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화학기업을 중심으로 줄줄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있고, 효성화학은 자본잠식으로 곤궁에 처했으며, 2차전지를 타고 급부상했던 금양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코스피200에서 퇴출되는 곤욕을 치렀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불황으로 재무 상태가 악화돼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있고, 단기간에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면 일부는 정크등급으로 추락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EBITDA(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이 5배를 초과하면서 은행보증 없이 발행한 채권이 AA(부정적) 등급에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 영업적자가 8941억원에 달하는 등 3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2025년에도 2000억-3000억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HD현대케미칼도 신용등급이 A(부정적)에서 하향 조정될 위기에 처해 있다. 2024년 9월 말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5% 미만이고 순차입금 의존도가 50% 이상이기 때문이다. HD현대케미칼은 부채비율도 2019년 말 88.5%에서 2024년 9월 말 232.8%로 급상승했다.
국내 최대 화학기업인 LG화학도 글로벌 신용평가기관 S&P가 신용등급을 낮추었고, 3개년 평균 EBITDA 대비 총차입금이 4.3배에 달해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2024년 9월 말 기준 94.7%로 상승했으나 그런대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효성화학도 2024년 말 완전 자본잠식에 빠져 주식과 채권 거래가 모두 정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효성티앤씨에게 특수가스사업부(효성네오켐)를 9200억원에 매각해 자본잠식 사유를 해소했으나 자본잠식 지경에 이르게 될 때까지 무엇을 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효성화학은 2022년 408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023년 3469억원, 2024년 1-3분기 2251억원 순손실이 발생했고 9월 말 자본총계가 325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악화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4년 12월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80억원으로 악화됐을 정도이다.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으로 자본총계가 6348억원으로 늘어나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지는 않아 다행이나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이다.
석유화학기업의 경영악화는 4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올레핀에 그치지 않고 PE, PP, PVC, PS, ABS 등 범용 합성수지까지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있다. 더 큰 문제는 공급과잉이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반면, 일본 화학기업들은 2024년에도 양호한 경영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화학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자동차를 비롯해 전자‧반도체‧통신용 화학소재 생산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화‧차별화에 성공함으로써 공급과잉 폭풍을 비켜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양은 석유화학 불황과는 다르지만 2차전지 폭풍을 뒤로 한 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2차전지 관련 증설에 필요하다면서 4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주주들이 반발하면서 증자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금양 주가는 2022년 5000원대에서 2023년 20만원 수준으로 폭등했으나 몽골 광산 개발, 대규모 증설 계획 등이 차질을 빚으면서 허위·불성실 공시로 철퇴를 맞았고 주가도 1만원대로 추락했다.
무리한 욕심이 화를 부른 것으로 판단된다. 주가가 20만원 수준에서 2만원 아래로 추락했으니 투자자들의 원성이 어느 정도일지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금양에 그치지 않고 석유‧화학 주가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된다.
고부가화‧차별화가 말처럼 쉽지는 않으나 범용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 사업은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화학저널 2025년 03월 24·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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