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Silicone)은 내열성, 내후성, 내구성, 전기절연성, 접착성 등 뛰어난 특성을 바탕으로 자동차, 건축, 화장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 투입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에너지 절약, 환경부하 저감 등 친환경적인 측면이 부상하면서 수요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실리콘은 개발된 지 5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설계자유도가 높고 활용범위가 넓어 신제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KCC가 모멘티브(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를 인수한 이후 메이저를 중심으로 과점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영향으로 자동차용 수요가 감소했으나 하반기부터 성장세를 회복해 2021년에는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화장품 중심으로 수요 확대
실리콘 생산기업들은 중장기적으로 시장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신제품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주로 고무제품 형태로 개스킷, 머플러행거, 방진재, 에어백 코팅제 등 내열성, 내구성, 유연성이 요구되는 부품에 채용되고 있으며, 고도의 열 대책이 필요한 전기자동차(EV), 하이브리드자동차(HV)가 보급됨에 따라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전기절연성, 방열성 등을 활용해 전자회로기판 봉지재 및 보호코팅제, 방열재에 채용되고 있으며 황변 등 시간 경과에 따른 열화가 없는 이점이 부각되면서 렌즈, 반사판, 도광판 등 광학소재에도 투입되고 있다.
안정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화장품 분야에서는 촉감 향상, 보습, 광 확산 등 광학특성을 부여하고 피막을 형성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바탕으로 헤어케어, 스킨케어, 메이크업 등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실리콘 생산기업들은 경기변동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화장품 분야를 유망시장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란트를 포함한 건축용도 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생산공정 환경부하 저감, 공사기간 단축, 사용성 등을 고려한 다양한 타입이 개발되고 있다.
KCC, 3년만에 모멘티브 인수효과 가시화
KCC는 배터리 소재, 전기자동차 차체·부품으로 적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실리콘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2021년에는 실리콘 매출액이 3조2000억원으로 2020년 2조6956억원에 비해 18.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27억원에서 3158억원으로 무려 14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2위 실리콘 메이저 모멘티브를 인수한 효과가 3년 만에 나타난 것으로, KCC는 2019년 모멘티브를 30억달러(약 3조5500억원)에 인수하며 실리콘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KCC는 실리콘 사업 모두를 모멘티브에게 양도해 수직계열화하는 한편 모멘티브에 대한 지분을 끌어올리며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모멘티브 인수 직후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실리콘 수요가 둔화하면서 영업이 부진했으나 2021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 백신 보급과 함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가 회복되자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KCC는 총매출에서 실리콘 사업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리며 미국 다우케미칼(Dow Chemical), 독일 바커케미(Wacker Chemie), 일본 신에츠케미칼(Shin-Etsu Chemical)과 함께 글로벌 실리콘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실리콘은 반도체, 태양광, 전기자동차, 헬스케어 등 다운스트림 호조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공급부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원료 메탈실리콘의 하향 안정화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파악된다.
신에츠, 자동차‧화장품용 신제품 개발 강화
신에츠케미칼은 수요에 대응하는 신제품 및 신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용은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용 방열소재를 개발했다. 밀도와 경도가 낮은 방열 실리콘 패드 TC-PEN 시리즈로 신에츠케미칼이 독자적으로 개발했으며 밀도를 낮춰 기존제품과 동등한 방열성을 유지하면서 무게를 약 15%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볍고 유연성이 뛰어나 LiB(리튬이온전지) 등 넓은 면적에 사용되는 부위, 울퉁불퉁한 발열소자의 방열에 적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TC-SET 시리즈는 그동안 실현이 어려웠던 낮은 경도와 뛰어난 복원성을 양립시켜 장기간에 걸친 내진동성, 고복원성이 요구되는 전자기기 방열용으로 제공하고 있다.
화장품용은 새로운 타입의 휘발성 실리콘오일 KF-4422를 개발했다.
디메틸(Dimethyl) 실리콘오일의 분자구조 일부를 에틸기로 변환한 고순도 실리콘오일로 휘발성이 있어 실리콘 특유의 가볍고 깔끔한 사용감을 얻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기존제품에 비해 탄화수소유, 자외선 흡수제 등과의 상용성이 뛰어나 가공이 용이한 이점도 부각되고, 사용감을 개선하고 실리콘계 피막형성제와 함께 투입함으로써 내수성도 부여할 수 있어 스킨케어, 선케어 등 화장품 고기능화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에츠케미칼은 실리콘 사업의 탄소중립 대책에 총 200억엔을 투입해 생산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함과 동시에 수요처를 비롯한 사회 전체의 배출량 감축에 기여하는 실리콘제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가공공정에서 2차 가열이 불필요해 에너지 절약에 기여하는 미라블형 실리콘고무, 자동차‧항공기 등 모빌리티 경량화 및 에너지 절약에 기여하는 액상 실리콘고무 사출성형 시스템(LIMS)용 저밀도 실리콘고무 등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다양한 실리콘제품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중점과제로 설정하고 있는 신에츠케미칼은 실리콘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군마(Gunma)에 총 200억엔을 투입해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전력 자급률을 끌어올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14%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군마 마츠이다(Matsuida) 및 이소베(Isobe) 공장의 가스터빈 발전설비 증설에 100억엔을 투입했다.
나머지 100억엔은 변성 실리콘오일, 성형용 실리콘고무, 방열 실리콘 소재 등 친환경제품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우도레이, 화장품용 고기능제품 개발 박차
다우케미칼(Dow Chemical)과 도레이(Toray)가 합작한 다우도레이(Dow Toray)는 다양한 영역에 고기능성 실리콘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화장품을 포함한 퍼스널케어제품은 지속가능성 니즈에 대응한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선케어제품 고기능화에 기여하는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OWSIL ES-5800 Formulation Aid는 수용액에 TiO2(이산화티타늄: Titanium Dioxide), 산화아연(Zinc Oxide) 등 자외선(UV) 산란제를 안정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PEG(Polyethylene Glycol) 미함유 실리콘계 분산제이다.
기존 O/W형 에멀전은 일반적으로 안쪽의 오일에 무기 UV 산란제가 들어가나 다우도레이는 내수성을 유지한 상태로 바깥쪽의 물에 들어가도록 설계를 변경했다.
이에 따라 수용액에 대한 높은 분산효과를 발휘해 무기 UV 산란제를 고농도로 배합할 수 있어 UV 차단지수(SPF) 향상을 위해 선케어제품에 배합하는 유기 UV 필터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O/W, W/O 처방에 첨가제로 배합함에 따라 내수성 손상 없이 비누로 쉽게 닦아낼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뜻한 수계 선케어제품에 가장 적합하며 O/W형 리퀴드파운데이션 등에도 채용되고 있다.
DOWSIL ES-5700 Formulation Aid는 다양한 오일에 대응하는 분산제로 친수성인 디글리세롤(Diglycerol) 기를 도입함에 따라 실리콘오일, 유기오일, 실리콘-유기 혼합오일 등 광범위한 분산매체에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분산성능이 매우 높아 산화아연 65%, TiO2 50% 등 고농도 배합에서도 안정적인 저점도 슬러리를 처방할 수 있으며 고농도 안정배합에 따라 DOWSIL ES-5800 Formulation Aid와 마찬가지로 유기 UV 필터 배합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필러 분산성을 바탕으로 뛰어난 색조를 얻을 수 있어 리퀴드파운데이션, 색조화장품에 채용되고 있다.
다우도레이는 연구개발(R&D)과 동시에 정보 제공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우그룹이 공급하는 주력 퍼스널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술을 열람할 수 있는 온라인 가상부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시회에 방문하는 느낌으로 간단하게 마우스를 클릭하며 상세한 기술 정보를 확인하거나 문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겔레스트, 전자‧위생소재 분야에서 주목
미국 겔레스트(Gelest)는 실리콘제품 약 5000종을 생산하고 있으며 시약 단계의 공급부터 양산화까지 일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전자소재 생산기업들은 최근 반도체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고기능성, 고부가가치제품을 개발할 때 특수 규소계 화합물을 검토하고 있으며 반도체, 메모리, 파워유닛 분야에서는 절연, 발수, 보호피막 등 실란(Silane), 실록산(Siloxane) 화합물을 재검토하고 있어 실란, 실록산, 실리콘을 중심으로 라인업이 약 5000종에 달하는 겔레스트 생산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위생의식 향상으로 실란에 따른 표면수식으로 다양한 소재에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화합물 가운데 항미생물 성능을 부여하는 Biosafe 시리즈가 주목받고 있다.
주력제품인 PSQ.(Polysilsesquioxane)는 삼관능 오르가노실란(Organosilane) 화합물로부터 합성한 실리콘으로 무기소재가 보유한 높은 내열성과 내후성 등을 부여할 수 있는 특징이 있어 전기, 광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합성소재 매트릭스수지, 촉매담체, 코팅수지 등으로 채용되고 있다.
고신장 실리콘 엘라스토머 ExSil 100도 독특한 물성을 바탕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ExSil 100은 신장률이 5000%로 실리콘 뿐만 아니라 모든 고무제품 가운데 최고 수준에 달하며 인장강도, 인열강도가 높고 유동성과 성형성, 산소투과성, 장기 열안정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압축 영구 뒤틀림이 적어 조형, 다이어프램, 마이크로 유로, 방진재, 고기능성 실링재, 공학적‧전기적 인터커넥트 등 다양한 용도에 투입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아즈맥스(Azmax)가 겔레스트의 대리점으로 메이저가 취급하지 않는 독특한 실리콘제품을 전자, 정밀화학, 화장품을 포함한 퍼스널케어용 등으로 다양하게 공급하고 있다.
아즈맥스와 겔레스트는 상호방문 등 정기교류를 통해 납기, 품질 측면에서 관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일본 수요처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강윤화 선임기자: kyh@chemloc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