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산업이 성장을 거듭하면서 중국과 일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낮은 상태에서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으면 최선이나 국제분업이 일반화된 흐름을 거역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화학기업들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일본과 협력 또는 협업하는 것이 득이 되는 마당에 굳이 독자노선을 걸을 필요도 없고 또 독자 생존할만한 여건도 아니라는 생각이 일반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불거진 중국 수출 의존도 문제를 생각할 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당시 삼성‧현대가 석유화학산업에 진입하면서 신증설 경쟁이 벌어졌고 공급과잉이 심각해지자 너도나도 중국 수출에 나섬으로써 합성수지를 중심으로 일부 석유화학제품은 중국 수출 의존도가 80-90%에 달했고 P-X는 아직도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만약, 2020년대 시점에서 5대 합성수지인 PE, PP, PS, ABS, PVC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50%를 넘는다면 어떠할까? 아마도 대부분의 석유화학기업이 노심초사하면서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이유로 한국을 배척했을 때도 석유화학기업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경제가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화학소재를 수입하지 않을 수 없어 중국이 대책도 없이 한국산 석유화학제품 수입을 규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배짱과 함께 합성수지의 중국 수출 의존도를 20-30% 수준으로 크게 낮추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P-X를 비롯해 중국 수출 의존도가 50%를 넘는 석유화학제품이 상당한 가운데 중국이 자급률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어 의도적으로 한국산 수입을 규제하지 않더라도 머지않아 상당한 타격이 예고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배터리 소재를 비롯해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화학섬유‧제약‧화장품의 원료‧중간소재를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이 한국에 대한 수출을 규제하면 산업이 마비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가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면서 일본이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했으나 일본산 수입이 줄어들지 않은 가운데 중국산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산 수입비중은 2018년 18.3%에서 2021년 15.9%로 하락했으나 2021년 반도체 경기가 호황을 맞으면서 일본산 수입액은 2018년 381억달러에서 2019년 329억달러로 줄어든 후 2020년 340억달러, 2021년 395억달러로 증가했다.
더군다나 불화수소는 일본산 비중이 2018년 41.9%에서 2021년 13.6%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으나 중국산은 오히려 17.7%포인트 상승했다. 일본에서 고순도 불산을 수입하는 대신 중간소재인 불화수소를 중국에서 수입해 가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화수소는 단편적인 예에 불과하고 중국산 화학제품 원료‧중간소재의 수입을 전수 조사하면 국내 산업이 위험한 협곡을 가로지르는 중국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중국산 수입이 중단되면 생산이 마비될 산업이 하나둘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사대(事大) 외교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강조할 필요가 없고, 화학을 비롯해 국내 산업계는 자주‧자강을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이 대결하는 국면을 가상해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