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에서 등락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충돌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폭등하지 않았음은 물론 포로·수감자 교환을 위해 교전을 중단하면서 80달러가 무너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에 전운이 감돌 때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폭등할 수 있고, 일부에서는 200달러를 운운했으나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마당에 사우드를 중심으로 중동 국가들이 강경책을 들고나오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도 매우 이례적이다. 중국 경제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OPEC과 러시아가 일일 100만배럴을 추가 감산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락하는 이변이 나타났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큰손으로 행세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50달러 아래로 폭락할 가능성도 낮아 에너지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태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태양광, 풍력, 전기자동차, 히트펌프 등 청정에너지 기술이 부상하면서 전력 공급방식이 재편되고 2030년에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글로벌 전기자동차 운행 대수가 10배 증가하고, 태양광 발전 베이스 전력 생산량이 미국의 현재 전력 생산량을 웃돌며, 글로벌 에너지 믹스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30%에서 2030년 50%로 급상승하고, 히트펌프 및 전기난방 시스템 수가 화석연료 보일러 수를 능가하며, 해상풍력 프로젝트 투자가 석탄·가스 베이스 화력발전소 투자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구조적 변화가 글로벌 태양광 발전 보급속도를 늦추어 화석연료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GDP 성장률이 2030년까지 연평균 4%에도 미달하는 등 경제 성장 모멘텀이 약화돼 화석연료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만약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신규 태양광 발전능력 800GW가 보급되면 중국의 석탄화력 발전량이 20%, 남미·아프리카·동남아·중동의 석탄·가스 발전량은 2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IEA는 2050년까지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계속 증가하나 2030년까지 에너지 총수요 증가율이 연평균 0.7%로 지난 10년간의 50% 수준에 머물거나, 전기자동차·히트펌프 등 전기 기반 기술을 통한 효율성 향상으로 에너지 수요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전기화를 강화하고 에너지의 효율성 향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면 2030년 1차 에너지 수요가 연평균 1.2% 감소하는 3가지 예측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재는 화석연료 수요 감소 폭이 파리협약 목표 달성에 충분하지 않아 2030년까지 배출량 곡선을 하향 조정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생산능력을 3배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속도를 2배 높이며,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메탄 배출량을 75% 감축하고, 신흥국·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를 위한 자금조달 메커니즘을 구축하며, 온실가스를 비롯한 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장착하지 않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신규 승인을 중단하는 등 5가지 대책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거나 증가율이 크게 낮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수요를 더욱 줄이기 위해 신재생·청정 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에너지의 효율성을 대폭 끌어올리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것 하나 쉽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특히, 국내 산업계의 행태로 볼 때는 달성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계의 각성이 요구된다.
<화학저널 2023년 1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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