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화학기업들이 2021년 대박을 터트렸다고 한다.
2021년 코스피(KOSPI) 상장기업을 포함 100대 화학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2020년 3조4399억원에서 2021년 4조6532억원으로 35.3% 급증했고, 평균 영업이익은 32020년 595억원에서 2021년 3646억원으로 512.7% 폭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3% 수준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이 9.0%에 달할 정도이니 대단하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화학기업들이 대박을 터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즐거운 표정은 찾을 수 없다. 너무 좋아서 표정을 관리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딱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2020년 고전한데 따른 반작용이 일부 작용했으나 외형이 커진 가운데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도 즐겁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2021년에는 중국 경제가 급성장함으로써 화학제품 수요 호조를 뒷받침했고 미국‧유럽도 코로나19 사태에서 탈출해 성장세를 회복함으로써 화학산업의 고도성장이 가능했으나 2022년에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2021년의 호조가 자체적 노력에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매출이 급증했고, 미국‧유럽의 한파와 허리케인 상륙에 따른 가동중단‧트러블이 수익을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석유화학 상위 10사의 2021년 영업이익률이 평균 10.0%에 달했으나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화학기업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등락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3가지 요인을 경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꺾인 것이 분명한데도 중국이 오미크론을 차단한답시고 상하이에 이어 베이징까지 봉쇄하는 전근대적 방역 대책을 계속함으로써 중국 경제의 성장성이 급격히 위축되고 화학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부터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줄어들어 PP‧ABS‧페인트‧접착제 등 자동차용 화학제품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 수요까지 감소함으로써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화학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둘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120달러 사이에서 등락하고 나프타가 톤당 900-1000달러를 오르내림으로써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나프타가 급등하면 석유화학제품 현물가격이 원료가격 이상으로 상승해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자동차 생산 부진에 중국 수요 감소가 겹침으로써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에틸렌이 1300달러 이상으로 급등했으나 최근 1200달러가 무너졌고 프로필렌도 1300달러를 넘나들었으나 1100달러대 중반으로 하락한 것이 잘 증명해주고 있다. PE, PP는 원료가격 초강세에도 불구하고 1200-1300달러 수준에서 등락함으로써 흑자가 불가능한 구조적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셋째, 미국이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양적 완화로 풀었던 달러화를 회수하고 있어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굳어지면 화학 경기가 급격히 냉각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폭등에 중국‧미국 변수가 불투명한 가운데 코로나19 위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국제질서 재편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