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미국 보스턴을 벤치마킹해 세계적 수준의 바이오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겠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1일 제5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바이오산업을 포함한 첨단산업 글로벌 클러스터 육성방안을 보고받고 “국가 안보와 첨단산업은 직결된다”며 “클러스터의 성공적 작동을 위해 공정한 보상체계를 법제화하고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바이오를 비롯해 반도체, 배터리 등 12대 국가전략기술을 기반으로 혁신 클러스터를 육성할 계획이며, 바이오에 동물세포 배양·정제 기술 등 바이오의약 핵심 기술을 포함함으로써 의약 설비투자에도 대·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바이오를 중심으로 제약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킬 좋은 기회로 평가된다.
보스턴 클러스터는 바이오·디지털·정보기술(IT)과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가 집합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단지로 연구소, 대학, 투자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바이오 기술을 개발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보스턴 클러스터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자연 발생적으로 생성됐으며, 세금혜택을 비롯한 특혜가 베이스가 아니다.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활성화되고 제약 메이저와 바이오벤처들이 모여들어 클러스터를 형성했으며 투자기관들이 가세함으로써 자금줄이 마르지 않아 크게 성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도 제약산업이 성공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 말 IMF 경제위기 때 바이오 투자 붐이 일어났으나 기술개발 역량이 따라주지 못해 실패했고, 이후에도 몇몇 제약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성공해 세계적 반열에 오르는 듯했으나 너무 성급했고 주가 올리기에 급급한 나머지 이름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특혜를 베풀지 않아서가 아니라 스스로가 소분과 물장사를 자처했고, 몇몇을 제외하고는 연구개발 역량이 크게 떨어져 신약 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바이오기업들도 건강기능식품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승인 취득 의약품 출시건수를 196건으로 61건 확대했고 매출액이 3조10억원으로 91.0% 폭증해 국내 바이오‧제약기업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았음에도 매출이 폭증했음은 물론 영업이익은 9836억원으로 83.0%, 순이익도 7981억원으로 102.8% 폭증했다.
더군다나 2022년 10월 가동한 송도 4공장은 배양탱크 용량 기준 생산능력이 6만리터에 달하고 순차적으로 증설해 24만리터 생산체제를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글로벌 CDMO 메이저인 론자에 버금갈 뿐만 아니라 머크나 베링거인겔하임을 따라잡을 기세이다.
일본도 화학기업을 중심으로 CDMO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약 개발이 쉽지 않고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우며, 글로벌 제약 메이저들이 자체 생산능력을 키우기보다는 위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내 화학·제약기업들도 CDMO 투자를 적극화할 필요가 있다.
석유화학은 탄소중립 흐름을 타고 사양화되는 추세여서 바이오·리사이클로 흐르고 있고, 제약도 소분과 물장사·건강기능식품에서 벗어나 개발역량을 확보할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