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개발·생산 전략적 제휴 … 2030년 850억달러로 성장
인디아가 새로운 반도체 대국으로 등극할지 주목된다.
지나 레이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은 2023년 4월10일 인디아와 반도체 서플라이체인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미국은 합작 프로젝트나 기술 제휴, 생산기지 개발, 공동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형태로 인디아 반도체산업 육성을 지원하고 인디아는 거액의 보조금 지급을 통해 반도체 공장 유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22년 통과한 반도체 및 과학법(칩스법: CHIPS & Science Act)을 기반으로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인디아 시너지를 활용함으로써 반도체산업 성장에 탄력을 불어넣기 위해 인디아와의 양해각서 체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칩스법은 반도체 생산 및 연구에 5년 동안 총 527억달러(약 72조원)를 투자하는 내용이며 애리조나, 텍사스가 TSMC(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와 삼성전자 공장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인디아도 제조업 진흥 프로그램 Make in India에서 반도체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2021년 기존 지원책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기업 유치‧육성을 위한 포괄적 정책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실리콘(Silicone)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화합물 반도체, 실리콘 포토레지스트, 센서 생산을 중심으로 반도체 패키징, 반도체 설계 컨소시엄 및 관련기업에게 투자비의 최대 50%를 지원하며 예산 총액이 7600억루피(약 13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산업 진흥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타이완 폭스콘(Foxconn)과 인디아 최대 채굴기업 베단타(Vedanta)가 공동으로 보조금 지원을 신청했으며 반도체 분야에 강점을 갖춘 투자기업 IGSS Venture와 아부다비(Abu Dhabi) 투자펀드가 이끄는 ISMC 등도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디아 정부가 지원처를 선정하고 있는 단계이며 폭스콘‧베단타와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폭스콘‧베단타는 2022년 2월 반도체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9월에는 구자라트(Gujarat) 지방정부와 1조5400억루피를 투자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을 건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9400억루피는 디스플레이, 6000억루피는 반도체 생산에 투입하며 구자라트 지방정부와 협력하면서 부지, 반도체 그레이드 용수, 고품질 전력, 물류, 기술 생태계 등 필요한 인프라를 정비함으로써 하이테크 클러스터를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은 전공정 장치(팹)와 후공정 위탁 생산 서비스(OSAT)를 통합해 건설할 방침이다.
다만, 양사는 반도체를 직접 생산한 경험이 없어 2023년 3월 유럽 반도체 생산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를 기술 파트너로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디아 정부는 인텔(Intel), TSMC 유치에도 나서고 있으며 2차 보조금 지원 모집을 추진하고 있어 미국에 진출한 글로벌 파운드리나 한국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신청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디아는 2023년 중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로 부상했으며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 세계 5위에서 2027년 3위로 부상해 미국, 중국을 잇는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글로벌기업들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강화하며 인디아 투자를 적극화하고 있다.
당초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에 따라 아세안(ASEAN) 국가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세안은 국가별 내수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내수가 큰 인디아가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는 인디아 반도체 시장이 2026년 550억달러로 성장하고 스마트폰, 웨어러블(Wearable) 기기, 자동차부품, 컴퓨팅‧데이터 저장 등 3개 분야가 전체 반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면서 성장을 견인해 2030년에는 850억달러로 급성장함으로써 세계 반도체 서플라이체인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Counterpoint)에 따르면, 2021년 세계 휴대전화 생산에서 인디아가 차지한 비중은 16.0%로 1%포인트 상승해 2위를 기록했다. 1위 중국의 67.0%와 차이가 큰 편이나 이미 샤오미(Xiaomi), 삼성전자, 폭스콘, 페가트론(Pegatron) 등 위탁생산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고 앞으로 중국에 집중된 서플라이체인을 분산시키는 움직임이 가속화된다면 인디아 시장이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도체를 다량 사용하는 자동차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영향에도 자동차 생산대수가 450만대로 21.0% 급증하며 세계 4위를 기록했고 판매대수는 472만대로 26.0% 늘어 일본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자동차기업들은 인디아의 가구당 자동차 보유율이 아직 낮아 시장잠재력이 우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투자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르네사스(Renesas Electronics)는 2023년 3월 인디아 타타컨설턴시서비스(Tata Consultancy Services)와 함께 반도체 설계 및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을 연구센터를 2곳 개설했다. 르네사스는 일본 정부 주도 아래 19사가 공동 출자한 반도체 생산기업으로 일본 정부 차원에서 인디아를 공략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윤화 책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