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미국‧중동산 수입으로 전환 … 아시아, 수급 타이트 불가피
우크라이나 사태가 아시아 석유화학 시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유가와 나프타(Naphtha) 가격이 폭등하며 에틸렌(Ethylene) 크래커 가동률이 하락했고 중국-러시아 사이의 화학제품 거래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러시아와 무역량이 많은 유럽지역은 에너지, 화학제품 서플라이체인의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
앞으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나서며 유럽이 러시아산을 대체해 미국산과 중동산을 집중 구매하면 아시아는 수급이 타이트해질 수밖에 없어 시황 급등이 예상된다.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은 중국의 나프타 내수가격이 3월 둘째주 톤당 9300-9400위안으로 전주대비 4-5% 급등함에 따라 기초화학제품과 합성수지도 조만간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SM(Styrene Monomer)과 일부 나일론(Nylon) 등은 나프타와 비슷한 수준의 급등세를 나타내며 인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춘절 연휴 전후로 에틸렌 정기보수를 집중적으로 진행하며 이미 2021년 12월 중순을 저점으로 화학제품 가격이 완만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타격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화학기업으로부터 올레핀류를 수입해 중국에 공급하는 일부 무역상은 아직 영향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음에도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앞서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석유화학기업들은 국제유가와 나프타 폭등에 대응해 에틸렌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현재까지 인도네시아 CAP(Chandra Asri Petrochemical)와 롯데티탄(Lotte Chemical Titan)의 말레이지아 크래커, PTT Global Chemical(PTTGC) 및 SCG(Siam Cement Group) Chemicals의 타이 크래커 등이 가동률을 80-90% 수준으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Sinopec Maoming Petrochemical이 마오밍(Maoming) 소재 No.1 에틸렌 45만톤 및 No.2 에틸렌 85만톤 크래커의 가동률을 75%로, Sinopec Qilu Petrochemical은 지보(Zibo) 소재 에틸렌 95만톤 크래커를 70%로, Sinopec Beijing Yanshan Petrochemical은 에틸렌 90만톤 크래커를 77%로, Sinopec SECCO Petrochemical은 진산(Jinshan) 소재 에틸렌 120만톤 크래커를 87%로, Sinopec Zhenhai Refining & Chemical은 전하이(Zhenhai) 소재 No.2 에틸렌 105만2000톤 크래커의 가동률을 80%로 낮춘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현물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어 4월에는 아로마틱(Aromatics) 거래가 거의 중단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5월 이후에도 당분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동남아시아 화학 시황 자체는 3월 둘째주 기준으로 크게 변동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동남아시아 가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내수가격이 급등했으나 정기보수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중국은 최근 업스트림 수요가 꾸준한 반면 다운스트림은 춘절 연휴 종료 이후로 증가세가 약화됐고 수요기업들이 춘절 연휴 직전까지 재고를 축적했기 때문에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대량 수입하고 있으나 원유에 대해서는 수입금지 조치를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브렌트유(Brent)는 유럽의 제재 영향으로 3월 둘째주 배럴당 139달러로 폭등했으며 유럽 나프타 가격도 톤당 1100달러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나기 전이었던 2월 중순에 비해 30% 폭등했다.
원유 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석탄도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서시베리아에서 역청탄, 무연탄 등 양질의 석탄을 다량으로 생산해 중국, 일본의 시멘트 공장과 제철소, 공장 자가발전용으로 공급해왔으나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여파로 거래가 중단되고 있어 수요기업들의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은 당분간 역외물량 유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에너지 뿐만 아니라 화학제품과 나프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러시아산 수입에 의존해 경제제재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특히, 메탄올(Methanol)은 러시아산이 글로벌 공급량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유럽 메탄올 거래가격이 2월 중순 톤당 350유로 이하에서 3월 초에는 450유로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장기화되고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에너지 및 화학제품 수입을 계속 제한하면 아시아‧태평양도 영향을 받을 것이 불가피해지고 있다.
중동산 화학제품은 중국과 동남아에서 일정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이미 인상 폭이 큰 유럽에 집중적으로 투입되고 있어 아시아 유입량 감소가 예상된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