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바이오산업이 부상하고 있으나 한국은 잠잠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헬스케어를 주목하고 투자 확대를 주문했으나 제약기업이나 화학기업 누구도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이 쉬운 영역이 아닐뿐더러 석유화학이나 정유기업이 참여하기에는 매출이 신통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헬스케어를 포함한 바이오산업은 투자와 참여를 선택할 입장에 있지 않음은 물론 최근의 추세를 반영하면 화학사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이슈가 모든 것을 매몰시키고 있고, 화학산업도 석유 베이스를 털어내지 않고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석유 베이스 나프타를 더 이상 원료로 사용할 수 없고 친환경 연료와 원료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 굳어가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활용하거나 수소를 연료·원료로 대체하는 기술 개발이 한창인 이유이다.
국내 화학기업이나 관련기업들도 바이오산업이나 바이오제조가 남의 일이 아님을 알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정유, 석유화학, 플래스틱에 그치지 않고 페인트, 염·안료, 계면활성제, 접착제, 무기화학도 마찬가지이다.
바이오제조는 바이오경제의 혁신제품을 상업화하기 위한 동력으로 자원 재활용, 기후변화, 경제 안보, 환경 등 국가적·세계적 과제 해결에 필수적인 요소로 부상하고 있으며 세포 베이스 의약품, 가공육·가공식물, 재생자원으로 제조한 연료·화학제품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5년 이내에 원료의약품(API)의 25%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바이오기술·제조 전략 보고서를 3월 발표하면서 바이오 분야의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들어갔다.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생산기업들은 중국에서 10년간 반도체 공장 신설·확장을 제한하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내놓은 가운데 배터리 투자 블랙홀을 자처하더니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국 견제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백악관은 미국 바이오 기술·제조 보고서에서 5년 이내에 광범위한 바이오 제조능력을 구축해 원료의약품의 25%를 미국에서 직접 생산토록 할 방침이다. 원료의약품을 중국, 인디아 중심으로 제조함으로써 공급망 리스크가 크기 때문으로, 멸균 주사용 의약품 원료는 90-95%를 중국, 인디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상무부는 20년 이내에 미국 화학제품 수요의 30% 이상을 미국에서 생산토록 할 방침이고, 국방부는 별도의 바이오제조 전략 보고서에서 극초음속 미사일과 차세대 잠수함 같은 첨단무기 개발에 사용될 화학제품을 비롯한 지원 분야는 미국기업을 중심으로 동맹국들과 바이오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이 바이오 기술·제조 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마당이어서 미국 바이오 제조기업이 중국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로 인식하고 대응을 서두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의약품이나 원료의약품에 그치지 않고 화학제품도 미국의 문을 굳게 걸어 잠그겠다고 선언한 내용이 눈길을 끌고, 특히 첨단무기 제조용 화학제품은 동맹국과 함께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바이오제조와 함께 화학제품도 미국·중국의 본격적인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국내 화학기업들은 바이오제조 분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화학사업도 미국·중국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화학저널 2023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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