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래스틱 규제 협약 협상이 실패로 끝났다.
12월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플래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 협상위원회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과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한 플래스틱 원료 폴리머 생산국들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음으로써 합의에 실패했다.
국제사회는 2022년 3월 플래스틱 오염을 종식시키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하고 5차례 협상을 시도했으나 선언적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5차 협상위원회가 열리기 이전부터 실패가 예견됐으나 일보의 진전도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플래스틱 생산대국인 중국이 예상을 뒤엎고 전향적 입장으로 선회함에 따라 합의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사우디․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들이 생산규제에 절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일본도 겉으로는 규제에 동의하는 척했으나 속으로는 반대하고 있다.
플래스틱 가공제품과 원료 폴리머 생산을 규제하고 유해 플래스틱·화학물질 퇴출이 현실화되면 받을 타격이 예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1차 회의에서 폴리머 생산을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감축할 세계적 목표를 담은 부속서를 채택하자는 문구를 넣자는 제안을 100개국 이상이 찬성했으나 산유국들의 반대를 꺾지 못했다.
하지만, 글로벌 플래스틱 생산량이 매년 4억6000만톤을 넘고 1950년대 이후 생산량이 90억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돼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생산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50% 이상이 일회용품 생산에 투입되고 매립․소각되거나 자연에 배출되는 비중이 91%에 달함으로써 지구환경이나 해양오염을 고려하면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폐플래스틱 재활용률은 9%에 그치고 있다.
최근 들어 탄소중립이 강조되면서 석유․화학기업들이 폐플래스틱을 분해해 열분해유를 생산한 후 석유화학 원료로 재생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한가닥 희망이다. 아직 기술 개발이 완료된 단계는 아니나 파일럿 수준에서 가동이 잇따르고 있다.
만약, 열분해유 기술이 상업화된다면 폴리머나 플래스틱 생산을 규제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폐플래스틱이나 폐비닐 수집 경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어업용 폐어망이나 폐어구를 제외하면 해양오염 문제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일부에서 세계적으로 방치된 플래스틱 쓰레기 총량이 매년 5210만톤에 달하고 있으나 인디아(930만톤), 나이지리아(350만톤), 인도네시아(340만톤), 아프리카 남부(1330만톤) 등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해 선진국 그룹은 책임이 없다거나 하천을 통한 바다 유출량 100만톤도 35%가 필리핀(35만6000톤), 필리핀을 포함한 동남아 6국 배출량이 58만톤, 남아시아를 포함하면 73만톤에 달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한국 387톤, 미국 2431톤, 일본 1835톤을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이 분리배출, 수거, 재활용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폐플라스틱 재활용률 80%는 허구에 가깝다. 대부분 시멘트 소성로, 발전소 등에서 열회수용으로 소각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원유 정제능력과 4위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춘 석유․화학산업 강국이면서도 2020년 기준 1인당 플래스틱 소비량이 208kg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플래스틱을 소비하고 있어 플래스틱 생산이 규제되면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국내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은 열분해유를 포함한 폐플래스틱 재활용 기술 개발을 서두름은 물론 플래스틱 규제 협약 성립에 대응해 만반의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화학저널 2024년 12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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