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1기 행정부 시절인 2020년 파리(Paris)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하고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다시 환경보호 기조를 강화하며 에너지 투자가 다소 침체된 반면 신에너지 관련 투자가 활성화됐으나,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또다시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등에너지 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IRA 폐지 가능성 낮지만 배터리는 타격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추진한 화력발전소 감축 및 자동차 배출 규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반대하고 있으며 탈탄소화를 멈추고 해외 자원에 의존하지 않도록 미국에서 화석연료를 중심으로 에너지 자원을 자체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취임 연설에서 “역사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이해 국가 에너지 긴급 사태를 선언한다”고 발언하는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통한 에너지 가격 인하가 시급하다는 뜻을 내비추었고, 취임 직후 대통령령을 잇달아 내놓으며 에너지 관련 규제 철폐 및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석탄, 수력발전, 원자력 등 광범위한 에너지 자원을 중시하고 있는 가운데 LNG(액화천연가스)를 주목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환경영향을 고려해 LNG 수출 허가를 일시적으로 동결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되도록 신속하게 수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일본·한국과 알래스카에서 추진하는 석유‧천연가스 합작 사업에 대해 검토를 시작했으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수상은 알래스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LNG 뿐만 아니라 바이오 에탄올(Ethanol)과 암모니아(Ammonia) 등 자원을 저가에 안정적으로 조달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정책인 IRA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으나 IRA 수혜지역 중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지역이 다수여서 폐지까지는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분적 개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되며 전기자동차(EV)를 중심으로 한 청정 자동차 구매 세액 공제 조치를 수정하거나 철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파리협정, 미국 탈퇴로 탄소중립 구심력 약화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를 재차 선언한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1월부로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를 추진할 예정이며, 미국의 부담분은 다른 국가가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이 빠지면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고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구심력 자체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미국이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 트렌드나 리사이클 확대 트렌드를 추종할 수밖에 없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나 배터리 투자는 단기간에 결정하거나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이미 진행되고 있는 투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등장하고 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 다음으로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이민자 추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노동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남부 국경지역에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군부대 투입 인원을 확대한 다음 범죄 이력이 있는 불법 이민자 적발 및 강제송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학산업, 관세 폭탄 움직임 “예의주시”
화학기업들은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취임 이후 4월 중순까지 중국산 수입제품에 20%(10%+10%)의 펜타닐 보편관세에 125%의 상호관세를 포함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역시 보복 조치로 4월12일부터 미국에 대한 관세율을 125%까지 끌어올리면서 미국·중국의 관세전쟁이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밖에 한동안 연기를 검토했던 캐나다, 멕시코산에 대해서도 25%의 관세 부과에 나섰다.
화학기업들은 중국과 미국으로 경제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플라이체인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보고 인디아를 주목하고 있다.
인디아는 타이어 소재 등 일부 소재를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서플라이체인이 변화하고 있어 인디아 투자를 통해 미국-중국 무역마찰 영향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자원 코스트 경쟁력이 우수하고 인구 증가가 이어지고 있으며 다문화 사회, 이노베이션 마인드 등이 갖추어졌다는 점에서 중장기 성장 잠재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미국 투자를 계속 이어갈 필요성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되며 감세 및 규제 완화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 흐름을 즉각 따라갈 수 있는 체제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셰일 300만배럴 증산 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석유 생산 확대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하루 300만배럴 증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석유 생산기업들은 완만한 증산 전략을 취하고 있다. 현재 석유 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딜로이트(Deloitte)의 2025년 석유·가스 산업 전망에 따르면, 2024년 브렌트유(Brent) 배럴당 가격은 74-90달러에서 움직였고 지난 25년간 가장 안정적인 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석유 생산기업들은 생산 확대보다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석유 생산 확대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댈러스 연준 에너지 서베이(Dallas Fed Energy Survey)에 따르면, 2024년 신규 시추 프로젝트의 손익분기점 가격은 59-70달러이며 2025년 2월 둘째주 WTI(서부텍사스 경질유) 평균 가격이 72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추 확대에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많은 석유 생산기업들은 공급과잉으로 2014년과 2020년에 발생한 가격폭락 사태를 우려하며 대규모 투자에 신중하고 있다.
석유수출구기구(OPEC)+의 감산정책 역시 석유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산정책은 국제유가 안정과 미국 석유 생산기업들의 수익 창출에 일조한 동시에 과도한 생산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글로벌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현재 미국 정부의 목표달성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유가, 최대 20-30달러 하락 가능성
국제유가는 OPEC+ 이외 국가의 증산에 따라 배럴당 20-30달러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평균 브렌트유는 79.9달러를 형성했다.
2025년에는 석유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가 예상되며 미국의 원유 생산기업들은 생산단가를 낮추기 위해 기술 개발 및 인수합병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2023년 석유 메이저 쉐브론(Chevron)이 헤스코퍼레이션(Hess Corporation)을 530억달러에 인수했으며 엑손모빌(Exxon Mobile)도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스(Pioneer Natural Resources)를 595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또 이산화탄소(CO2)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에 투자하며 사업 다각화도 강화하고 있다.
진우성 동아대학교 겸임교수는 "미국 석유 생산기업들이 정부의 장기적 압박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란산 석유 수출금지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윤화 책임기자: kyh@chemlocus.com, 오영은 기자: oye@chemlocus.com)
<화학저널 2025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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