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대표 신학철)이 SK이노베이션과 국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 관련 소송에서 먼저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월14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양사가 10개월 동안 벌인 분쟁이 타결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양사의 배터리 소송은 미국 ITC가 조기패소를 결정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포함해 △LG화학이 2019년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 △LG화학이 5월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 △SK이노베이션이 6월 국내에서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대응 △SK이노베이션이 9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 법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 △LG화학이 9월 특허침해 맞소송 제기 등을 포함해 모두 6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ITC의 조기패소 결정은 6건의 소송 가운데 처음으로 나온 예비판결이며 조만간 결정의 근거를 공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ITC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제출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정황을 인정한 의견서를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ITC가 지난 25년 동안 내린 결정을 보면 영업비밀 소송은 ITC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모든 사건(조기패소결정 포함)이 ITC 위원회 최종결정에서 그대로 유지됐고, 특히 특허 소송에서는 ITC행정판사의 예비결정 가운데 약 90%가 ITC 위원회 최종결정에서 유지됐다.
이에 따라 LG화학이 원고인 영업비밀 소송에서도 ITC행정판사의 예비결정이 10월 예정된 ITC위원회의 최종결정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파악된다.
델라웨어 지방법원의 소송은 현재 ITC의 진행에 따라 소송중지 상태이지만 ITC위원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LG화학이 소송재개를 신청하면 재개되며 최종 판결까지 약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이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승소하면 금전적 손해배상과 함께 미국 전역에서 SK이노베이션이 침해한 것으로 결정된 배터리의 생산‧유통‧판매가 금지된다.
LG화학은 미국의 판례 등을 토대로 조기패소 판결의 기초 사실에 해당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행위가 법원에서도 인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양사가 미국 배터리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ITC의 첫 판결이 나옴에 따라 합의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최종 패소하면 미국에서 사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에 조만간 LG화학과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며, LG화학 역시 중국, 일본기업들과 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소송전이 장기화되면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합의에 응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LG화학이 조기패소 판결 입장문에서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고 언급했고, SK이노베이션도 ITC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합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이 나머지 소송과 별개로 합의를 시도하고, LG화학이 금전적 배상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면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 전에 관련 소송전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