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아시아 화학 시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증설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타이, 필리핀은 NCC(Naphtha Cracking Center) 신증설이 잇따르고 있으며, 브루나이에서는 중국기업이 최초로 스팀 크래커 건설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고 있다.
동남아 최초로 석유화학산업을 시작한 싱가폴은 CCUS(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순환형 올레핀(Olefin) 생산 등 탄소중립형 화학산업을 실현하기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
반면, 말레이지아는 국영기업 페트로나스(Petronas)와 아람코(Saudi Aramco)가 장기간에 걸쳐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PIC(Petrochemical Integrated Complex) 프로젝트가 계속 지연되고 있고, 인도네시아는 국영기업 페르타미나(Pertamina)의 석유정제‧석유화학 통합 프로젝트가 거듭 연기되고 있다.
중국산 화학제품 유입 확대에 대한 대응도 선결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폴리올레핀(Polyolefin)은 중동산, 미국산 수입에 그쳤으나 앞으로는 석유화학제품 자급률을 급속히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산 유입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됨에 따라 생산 확대와 동시에 폐플래스틱 리사이클 및 CCUS 관련설비를 병설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동남아 화학기업들은 앞으로 환경부하 저감, 경쟁 심화에 대한 대응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싱가폴, 탄소중립 움직임 가속화
싱가폴은 PCS가 1984년 주롱(Jurong)에서 동남아시아 최초로 NCC를 가동했고 이후 엑손모빌(ExxonMobil)이 2001년, 쉘(Shell)이 2010년 에
틸렌(Ethylene) 생산을 시작했으며 양사는 정유공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PCS는 1997년, 엑손모빌은 2013년 No.2 크래커를 가동했다.
쉘은 부콤(Bukom) 소재 정유공장과 화학공장을 재생가능 연료 및 화학제품 생산기지 Shell Energy & Chemicals Park Singapore(SECPS)로 전환할 계획이다. 유럽‧미국 정유‧화학공장에서도 재생가능 생산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쉘은 2030년까지 싱가폴 사업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6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SECPS 프로젝트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2023년까지 정유공장의 원유 처리능력을 50% 감축하고 재생가능자원, 폐식용유, 동물성 유지 등을 원료로 항공유, 경유, 화학제품 원료 등을 55만톤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폐플래스틱 베이스 열분해유 정제장치도 신규 건설할 계획이다. 처리능력은 5만톤으로 외부에서 조달한 분해유를 정제해 NCC 원료로 투입하고 올레핀 등을 생산해 순환형 화학제품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CCUS 기지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는 Singapore LNG는 2021년 LNG로부터 NGL(액체천연가스)을 추출해 석유화학 원료로 활용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에틸렌 원료 다양화의 일환으로 LNG를 재가스화할 때 발생하는 냉열을 이용해 NGL을 추출할 계획이며 싱가폴 에틸렌 3사 등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프로필렌(Propylene)을 선택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PDH(Propane Dehydrogenation) 설비를 신규 건설하기 위해 사업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도제품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포장재용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PP(Polypropylene)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폐플래스틱 리사이클 설비를 병설해 경쟁력 높은 차세대형 컴플렉스를 구축할 방침이다.
PDH 기술은 외부에서 도입하면서 독자적으로 프로필렌 정제기술을 향상시킬 계획이며 PDH 부생수소와 이산화탄소(CO2)를 원료로 현지에서 메탄올(Methanol)을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타이, 환경규제 강화로 해외투자 모색
타이는 국영기업 PTT 산하 PTT Global Chemical(PTTGC)과 IRPC, Siam Cement Group(SCG) 산하 SCG Chemicals 3사가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PTTGC는 2012년 PTT 계열 화학기업 2사가 통합해 탄생했으며 PTT가 타이만 등에서 개발하고 있는 천연가스를 에틸렌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PTTGC는 2021년 초 No.5 NCC 가동을 시작했다. 생산능력은 에틸렌 50만톤, 프로필렌 25만톤으로 유도제품 생산설비가 없어 기존 수요처 및 자사 유도제품 플랜트 공급을 확대해도 풀가동하면 에틸렌을 연평균 20만-30만톤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PTTGC는 수요에 따라 크래커 가동률을 100%에서 80-90%로 조정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인도네시아, 중국에 에틸렌을 수출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프로필렌 증설물량은 2020년 말 가동한 PO(Propylene Oxide) 제조용으로 자체적으로 소비할 계획이다.
SCG Chemicals은 미국 다우케미칼(Dow Chemical)과 합작으로 NCC 2기를 가동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다우케미칼과 합작으로 설립한 Map Ta Phut Olefins이 NCC를 증설해 에틸렌 생산능력을 120만톤으로 30만톤 확대했다.
타이 석유화학산업은 동부인 맙타풋(Map Ta Phut)에 집중돼 있다.
나콘시탐마랏(Nakhon Si Thammarat), 송클라(Song Khla) 등 남부지역을 대상으로 컴플렉스 건설을 검토한 바 있으나 환경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어 PTT, SCG Chemicals은 해외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SCG Chemicals은 베트남 남부에 대규모 스팀 크래커를 건설하고 있으며, PTTGC는 미국에서 에틸렌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나 파트너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TT 산하에서 정유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타이오일(Thai Oil)은 2021년 9월 인도네시아 최대의 화학 메이저 Chandra Asri Petrochemical(CAP)의 지분 15%를 확보함에 따라 Barito Pacific, SCG Chemicals에 이어 3대 주주로 부상했다.
타이오일은 CAP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No.2 에틸렌 크래커에 원료 나프타를 공급할 예정이다.
엑손모빌은 시라차(Si Racha)에 에틸렌 크래커를 신규 건설해 기존 정유공장과 통합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사업환경 악화의 영향으로 백지화하고 아시아에서는 중국 투자에 경영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베트남, 석유화학 컴플렉스 프로젝트 진전
베트남은 아직 에틸렌 생산기업이 없으며 타이 석유화학 메이저 SCG Chemicals이 2023년 가동을 목표로 남부 바리아붕타우(Ba Ria-Vung Tau)의 롱손(Long Son)에 스팀 크래커를 건설하고 있다.
프로필렌은 2017년 베트남 국영 화학기업 PetroVietnam, 일본 이데미츠코산(Idemitsu Kosan),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이 합작한 Nghi Son Refinery & Petrochemical(NSRP)이 북부 타인호아(Thanh Hoa)에 신규 건설한 Nghi Son 정유공장에서 RFCC(Residue Fluid Catalytic Cracker)를 베이스로 생산을 시작해 PP 제조용으로 자체 소비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효성비나케미칼(Hyosung Vina Chemical)을 통해 2020년 바리아붕타우에서 프로필렌 생산능력 60만톤의 PDH 설비를, 2021년 PP 2계열 총 60만톤 플랜트를 가동했다.
베트남에서는 NSRP, Binh Son Refining & Petrochemical(BSR)을 포함해 3사가 PP를 생산하고 있으며 총 생산능력이 100만톤을 상회하고 있다.
SCG Chemicals은 자회사 Long Son Petrochemicals를 통해 에틸렌 110만톤, 프로필렌 50만톤의 NCC를 중심으로 석유화학 컴플렉스를 건설하고 있다.
2022년 중반에는 폴리올레핀 플랜트를 가동할 예정이며 올레핀 조달을 위한 협상 등을 진행하고 있다. NCC는 2023년 1-3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폴리올레핀 생산능력은 HDPE(High-Density Polyethylene) 45만톤, LLDPE(Linear Low-Density PE) 50만톤, PP 40만톤으로 파악된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