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후베이성(Hubei)의 우한시(Wuhan)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화학산업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일본 화학기업들은 대부분 주재원을 귀국시키고 후베이성 뿐만 아니라 중국 다른 지역에도 이동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화학공업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70%에 달하는 화학기업이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동남아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현지 화학산업 위축이 불가피해 당분간 원료 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사스보다 빠른 속도로 중국 전역에 퍼져…
우한은 후베이성 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도시로 2019년 상반기에는 GDP 성장률이 8.1%를 나타내는 등 청두(Chengdu)와 함께 내륙과 서부지역에서 높은 성장률을 나타냈다.
자동차, 전자산업이 양대산업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우한경제기술개발구에는 Dongfeng Motor를 비롯해 혼다(Honda Motor), 닛산자동차(Nissan Motor), 푸조시트로엥(PSA), GM(제너럴모터스), 르노(Renalt) 등 해외 자동차기업들도 진출해 있다
서북부의 우쟈샨(Wujiashan) 경제기술개발구에는 일본 코마츠(Komatsu), 스탠리(Stanley), F-Tech 등 부품 생산기업들이 집적해 있으며 장강 동부에는 중국 반도체 메이저인 YMTC와 타이완 팍스콘(Foxconn), 티안마(Tianma Microelectronics) 및 관련 부품 공장이 소재하고 있다.
바이오산업도 상당수 소재하고 있어 제약‧화장품 원료 조달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1월30일 기준으로 6000명을 넘어선데 이어 2월13일 5만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도 1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월19일에는 확진자 수가 7만4185명, 사망자는 2004명을 기록했다.
중국 본토 확진자 수만 2002-2003년의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이상이며 2019년 12월 처음으로 증상이 확인된 이후 약 1개월만에 사스보다 더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다만, 사스에 비하면 치사율이 낮고 중증환자도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확산 사태가 계속되면서 경증환자들을 매개로 바이러스가 널리 전파돼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중국 이동제한 조치로 대처 강화
일본 화학공업일보가 중국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여러 현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화학기업과 상사의 현지 대표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화학 관련기업들은 이동제한 조치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물론 해외 각지에서 중국(우한 포함 후베이성 전역)에 출장을 보내고 있느냐에는 질문에 90%에 해당하는 26사가 △도항을 금지하고 있다고 답했고 나머지 중 4사도 △출장을 자제하고 필요할 때에는 개별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후베이성 이외 지역 출장에 대해서는 10사가 △당분간 도항 금지라고 응답했으며 상하이(Shanghai)나 광둥성(Guangdong)이 2월9일까지 춘절 연휴를 연장했다는 이유에서 4사는 △2월9일까지 도항 금지라고 답했다.
15사는 △출장을 자제하고 필요할 때에는 개별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고 답하는 등 도항 금지 및 자제 조치에 나선 곳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주재원 근무에 대해서는 “우왕좌왕”
주재원에 대한 대처방법은 상황에 따라 달랐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원칙적으로(혹은 되도록) 일시적 귀국이나 다른 국가로 대피하도록 했다는 곳이 절반 정도였으며, 감염증이 확산
되고 있으나 대부분 가벼운 증세에 그치고 있고 불필요하게 이동시키는 것보다 현지 자택에서 대기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판단 아래 △중국에 머무르게 하고 있다는 응답도 30% 정도로 나타났다.
주재원 책임자는 △중국에 체류하게 하나 △원칙적으로 자택에서 대기하도록 한 곳이 많았고, 주재원 가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일시 귀국시켰다고 응답한 곳이 8사 △되도록 일시 귀국이라고 응답한 곳도 14사로 70% 정도가 대피시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재원을 일본으로 귀국시킨 곳 중에서는 △춘절 연휴 이후 기존 근무지로 복귀시킨다고 응답한 곳이 4사뿐이었고 △기존 근무지 복귀 일정은 미정이며 자체 판단 아래 복귀시킬 예정이라고 답한 곳이 8사에 달했다.
상하이, 장쑤성(Jiangsu), 광둥성이 춘절 연휴를 2월9일까지 연장했기 때문에 △2월3-7일 사이에 복귀 일정을 판단할 계획이라고 답한 곳도 있었고 △일본에 귀국한 상태인 주재원이 법정휴가 전 복귀하면 개별승인을 받도록 했다는 곳도 눈에 띄었다.
현지 사업장 근무자들의 춘절 연휴기간 동안의 근무에 대해서는 △위생관리를 철저히 실시한 후 출근시킬 예정(16사) △당분간 재택근무(6사) 등으로 대부분이 법정휴가 종료 후 업무를 재개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30%는 △모르겠다고 답하는 등 결정을 보류한 곳도 있었으며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에서 일본으로 출장을 오면 △현지 직원이 일본에서 감염을 야기할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해 자제시킨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사태 장기화되며 개별기업 대응 “혼란”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는 후베이성 이외 지역에 대해 △출장 가능 여부 검토 구역으로 설정하고 원칙적으로 출장을 금지하고 있다.
또 지주회사의 임원이나 사업회사 사장 외에는 사전에 승인을 받도록 했으며, 현지 사업장 근무 직원들에게는 2월9일까지 자택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한편 공장 근무자들에게는 소재지를 통보하도록 한 정부의 지침에 따르도록 했다.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일본을 포함한 다른 모든 국가에서 후베이성으로 도항을 금지시켰고 후베이성 이외의 중국 각지에 대한 도항은 일정을 연기하도록 했다. 
사적인 목적을 포함해 중국에 다녀온 사람이 귀국 후 건강상태가 좋지 않으면 의료기관에 상담하고 진찰을 받도록 했다.
중국사업을 총괄하는 Sumitomo Chemical China에는 대책본부를 마련했다.
현지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일본 화학 관련기업 22사 가운데 11사는 최근 중국 당국으로부터 생산 제한 및 중단 지시를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 지방정부가 관할지역에서 감염자를 늘리지 않기 위해 춘절 연휴 동안에 공장 가동을 멈추고 귀성 중인 작업자들도 되도록 이동시키라는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가동 재개를 허가받았으나 감염자가 나오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지도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화학 관련기업들은 자유응답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반적인 운영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지표나 근거를 직원들에게 제시하기 어렵고 △대책이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적절하게 파악하고 싶다는 응답 등 판단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영진의 애로사항이 눈에 띄었다.
만약 사업장에서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한 곳도 있었으며 자사 뿐만 아니라 공급기업이나 수요기업 등 서플라이 체인 전반에서 감염자가 나왔을 때 가동이 제한을 받는지 여부와 제한을 받을 시 언제쯤 복귀가 가능할지 파악하고 싶다고 응답한 곳도 있었다.
또 재택근무 등 비일상적인 근무형태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급여 계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한 곳도 있는 등 개별기업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은 직원의 감염을 예방하고 추가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앞으로도 이동제한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나 당분간 물류 차질이 불가피해 현지 직원들의 식자재 확보는 물론 생산제품 수송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장기전 각오에 영업실적 악화 우려도…
일본 화학기업 가운데 40%는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3월 말에서 4월 말경이면 잦아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6개월 △6개월 이상도 30%에 달했고, 일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아 현재로서는 종식 시기를 예상하기 어려우며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전에 대비해 식자재 비축을 지시한 곳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중국 무역마찰이 장기화되면서 중국의 신규 자동차 판매대수가 감소세를 나타내는 등 중국 경기둔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일본 도요타자동차(Toyota Motor)는 춘절 연휴 이후에도 중국업무를 재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혼다 역시 2월9일까지는 중국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국내 자동차기업들 역시 중국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부품 조달에 차질을 겪으며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모두 국내공장 가동까지 중단했다.
사스 때는 중국 소매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반토막난 바 있으며 코로나19는 개인소비가 사스 때보다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화학 관련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기 하방압력으로 작용(13사) △약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10사) 등 80% 정도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 중국 사업에 대해서는 9사가 △상당히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응답했고 70% 이상은 △영업실적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2020년에는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낸 중국의 신규 자동차 판매대수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좌절됐다는 응답도 눈에 띄었으며, 상당수는 일본 자동차기업들의 호조 행진이 타격을 받음으로써 자동차 관련사업의 성장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우한에서 자동차용 수지부품을 생산해 Dongfeng Motor에게 납품하는 일본기업은 일본인 주재원과 가족들을 우한 봉쇄 이전에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켜 80% 정도가 자택에 대기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우한 봉쇄 해제나 Dongfeng Motor의 공장 재가동 상황에 따라 사업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화학 관련기업 가운데 우한시에 대해 △필수불가결한 곳이라고 응답한 곳이 2사에 그쳤으나 절반 정도는 △중요성이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응답했고, 특히 전자부문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부계나 펀드가 우한에 대형투자를 실시하고 있어 화동, 화남지역을 잇는 내륙지역의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동남아, 원료 조달차질 우려된다!
코로나19는 동남아 화학산업에도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기업들이 2월9일까지 춘절 연휴 기간을 연장해 공장 가동을 중단함으로써 원료 조달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남아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화학기업들은 일정수준 재고를 확보해두어 당장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으나 일정수준 타격이 불가피하고 싱가폴 등 동남아 각국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어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동남아 화학기업들은 주로 전자‧전기산업에 소재를 납품하고 있어 판매 타격은 경미한 편이나 원료를 중국에서 조달하는 곳이 많아 원료 조달 면에서 큰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우선, 중국산 원료를 동남아로 수입하는 선박들이 2월 첫째주 중국 현지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춘절 연휴 연장으로 선하증권(B/L)을 발행하지 못하는 수출기업들이 많아 원료 조달과정이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저가의 중국산 화학제품을 수입해 타이에서 가공 및 성형하고 있는 곳들은 현지에서 원료를 직접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페인트‧잉크 분야에서는 중국에만 원료 공장이 있는 품목도 있어 공급불안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대부분 화학기업과 무역상들이 사업계속계획(BCP)에 입각해 긴급사태에 대비한 재고를 일정수준 갖추고 있어 당장은 차질이 없으며 중국산 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도 대체 조달처를 찾고 있다.
타이 화학‧소재 메이저인 SCG(Siam Cement Group)는 생산 면에서 타격은 경미하나 중국인 관광객 유입 감소에 따른 소비 둔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동남아 화학기업들은 춘절 연휴가 1월30일까지이기 때문에 1월에는 현재 상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 곳이 많았으나 코로나19가 후베이성 뿐만 아니라 중국 전역의 공장 가동중단에 영향을 미치고 항만 운영까지 중단되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면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사태 파악과 대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K)
표, 그래프: <주재원에 대한 대응 (법정휴가 기간), 일본(해외포함)에서 중국 후베이성 이외 지역으로 출장, 중국에서 일본으로 출장, 중국사업이 2020년 받을 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