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용 고순도 불산 수출을 규제하면서 불소계 화학제품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고순도 불산은 일본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나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국내기업이 국산화를 추진하기 시작했으며 중국기업들도 품질을 향상시켜 일본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불소계 화학제품은 앞으로도 차세대 에너지 관련기기, 정보통신기기 등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로 글로벌 시장 구도가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2019년 불산 생산량 10% 감소
형석으로부터 생산한 불화수소산(불산)을 원료로 사용하는 불소계 화학제품은 일본 화학기업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불산 생산량이 24만2188톤으로 전년대비 9.6%, 출하량이 24만806톤으로 10.4% 감소했다.
최대 수요처인 플루오로카본(Fluorocarbon)은 프레온류와 불소수지(Fluororesin)로 분류되며 2019년 내수가 14만439톤으로 3.2% 감소했다.
프레온류는 에어컨‧냉장고 냉매, 단열재 발포제, 전자부품 세정제 등에 투입되고 있으나 에어컨 판매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침체되고 있다.
불소수지는 전기기계, 자동차, 일반공업, 화학‧금속산업 등에 다양하게 채용되고 있으나 3대 용도인 전기기계, 반도체 관련, 수송기계용이 부진함에 따라 2019년 내수가 2만9702톤으로 7.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불소수지 수요의 5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PTFE(Polytetrafluoroethylene)는 미국 듀폰(DuPont)을 중심으로 다이킨(Daikin Industries), AGC 등 일본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LiB(리튬이온전지)용 바인더(접착제)로 사용되는 PVDF(Polyvinylidene Fluoride)는 글로벌 최대 메이저로 자리 잡고 있는 일본 쿠레하(Kureha)가 수요 증가에 대응해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공업용 불산을 사용하는 표면처리용은 1만7706톤으로 22.7% 급감했다.
특히, LCD(Liquid Crystal Display) 유리 세정 및 슬리밍용은 LCD가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로 대체되면서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파나소닉(Panasonic)이 2021년 일본에서 LCD 생산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함으로써 수요가 더욱 감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고순도 불산과 불화암모늄(Ammonium Fluoride) 용액을 혼합한 BHF(Buffered Hydrogen Fluoride), 육불화인산리튬(LiPF6)을 포함한 2차제품용은 5만5126톤으로 29.9% 줄어 수요침체가 가장 두드러졌다.
일본 수출규제에 국산화로 대응
고순도 불산은 반도체, LCD, 태양전지 제조공정에서 세정제로 투입되고 있으며 BHF는 일반적으로 실리콘 산화막의 습식 식각제로 채용되고 있다.
생산 및 관리가 어려워 모리타케미칼(Morita Chemical), 스텔라케미파(Stella Chemifa) 등 일부만 공급하고 있다. 
고순도 불산 및 BHF는 2019년 이후 시장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 감소, 자동차 판매 부진의 영향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서버 수요 확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및 중국 반도체 공장이 낮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소계 화학제품 생산은 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단행한 수출규제의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국내 핵심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필수소재로 사용되는 불산,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불소계 폴리이미드(Polyimide)에 대한 수출규제를 선언했고 8월에는 1200가지 소재·장치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한국은 일본산 반도체 소재 수입비중이 약 40%로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일본은 한국 수출비중이 90% 이상에 달했으나 불산은 수출규제의 영향으로 일본산 수입량이 2018년 3만8000톤에서 2019년 1만1000톤 감소했고, 특히 8월에는 수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고순도 불산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국산을 채용하기 시작했으며 솔브레인은 최근 고순도 불산 생산능력을 2만톤에서 4만톤으로 확대했다.
국산화 뿐만 아니라 타이완, 중국 등으로 수입국 다변화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용 불산은 1년 내내 동일품질로 공급하는 것이 필수적이어서 매년 품질이 향상되고 있는 중국산 도입이 증가하고 중국산 고순도 불산을 채용한 BHF도 국내 반도체 생산기업들이 평가를 완료해 유입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2019년 말 한국 수출을 다시 승인했으나 국내시장은 국산화 및 수입국 다변화의 영향으로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불소계 화학제품 생산기업들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우위성을 확보하고 있으나 원료인 형석 및 무수불산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원료가격을 포함한 가격경쟁력이 중국 수급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
중국산 불소계 화학제품은 원료부터 수직계열화가 가능한 강점이 있어 품질이 향상되면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향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기업들은 중국에 생산체제를 구축해 코스트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에너지기기, 정보통신기기 등 첨단분야를 개척함과 동시에 불소계 형광소재 등 고기능제품을 개발해 신규 수요를 확보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스텔라케미파, 신소재 개발 적극화
스텔라케미파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코로나19 등 외부환경이 격변하고 있는 가운데 고순도제품 공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중국, 타이완을 중심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보급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짐에 따라 수요기업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신소재 연구개발(R&D)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성장동력으로 설정하고 있는 반도체용 화학제품은 최근 생산능력을 10만5000톤으로 확대했으며 수요에 따라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GMP 대응제품인 불화주석은 치약용 첨가제를 중심으로 수요가 호조를 보여 2019년 출하 목표인 120톤을 돌파했다.
R&D 부문에서는 불소계 무기물 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적색 형광소재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내구성 및 내열성이 뛰어나 수요기업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자동차용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하는 미니 LED를 비롯해 형광게시판, 점포용 간판 등에 공급할 계획이며 장기적으로는 마이크로 LED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소재 분야에서는 고주파 통신기기용 필러를 개발하고 있다.
수지에 혼합함으로써 유전율이 낮은 기판 생산에 전송손실을 억제할 수 있으며 주로 폴리이미드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X선 차단 소재 등도 개발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해 빛 투과성과 중성자 차단성을 겸비한 중성자 차단 복합소재를 개발했다.
모리타케미칼, 아시아 이어 유럽시장 개척
모리타케미칼은 불소계 화학제품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 고순도 불산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신규 건설해 원료부터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독일 현지법인을 활용해 유럽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중국 진화(Jinhua) 소재 무수불화수소산 2만톤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Zhejiang Morita New Materials는 2020년 초 고순도 불산 2만톤 및 BHF 2만톤 공장을 신규건설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앞서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
국내 반도체 소재 생산기업 이엔에프테크놀로지도 모리타케미칼과 합작으로 BHF를 생산하는 펨테크놀로지(FEM Technology)를 설립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Morita New Energy Materials가 장자강(Zhangjiagang)과 타이싱(Taixing)에 LiB 전해액 소재인 LiPF6 7000톤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은 신에너지 자동차(NEV: New Energy Vehicle) 보급이 정체됨에 따라 자동차용 LiB 수요가 침체되고 있어 타이완 타이싱(Taixing) 소재 신규 공장은 수요에 맞추어 가동률을 조절하고 있으나 스마트폰 등 소형제품용 공급비중이 높은 장자강 공장은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리타케미칼은 아시아와 함께 유럽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 현지법인을 활용해 공급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으며 신규 수요처 개척, 생산체제 구축을 포함한 사업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무수불산, 코로나19 확산으로 폭락
불소계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무수불산은 업스트림인 형석이 가장 많이 채굴되는 중국의 공급에 따라 시황이 좌우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공급 감소로 시황이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2019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2020년에는 코로나19 유행의 영향으로 다운스트림인 냉매용을 중심으로 수요가 침체되고 있다.
중국 무수불산 공급기업들은 형석을 매점매석하는 등 가격 붕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으나 다운스트림 수요가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아 가격 예측이 어려워지고 있다.
무수불산은 2019년 중국에서 에어컨 재고가 증가해 냉매용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4월 거래가격이 FOB 톤당 2000달러 밑으로 떨어졌으며 이후 형석 가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며 1000달러대 초반까지 폭락했다.
2020년 들어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기업의 공급 중단으로 2-3월 수급타이트가 발생해 일시적으로 1000달러대 후반을 회복했으나 4월 중국이 생산을 재개한 가운데 유럽, 미국 등 다른 소비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됨으로써 자동차 에어컨용 냉매, 불소수지 등 다운스트림 수요가 감소해 5월 다시 1000달러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6월에는 형석 가격이 오르자 무수불산 가격도 상승세로 전환됐다.
중국에 편재하고 있는 무수불산 생산기업은 원료가격과 관계없이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일부 국가가 봉쇄조치를 완화한 이후에도 다운스트림 수요 전망은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기업이 형석을 매점매석해 무수불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어 가격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아울러 중국의 국영 무수불산 생산기업은 수면 아래에서 멕시코산 등 형석 수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