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생에너지보다 전력 사용량 많아 … REC 구매 대체 불가피
삼성전자가 RE100(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가입을 확정하면서 재생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9월16일 신환경경영전략 간담회를 열고 2050년 글로벌 이니셔티브 RE100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신환경경영전략에는 2030년까지 반도체 공정가스 효율 개선 기술 개발 및 처리시설 확충, 폐열 활용 및 전기열원 도입을 통한 LNG(액화천연가스) 연료 감축, 초저전력 반도체 개발을 통한 소비전력 절감, 2050년 플래스틱 부품에 재생수지 적용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RE100은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수력 등 일부 재생가능 에너지만 허용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유진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광 발전 비중은 44.8%로 가장 높고 바이오가 23.1%, 수력이 9.0%, 풍력이 7.3%로 뒤를 잇고 있다.
다만, 바이오에너지는 곡물 경작지 확대에 따른 삼림 훼손, 온실가스 배출 증가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의 RE100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풍력 및 태양광 설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미국이 발표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EU(유럽연합)의 REpowerEU 정책, 삼성전자의 RE100 가입 선언이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미국의 IRA 통과로 공격적인 투자를 결정했다. 약 2조4000억원에 달하는 태양광 셀·모듈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생산능력은 9GW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태양광용 EVA(Ethylene Vinyl Acetate) 시트 30만톤 생산설비 건설을 위해 GS에너지와 59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효성첨단소재는 2022년 7월 풍력발전기 블레이드에 투입되는 탄소섬유 생산능력 6500톤을 확보했으며 2028년에는 1조원을 투자해 2만4000톤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생산기업 300개를 대상으로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14.7%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수요기업들이 공급기업들에게 탄소중립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도 국내기업들의 수출 판로 방어를 위한 동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 시장 모두 2-3년 안에 재생에너지 설치량이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산업용 전력 비중은 50%를 상회하고 있으며 RE100 달성을 위해서는 풍력과 태양광 설치량이 250GW 이상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기업들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정부도 재정적, 제도적 지원을 미룰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수소경제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태양광 및 풍력을 통한 국내기업들의 RE100 달성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 지형 특성상 풍력 및 태양광 발전 가용면적이 해외 대비 매우 좁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는 하나 2020년 기준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이 국가 총 발전량의 3.9%에 불과한 것도 한계점으로 꼽히고 있다.
연구원들은 “국내기업들의 RE100 가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면서도 “재생에너지는 국가별로 지역 및 날씨에 따른 에너지 불균형이 심각하며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수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100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RE100을 선언한 배경에는 글로벌 수요기업들의 탄소중립 요구가 확대되며 불가피하게 수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가온실가스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0년 전력 사용량이 27.0TWh로 국내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인 22.4TWh를 웃돌았다.
바이오에너지 발전량인 9.9TWh를 포함하면 삼성전자의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으나 SK하이닉스 전력 사용량 역시 23.4TWh로 태양광 및 풍력 발전량을 상회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요 수출기업들의 전력 사용량은 47.9TWh에 달한다.
APG(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 박유경 홍콩법인장은 “삼성이 진정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정부를 압박하고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김수진 부사장은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재생에너지 공급계약(PPA), 직접 지분투자 등 다양한 옵션이 도입된 상태”라며 “활용가능한 모든 수단을 고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인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