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GC, 인도네시아 투자 “성공”
일본은 화학기업이 지나치게 많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제기되면서 PVC(Polyvinyl Chloride), 전해 분야에서 해외투자를 적극 실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AGC는 동남아시아 생산기반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PVC 시장은 1980년대 생산기업 수가 17사에 달했고 1981년에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4개 그룹으로 나누어 공동판매체제를 구축했으나 1983년 PVC가 특정산업구조개선임시조치법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합리화 작업에 돌입했다.
내수 이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잉여물량을 수출함으로써 가동률을 높이고 코스트를 낮추는 관행은 일본과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고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로, PVC도 영향을 받았으며 오일쇼크 등으로 코스트가 상승하며 경쟁력을 상실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잉여물량을 수출하지 못하고 공급과잉이 이어지는 등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AGC는 당시 벨기에 GVB를 인수해 유리 사업에서 첫번째 글로벌리제이션에 도전했으며 PVC·전해는 해외진출을 모색했다. 전해공장을 수출한 인도네시아에 1986년 미국 PPG 등과 합작을 통해 Asahimas Chemical을 설립하며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동남아는 가성소다(Caustic Soda) 수요는 있으나 염소 수요가 약해 전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됐지만, AGC는 Asahimas Chemical 설립 당시 염소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전해부터 PVC까지 이어지는 일괄생산설비로 진출했다.
가성소다 수요가 상당해 염소를 PVC 제조용으로 공급하면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1989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PVC와 가성소다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수요 증가에 맞추어 생산능력 계속 확대해 2016년 6차 증설을 마무리함으로써 가성소다 생산능력을 70만톤, PVC는 55만톤, VCM(Vinyl Chloride Monomer)을 90만톤으로 확대했다.
반면, 일본 CA(Chlor-Alkali) 시장은 대대적인 재편이 이루어졌다.
전해공장 수는 1994년 45곳으로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1997년부터 10년 동안 내수가 360만-380만톤 수준에 머무르면서 AGC는 2000년 합작사업이었던 Kasahi Chlor-Alkali의 전해설비를 가동 중단했다. 소다회 생산도 중단하고 PVC는 위탁생산을 해제한 후 2002년 철수했고, 2012년에는 가시마(Kashima) 전해 및 VCM 플랜트도 폐쇄했다.
인도네시아 이어 타이 투자 본격화
AGC는 일본 생산설비를 축소 및 폐쇄하는 동시에 해외에서는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2004년 타이 Thai Plastic & Chemicals, 2006년에는 파키스탄 Engro Polymer & Chemicals의 지분을 매각했지만 2013년 이후 다시 동남아를 중심으로 투자에 적극화해 2013년 베트남 PVC 생산기업인 Phu My Plastics & Chemicals(현재의 AGC Chemicals Vietnam)을 인수한 후 2016년 생산능력을 확대했다.
타이에서는 1965년부터 화학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가운데 2017년 약 335억엔을 투입해 전해부터 PVC까지 생산하는 비니타이(Vinythai)를 인수했고 인근의 AGC Chemicals Thailand와의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 강화 작업을 추진했다.
2018년에는 Asahimas의 PVC 생산능력을 20만톤 확대했고 비니타이 역시 증설을 계속할 계획이다.
타이는 가성소다 생산능력을 59만톤으로 60% 정도, VCM은 83만톤으로 2배 이상, PVC 역시 86만톤으로 3배 가까이 생산능력을 확대한 것으로 파악된다.
AGC는 타이 다음으로 인도네시아에서 또다시 대규모 설비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가성소다, PVC와 함께 1차 염화물 등 염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도소, 필리핀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
도소(Tosoh)는 CA 분야에서도 PVC만을 중심으로 해외에 진출해 주목된다.
1992년 하반기 이후 대규모 정리해고를 포함한 수익개선 활동과 구조개혁을 실시해 영업실적이 개선된 1994년 8월 일본 야마구치(Yamaguchi)의 난요(Nanyo)에서 No.2 VCM 플랜트 건설을 공표했다.
핵심사업인 전해·PVC 사업을 강화함과 동시에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투자로 현재의 비닐-이소시아네이트(Isocyanate) 체인 완성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PVC 출하량은 1990년 194만톤에서 1996년 200만톤을 넘어섰으나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사이에 이미 내수 성장이 멈추어 도소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새로운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일본상사들의 요청을 받아 1988년 말레이지아의 Industrial Resins Malaysia(IRM)에 지분 투자했으며 1990년에는 필리핀 Mabuhay Vinyl에 간접투자를 진행함으로써 VCM 공급을 시작했다.
경쟁력이 높아진 일본 난요공장에는 1996년 신규 VCM 30만톤 플랜트를 건설했고 이후 난요를 중심으로 한 비닐-이소시아네이트 체인 구상으로 발전했다.
해외 생산기지는 저렴한 전기요금을 필수조건으로 내걸었다. 투자액이 막대한 전해설비는 리스크가 큰 만큼 투자액을 100억엔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는 PVC 사업에 집중했다.
말레이지아에서는 아시아 통화위기로 IRM의 PVC 프로젝트가 좌절됐으며 페트로나스(Petronas)가 추진하는 VCM 및 PVC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1994년 Philippine Resins Industries(PRII)를 설립했고 1998년에는 PVC 7만톤 플랜트를 완공했다. VCM은 전량 일본 난요에서 공급받았으며, 수요 호조가 기대되는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전해설비를 가동하고 있는 Mabuhay Vinyl과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Mabuhay Vinyl은 이후 전해사업에 전념하고 있으며, 도소는 2001년까지 출자비중을 80%로 확대해 장악력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PVC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도소는 중국시장의 급성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PVC 수요가 1992년 100만톤을 넘기는 수준에 불과했으나 2004년 600만톤으로 확대됐고 현재는 2000만톤을 상회하고 있다.
도소가 중국 PVC 투자를 결심한 것은 2003년 중국이 일본산 PVC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것이 계기이며, Denki Kagaku Kogyo(현재의 Denka)의 PVC 사업과 통합해 출범시킨 Taiyo Vinyl도 중국으로부터 32%에 달하는 반덤핑관세를 부과받았다.
결국 중국 현지에서 직접 PVC를 생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 아래 2004년 미츠비시(Mitsubishi) 상사, 미쓰이(Mitsui) 물산, 마루베니(Marubeni) 상사와 함께 Tosoh Kosho를 설립하고 22만톤 플랜트를 상업화했다. 2005년에는 마루베니상사와 중국자본이 합작으로 창저우(Changzhou)에 10만톤 플랜트를 건설했다.
도소는 Tosoh Kosho가 사용하는 VCM 전량을, 창저우 공장에는 50만톤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기업들이 카바이드(Carbide) 공법으로 PVC 플랜트를 대거 건설하면서 중국 내수가격이 글로벌 가격보다 20-30% 낮은 수준으로 폭락해 2사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고 2010년에는 창저우 공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일본 난요공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원료 공급을 받지 못해 2015년 폐쇄하고 철수했다.
Tosoh Kosho 역시 한때 철수를 검토할 정도로 수익이 악화됐으나 중국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하며 카바이드 베이스 PVC 플랜트들이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현재는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소는 최근 또다른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필리핀에서 PVC 생산능력을 2배로 확대한 가운데 일본에서는 Taiyo Vinyl의 오사카(Osaka) 공장을 2020년 폐쇄했고 난요 VCM 플랜트는 생산능력 과잉물량이 없어 노후설비 대책 등을 포함해 새로운 투자를 진행 것으로 파악된다.
전해설비까지 해외로 진출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생산기지를 기점으로 중합설비를 갖추고 있어 전해나 모노머 사업 등으로 확장할 여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