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너도나도 북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2020년 기준 신규 자동차 판매 중 전기자동차 비중이 2%에 그쳤으나 앞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해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이 2021년 46GWh에서 2025년 286GWh로 6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신규 자동차 중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친환경 자동차 비중을 2030년 50%로 끌어올리고, 2050년까지 전체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60-70%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자동차 메이저 스텔란티스와 공동으로 4조8000억원을 투자해 캐나다 온타리오에 2026년까지 전기자동차 배터리 45GWh 공장을 건설하고 미국 애리조나에도 1조7000억원을 투자해 11GWh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SK온과 삼성SDI 역시 포드‧스텔란티스와 합작하거나 단독으로 북미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3사 투자액은 10조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중국 CATL도 약 6조원을 투자해 80GWh 공장을 북미에 건설할 계획이고, 일본 파나소닉은 확정하지는 않았으나 수조원을 투입해 미국 오클라호마나 캔자스에 30-50GWh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기준 6년간 미국에 새로 건설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은 14곳으로 11곳은 국내 3사가 합작하거나 단독으로 투자하며 중국, 일본기업들도 북미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선점 경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나 과연 배터리 재활용이나 재사용을 고려해 투자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무턱대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을 것이 아니라 재활용과 재사용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 대책과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급부상하면서 친환경 자동차 보급 정책이 촉진되고 배터리 시장이 확대되고 있으나 유럽연합(EU)은 2020년 배터리 규제안(Batteries Regulation)에서 LIB 재활용 소재 사용을 의무화했다.
재사용은 폐기·교환 등으로 불필요해진 폐배터리를 새로운 용도로 2차 활용하는 것을, 재활용은 폐배터리에서 코발트, 니켈 등 금속 소재를 추출해 양극재 원재료 등으로 재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가 LIB 재사용·재활용 시장을 조사한 결과, 자동차용 LiB 폐기량은 2021년 9만6850톤에 달했고 중국이 94%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이 2015년 이후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하면서 LIB 폐기량이 대량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사용 시장은 2021년 1790MWh에 불과했고 그것도 중국이 최대로 파악된다. 중국은 주로 저속 전기자동차나 ESS로 재사용하고 있다.
재활용 시장은 코발트, 니켈, 리튬 회수량을 기준으로 2021년 4만6810톤으로 추산되나 코발트·니켈에 비해 리튬은 재활용 기술이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생산기업들이 유럽에 이어 북미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으나 재사용·재활용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지, 폐배터리를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세계시장의 30% 안팎을 장악하고 있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재활용‧재사용을 회피할 수 없고 책임도 막중하다고 할 수 있다.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폐배터리 회수‧재활용과 함께 LCA 관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