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전지 소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Lithium) 공급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는 2030년 기준 글로벌 리튬 수요가 179만톤, 공급은 150만톤으로 29만톤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2도 아래로 억제하기 위한 기후정책에 따라 2040년 리튬 수요가 2020년의 42배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IEA는 리튬에 그치지 않고 2차전지의 주요 원료인 코발트, 니켈 수요도 20년 동안 각각 21배, 19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튬은 2021년 글로벌 수요가 50만톤에 달했고 2022년 60만톤, 2025년 약 150만톤, 2030년에는 약 320만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30년까지 리튬 공급량은 수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가격, 41만4500위안으로 6배 폭등
LiB(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에 투입되는 리튬은 공급부족이 확대되면서 국제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고 있다.
리튬 국제가격은 2022년 2월18일 톤당 41만4500위안으로 1년 전 6만7500위안의 6배로 폭등했다. 배터리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리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튬 화합물 1위 생산국인 중국은 주요 리튬 매장지인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배터리에 투입되는 탄산리튬은 2021년 12월 중국에서 톤당 3만2600달러에 거래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톤당 5860달러에 불과했으나 2021년 초부터 급등하면서 5배 이상 폭등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자동차(EV)용 배터리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기자동차 생산기업 테슬라는 지구와 화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리튬을 채굴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버말, AUS‧중국 중심 전기자동차용 투자 확대
리튬은 전기자동차 시장 성장을 타고 설비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알버말(Albemarle)은 전기자동차 시장 급성장과 리튬 가격 급등을 통해 2021년 매출이 13억달러로 전년대비 2억달러 급증했다.
2022년 매출 목표액은 22억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자동차용 LiB(리튬이온전지) 신증설 투자가 본격화됨에 따라 리튬 정제능력을 2022년 말까지 17만5000톤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알버말은 2021년 오스트레일리아 Kemerton에 신규 수산화리튬 공장을 건설해 최근 시험가동을 시작했으며 2022년 하반기 풀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2만5000톤이며 2022년 말까지 또다른 신규 2만5000톤 플랜트를 건설함으로써 총 5만톤 체제를 확립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차기 증설 프로젝트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2021년 수산화리튬 공장을 완공한 Guangxi Tianyuan New Energy Materials 인수를 통해 2만5000톤 체제를 확립했다.
또 장쑤성(Jiangsu)의 장강 국제화학공업원 및 쓰촨성(Sichuan)의 Pengshan 경제개발원과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2024년 말 완공을 목표로 2개 지역에 각각 수산화리튬 생산능력 5만톤 공장을 건설한다.
알버말의 리튬 사업은 전기자동차용이 60%, 산업용을 포함한 유리용 탄산리튬이 20%, 리튬을 사용하는 촉매나 의료용 스페셜리티 용도가 20%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다른 용도도 연평균 4-5% 성장하나 전기자동차용 비중이 80-90%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급성장이 기대되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중국에서의 투자를 적극화할 방침이다.
SQM, 신증설에 합작투자도 추진
칠레 SQM 역시 리튬 생산능력 확대를 적극화하고 있다.
SQM은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 인근의 카르멘(Carmen)에서 탄산리튬 및 수산화리튬 신증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 상반기까지 탄산리튬 생산능력을 약 18만톤, 수산화리튬은 약 3만톤을 건설하고 2023년까지 추가로 2억5000만달러(약 2970억원)를 투자해 탄산리튬 약 21만톤, 수산화리튬 약 4만톤 체제를 확립할 방침이다.
SQM은 전기자동차용 LiB 수요 급증으로 2021년 매출이 9억3610만달러로 144.2% 급증했고, 특히 4분기에는 매출이 4억527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30.7% 폭증했다.
2023년에도 글로벌 수요가 30% 이상 증가하며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생산능력 확대 투자를 결정했으며 칠레 뿐만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지역에서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4년 하반기에는 배터리 그레이드 수산화리튬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SQM은 2022년 설비투자에 약 9억달러를 투자하며 리튬과 리튬화합물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는 한편 요소 등 생산체제 강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 2025년 리튬 생산능력 11만톤으로 확대
포스코는 배터리용 금속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리튬‧니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2025년까지 리튬 11만톤 생산능력을 확보해 매출 1조7000억원을 올릴 방침이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리튬 염호와 함께 오스트레일리아 필바라(Pilbara Minerals)에도 지분을 투자해 매년 리튬광석 약 32만톤을 공급받고 포스코리튬솔루션이 리튬광석을 활용해 수산화리튬을 추출할 계획이다.
2023년 10월 가동을 목표로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수산화리툼 4만3000톤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포스코는 리튬·니켈 등 원료 사업이 본격화하면 포스코케미칼의 양·음극재나 수소·전기자동차용 철강제품,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구동모터 등으로 시너지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0년 리튬 시장에 뛰어들어 세계 최초로 염수에서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 후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소금호수 북측 1만7500ha(175평방키로미터)를 2018년 오스트레일리아 자원개발기업으로부터 약 3100억원에 인수했다. 2020년 말 탐사에서 리튬 매장량 추정치가 1350만톤으로 기존 추정치(220만톤)의 6배 이상로 확인됐고 현재 공장 건설이 진행되고 있어 2024년쯤 리튬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포스코는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의 매출액이 누적 10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튬 염호의 예상 매장량 1350만톤에 2021년 12월 리튬 평균가격 톤당 3만709달러와 정제·추출비율(가채율 30%에 수율 70%)을 고려해 산출한 것이다.
포스코가 2018년 오스트레일리아 갤럭시리소시스(Galaxy Resources)로부터 인수할 때 가격 2억8000만달러의 300배가 넘고, 2021년 3월 발표한 누적 매출 추정치 35조원의 3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미국, 리튬 개발 프로젝트 홍수
미국은 1990년대까지 리튬 생산 선도국가로 세계 매장량의 20%를 보유했으나 채산성이 낮고 정제과정에서 환경오염 논란이 일어나면서 주도권을 중국에게 넘겨주었다.
글로벌 생산량 중 미국의 비율은 1%에 불과하고, 현재 미국에서 채굴하고 있는 리튬광산도 네바다에 있는 실버피크 1곳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세계 리튬 가공‧정제공정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리튬 국제가격도 위안으로 표기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미국이 반격을 시작했고, 1850년대 서부 골드러시(Gold Rush)를 연상케 하는 리튬 투자 러시가 일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1년 1분기에 발생한 리튬광산 개발 투자액만 35억달러(약 4조1856억원)에 달해 이전 3년간(2018-2020년) 투자액(5억달러)의 7배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역시 2021년 6월 배터리 제조 뿐만 아니라 리튬 생산·정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며 리튬 생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북미 최대의 리튬 채굴 프로젝트는 네바다 북부 험볼트카운티의 태커 패스(Thacker Pass)에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리튬 채굴기업 Lithium Americas(LAC)가 2021년 1월 토지관리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고 개발하고 있으며, 배터리용 탄산리튬 310만톤이 매장돼 있고 매년 8만톤을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년 136만대의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미국은 네바다 외에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아칸소, 노스다코타, 오리건, 테네시 등에서도 다양한 리튬 채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남미‧아프리카 자원외교로 시장 장악
리튬 추출·가공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더 많은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리튬 매장량이 풍부한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 채굴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남미, 아프리카 등 제3세계에서 자원외교를 이어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채굴권 확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영 중광자원의 자회사가 짐바브웨의 리튬 광산인 비키타광산 지분 74%를 1억8000만달러에 인수했고, 2021년 12월에는 중국 저장화유코발트가 4억2000만달러에 짐바브웨 리튬 광산기업 프로스펙트리튬짐바브웨를 인수했다.
중국기업 사이에도 해외 리튬 확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21년 7월 중국 최대의 리튬 생산기업 간펑리튬과 배터리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인 CATL은 아르헨티나 리튬 광산을 소유한 캐나다기업 밀레니얼리튬 인수 경쟁을 벌였고, CATL이 인수에 성공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중국 매장량을 포함해 중국기업들이 다른 채굴기업을 인수하거나 광산 지분을 확보해 얻은 리튬은 2021년 10월 기준 640만톤에 달하고 있다. 2020년 글로벌기업들이 맺은 전체 리튬 채굴 계약물량 680만톤과 맞먹는 수준이다.
한국, 배터리 강국이나 리튬 확보 실패
한국은 전기자동차 배터리 2위 생산국이나 미국, 중국에 불리한 입장이다.
이명박 정부가 많은 공을 들였던 볼리비아 우유니 염호 리튬 개발 사업을 비롯해 수많은 프로젝트가 문재인 정권으로 바뀐 후 비리나 적폐로 몰려 무산됐기 때문이다. 해외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리튬과 니켈, 유연탄 등 광물자원 신규사업은 2008년 71건에서 2020년 2건으로 격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칠레, 독일, 오스트레일리아의 리튬 생산기업과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삼성SDI는 간펑리튬 지분 1.8%를 인수했으나 역부족으로 평가된다.
다만,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사업으로 대응하고 있다. 폐배터리에서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12월 BMR(Battery Metal Recycle) 부서를 신설하고 시험생산 공장까지 완공했다.
S&P Global Platts는 50만톤 수준인 리튬 수요가 2030년 200만톤으로 늘어나 리튬 공급 부족량이 22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2022년 리튬 수요 12만5000톤의 2배에 달하고 있다. (박한솔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