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조업 납기 지연에 감산 속출 … 화학제품 수급에도 촉각 집중
중국 정부가 전력 소비 제한 정책을 펼치면서 화학산업을 흔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8월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지역별 에너지 소비량, 단위 GDP(국내총생산)당 에너지 소비량을 가리키는 에너지 강도 등으로 구성된 에너지 감축목표 달성 상황을 반영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 제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칭하이성(Qinghai), 닝샤후이족자치구(Ningxia Huizu), 광시좡족자치구(Guangxi), 광둥성(Guangdong), 푸젠성(Fujian), 윈난성(Yunnan), 산시성(Shaanxi), 장쑤성(Jiangsu) 등 남부지역에서 석탄화력, 석유화학, 화학, 철강, 비철금속, 건축자재 등 6개 산업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전력 공급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파장이 6개 산업을 넘어 전체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윈난성은 중국의 대표적인 인 생산지이며 전력 공급제한과 함께 9-12월 평균 생산량을 90% 감축할 것을 요구해 황린 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황린은 최근 7월 가격의 3배를 제시해도 구매가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광둥성은 9월 중순부터 전력 수요가 쇄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장 가동일을 주간 2일로 제한하고 있으며 광저우(Guangzhou)에 소재한 혼다(Honda) 공장도 감산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쑤성은 9월 초부터 석탄 사용량이 5만톤 이상인 약 320사와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29사를 대상으로 감시를 시작했고 인쇄‧염색 관련기업 1000사는 2일 가동 후 2일 가동중단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쑤저우(Suzhou)의 스테인리스 가공공장은 9월30일까지 100% 정전을 시행했으며 용제 생산기업도 일부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창수(Changshu)에 소재한 식품 생산기업들은 9월 말까지 전력 사용량을 70% 줄였고 다른 제조업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제한을 받고 있어 감산, 납기 지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동북지역에서도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며 인프라 등 일반 생활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고 있으나 동북지역의 전력 공급제한은 석탄 공급부족에 따른 것일 뿐 남부지역의 전력 공급제한 조치와는 별개의 흐름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화력발전이 전체 발전량의 약 70%에 달하고 대부분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최근 석탄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석탄 가격이 폭등했지만 전기요금은 큰 변화가 없어 국유기업이 대부분인 전력기업들이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국민 반발을 피하기 위해 전력 소비량을 줄이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력이 급격히 부족해진 원인으로는 중국 내수 정상화 및 수출량 증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중국은 1-8월 수출총액이 13조5600억위안으로 전년동기대비 23.2%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2019년과 비교해도 23.8%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정상적인 생산 수단을 가지지 못한 국가들이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며 세계 생산대국으로서의 중국의 역할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2020년은 물론 2021년 상반기에도 세계의 물자 공급을 담당했으며 수출을 확대하면서 발전용 석탄 수급이 타이트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은 이전에도 매년 여름철 전력 사용을 제한해왔으나 2021년에는 화학을 포함한 제조업 공장에 2일 가동 후 5일 가동중단, 90% 가동 제한 등 전례 없을 정도로 엄격한 제한에 나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수급타이트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와의 무역마찰로 발전용 석탄 조달이 어려워진 가운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전력 제한 조치가 언제 해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9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지 1년이 지났으며 2021년 11월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 개최를 앞두고 있어 탄소 발생량을 감축한 가시적인 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대대적인 전력 제한 정책이 화학 등 제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제화학제품제조자협회(AICM), 중국 석유‧화학공업연합회(CPCIF), 일본 영사관 등이 사전 고지 및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3분기 에너지 절감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11월에는 중국 정부가 전력 제한 조치를 해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연말까지 자동차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 만큼 관련 산업단체들도 연말 이전에는 제한 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