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석유화학‧정유기업들이 에틸렌 투자를 거의 마무리했다.
LG화학을 비롯해 한화토탈,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여천NCC 등이 신증설을 완료했고 대한유화의 소규모 증설과 에쓰오일의 스팀 크래커 건설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중국이 에틸렌을 자급할 수 없고 산업이 발전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대대적 투자를 단행했으나 앞날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중동 국가들의 확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셰일가스 붐이 한풀 가라앉았다고 할 수 있으나 동남아가 투자를 확대하면서 자급률을 끌어올리고 있고 중국도 정유‧석유화학 일체화 프로젝트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도 핵 문제가 해결되면 투자를 재개할 것이 확실하다.
동남아는 롯데케미칼이 말레이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고 타이가 베트남을 중심으로 아세안 시장 장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한국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급성장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은 에틸렌을 자급하지 못해 PE를 중심으로 다운스트림 수입을 계속하고 있으나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체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자급률이 급상승해 유도제품 수입을 현저히 줄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디아가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중국에 이어 제2의 수출 대상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나 자체 생산을 확대하고 있음은 물론 수입을 규제하기 위해 반덤핑에 이어 BIS(인디아 공업규격)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규제를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중국의 일체화 프로젝트를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2020년부터 민영기업 주도로 석유정제‧석유화학 일체화 프로젝트를 잇달아 추진했고 최근에는 국영기업들이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이노펙과 페트로차이나는 일부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가운데 추가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사이노펙은 에틸렌 생산능력을 700만톤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은 2015년 원유 수입을 민간에 개방한 이후 석유정제능력이 수요를 상회하자 일체화 프로젝트를 통해 석유정제능력을 감축하면서 석유화학으로 전환하도록 독려하고 있으며, 폴리에스터 메이저까지 석유정제에서 시작해 에틸렌, 합섬원료, PET섬유로 이어지는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일체화 프로젝트가 에너지 절감 및 배출량 감축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시되나 에틸렌을 시작으로 다운스트림까지 수직계열화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것은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투자 초기부터 수직계열화함으로써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다음 단계인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에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해 경쟁력을 갉아먹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산화탄소 분리‧회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으나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해 합성연료, 화학제품, 콘크리트 등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CCUS가 필수적이나 기초에 해당하는 요소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은 고농도 분리‧회수 기술을 확보하고 에너지·코스트 절감 과제 해결에 주력하고 있으며, 아민흡수제·분리막 등 혁신적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코스트를 톤당 6000엔 이상에서 2030년까지 2000엔 수준으로 낮추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화학은 수직계열화에 이어 CCUS 기술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