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학산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받는 타격이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코로나19 사태의 주요국 경제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의 빠른 확산 추세와 중국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사스(SARS: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보다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소비 부진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우려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7년 기준 중국산 중간재 수입국 가운데 미국은 전체의 약 10.7%를 공급받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한국 6.5%, 일본 5.5%, 독일 3.3%, 타이완 2.7%, 베트남 2.6%, 인디아 2.1% 등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중국산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면 중국 진출기업 및 국내 수입기업이 1차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고 국내 수출기업도 현지 경기둔화 등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산 1차금속 수입액이 2017년 139억6000만달러로 세계 1위(10.9%)였고 전자부품 및 화학 관련제품 수입액도 각각 139억6000만달러(8.5%)와 707억4000만달러(7.5%)로 2위를 차지했다.
또 아세안(ASEAN)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의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이며 아세안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위,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위인 점을 고려하면 아세안 경제의 위축도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국제 경제분석기관은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일시적 쇼크로 끝나도 2020년 성장세 타격이 불가피하고 장기화 되면 설비투자가 지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 역시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중국 안팎에서 소비심리와 소비지출을 위축시키고 생산·공급망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수 산업의 한국기업 신용도에 부정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유통, 자동차, 반도체·전자, 정유, 화학, 철강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성장률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2020년 성장률도 부정적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이미 일부 IB(투자은행)와 해외 연구기관은 국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2020년 국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1.5%로 1%포인트 낮추었다. 조정 폭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3번째로 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도 국내 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0%로, JP모건(JP Morgan)은 2.3%에서 2.2%로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