업성 지도를 통한 호송선단 방식의 시대가 끝나고 독자적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시대에 진입했고, 화학기업들도 획일적인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강점 분야에 경영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움직임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컴퓨터, 디지털가전 보급과 함께 반도체, 정보전자 소재가 고도화함에 따라 화학기업들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정보전자 관련사업을 육성하는데 주력했으며, FPD(Flat Panel Display) 및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크게 개화했다.
일본은 버블경제 붕괴 후 계속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2011년 동북지방 대지진과 원전사고 등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으며, 특히 제조업은 높은 국제유가 및 엔화 강세의 영향으로 경쟁력이 크게 저하됐으나 2013년 12월 출범한 제2기 아베정권의 아베노믹스를 계기로 엔화가 약세로 전환됐고 2014년 하반기부터 저유가 기조가 계속돼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사업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인터넷 보급 확산은 정보 플랫화로 불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IT 발달과 함께 LCD(Liquid Crystal Display) 보급 및 스마트폰 등 정보단말기기 발전도 이루어져 스마트폰에도 탑재되는 LCD 부재는 일본 화학기업들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큰 수익성을 올리고 있다.
자동차 등 모빌리티도 일본 화학기업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자동차에 대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연비 향상에 기여하는 경량화 소재 및 친환경 자동차에 탑재하는 2차전지 등 첨단소재의 성능 향상이 요구되고 있어 일본 화학기업들이 기술력, 개발능력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세계 인구가 2050년 100억명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원·에너지, 식량, 물 공급부족이 현저화해 21세기 인류의 지속 가능성이 큰 과제로 주목되고 있는 것도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화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의료, 진단 분야에서 새로운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화학은 다양한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학산업 기반의 소재 및 기술혁신을 통해 LiB(Lithium-ion Battery) 및 LED(Light Emitting Diode), 태양광 패널,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 등 에너지 절약·기술제품, 비료, 농약, 식물공장 등 차세대 농업기술, 고기능성 막 등 수처리기술, 각종 질병에 대한 진단시약, 의약품 등 다양한 솔루션을 끊임없이 창출해왔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궁극의 에너지 절약 기술로 평가되고 있는 인공광합성 기술 및 본격적인 재생의료를 실현할 생체 적합 소재, 사물인터넷(IoT) 보급에 필수적인 고도 센서 등 화학 관련 새로운 솔루션을 통해 과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