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총체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코스트가 낮은 에탄을 바탕으로 에틸렌 생산능력을 3000만톤 수준으로 확대한데 이어 에틸렌을 중심으로 유도제품 사업을 활성화하고 있고, 미국도 코스트가 에탄만큼 낮은 셰일가스를 바탕으로 에틸렌 유도제품 및 PVC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제품의 수출창구인 중국이 나프타 베이스 스팀 크래커 확장에 이어 석탄계 CTO 사업을 본격화함으로써 수출처를 잃어버릴 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3가지 위기요인은 어제오늘 부상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급과잉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수출의존도가 50-70%에 달하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목을 죄어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 석유화학 시장은 2000년 이전부터 중동의 대대적인 신증설이 위협요인으로 다가왔음에도 중동의 투자가 지연되면서 위기가 지연됐으나 2010년을 넘어서면서 중동이 에틸렌 신증설에 그치지 않고 유도제품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위기가 표면화되고 있으며,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미국의 셰일가스 채굴이 예상외로 성과를 거두면서 중동에 이은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고도성장을 장기화한 후유증으로 긴축금융 정책을 들고 나와 국내기업들을 긴장시켰고, 2012년부터는 유럽의 재정위기로 불거진 중국의 수출부진이 석유화학제품 수입 감소로 이어져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을 공급과잉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은 석유화학제품 수요증가율이 크게 둔화된데 그치지 않고 석탄화학을 본격화함으로써 에틸렌 및 프로필렌 공급부족을 커버함은 물론 폴리에스터섬유의 원료로 사용되는 MEG까지 자급체제를 갖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폴리에스터의 또다른 원료인 PTA는 이미 공급과잉으로 전환돼 국내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에서 MEG까지 공급과잉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실로 생각하기조차 싫은 구도로,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근간을 뒤흔들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그동안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생산능력을 확충함으로써 고정코스트를 낮추는 전략을 추진했으나 근본적으로 원료코스트가 낮은 중동이나 미국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실패한 경영전략으로 치부되고 있다. 일본이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을 훨씬 앞서 있으면서도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을 감축하는 이유로, 일본기업들은 M-X 생산을 확대하면서 위험성이 따르는 P-X는 직접 신증설에 나서지 않고 국내기업들과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은 석유화학 시장을 보는 시각이 근시안적이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보다는 단기적 처방에 의존하며, 국내기업의 생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미국 및 유럽의 컨설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5년, 10년이 아니라 20-30년, 아니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비전이 무엇인지 다시한번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화학저널 2013년 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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