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은 기초유분을 비롯해 BTX, 중간유분, 합성수지, 합섬원료, 합성고무 등 여러 가지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각종 다운스트림으로 이어지는 화학산업의 중심축이다.
하지만, 스팀 크래커를 가동하고 있는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이 중심이고 나머지는 부수적인 것으로 치부하기 일쑤이다. 에틸렌의 비중이 막중하기 때문으로, 에틸렌의 수익성에 따라 석유화학 사업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따라서 석유화학기업들은 에틸렌 가격을 끌어올려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여념이 없다. 최근에도 스팀 크래커의 정기보수가 마무리돼 공급과잉으로 전환될 것이 확실한데도 불구하고 에틸렌 현물가격이 FOB Korea 톤당 1200달러로 치솟았다. 7월 초에도 900달러 안팎으로 약세를 지속했으나 불과 한달만에 300달러 가까이 폭등했다.
무역상을 중심으로 스팀 크래커의 정기보수 시즌을 맞아 공급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폭등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포모사가 8월 중순 에틸렌 120만톤 크래커의 정기보수에 들어간 것을 제외하고는 공급이 줄어들만한 요인을 찾을 수 없다. 오히려 대한유화가 각종 사고로 가동하지 못했던 에틸렌 80만톤 크래커를 정상 가동하고 아시아 각지에서 정기보수에 들어갔던 크래커들이 재가동함으로써 공급과잉이 확실시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에틸렌 유도제품인 SM이 호조로 전환되고 MEG가 양호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에틸렌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핵심 유도제품인 PE가 저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에틸렌 수요가 크게 증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PE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농업용 필름 생산시즌을 맞아 구매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등 사실과는 거리가 먼 잡다한 구실을 만들었으나 PE 현물가격은 10-20달러씩 2-3주간 상승한 후 곧바로 하락세로 전환됐다. 3/4분기 중반에 접어들어 PE 수요를 끌어올릴만한 요인이 없어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PE-에틸렌의 스프레드는 마이너스 14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중합코스트 150달러를 고려하면 마진이 마이너스 290달러에 달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적자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에틸렌은 1200달러를 넘어설 기세이다. 에틸렌 현물가격을 끌어올리면 원료코스트 압박이 거세져 PE를 비롯해 SM, MEG 가격이 덩달아 상승함으로써 석유화학 전체가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된 그릇된 전략이 빗어낸 참극이 아닐까 생각된다.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고 나프타가 동반 상승하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국제유가가 강세를 지속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나프타 역시 중동, 유럽, 인디아의 과잉물량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에틸렌과 동조현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에틸렌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동안 PE가 엄청난 적자에 시달리고, PS 및 ABS가 강세를 유지하기 위해 장기간 가동률을 낮춤으로써 SM 수요 부진으로 이어지며 MEG 역시 폴리에스터 체인 전반의 침체국면에서 나홀로 강세를 자속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자칫하면 PE에 이어 SM, MEG까지 적자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SM, PS, ABS나 MEG는 수요 호조가 아니라 가동률 조정에 따른 반사효과가 작용했다는 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즉, 에틸렌 수급이 타이트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무역상들은 Shell의 유럽 크래커 불가항력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터무니없는 억지일 뿐이다.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이 2억톤을 넘보는 가운데 유럽 100만톤 크래커의 가동중단이 아시아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에틸렌의 강세가 만사를 해결하는 척도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전략이다.
<화학저널 2017년 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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