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프로락탐(Caprolactam)은 공급과잉과 함께 원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은 카프로락탐 사업 철수와 감산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이 대대적인 생산능력 확대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을 본격 추진하고 있어 생존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카프로락탐은 공급과잉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코스트까지 높아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2024년을 기점으로 가동정지가 잇따를 것으로 판단된다.
스미토모‧우베, 철수에 대폭 감산으로 전환
일본 스미토모케미칼(Sumitomo Chemical)은 2022년 10월 에히메(Ehime) 소재 카프로락탐 8만5000톤 플랜트를 폐쇄하고 카프로락탐 사업에서 철수할 계획이다.
1965년 카프로락탐 생산을 시작으로 50년 넘게 사업을 지속했으나 최근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경쟁이 격화되어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사이클론헥사논(Cycrohexanone) 생산은 계속하고, 카프로락탐 생산설비는 시장 환경에 맞춰 고부가가치제품 생산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스미토모케미칼은 2018년 메티오닌(Methionine) 설비를 증설했으며 반도체에 채용되는 고순도 화학제품과 액정고분자(LCP: Liquid Crystal Polymer) 생산설비를 건설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아크릴수지 재활용 설비도 건설한다.
우베(Ube)는 일본에서 카프로락탐 7만-8만톤을 생산하고 있으나 1만5000톤으로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생산능력은 9만톤이며 타이 13만톤, 스페인 9만5000톤 플랜트를 가동하고 있다.
우베는 중국산을 중심으로 아시아 공급과잉이 본격화되자 2014년 사카이 플랜트 가동을 중지한 바 있고 우베케미칼 플랜트도 폐쇄하거나 생산능력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다운스트림 PA(Polyamide) 6 생산비율을 높이는 등 수익 확대를 노렸으나 현재는 수지 컴파운드에 주력하는 등 경영모델을 전환하고 있고 PA에 관계없이 기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성형소재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우베케미칼 공장에서는 2개 라인과 PA12의 원료로 투입되는 라우로락탐 설비에서 카프로락탐을 병산하고 있으며 3개 라인 가운데 1개 혹은 2개의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우베는 카프로락탐 감산에 앞서 PA6 다운사이징도 검토하고 있다. 코폴리머 생산기지를 타이로 이전하면서 일본 5만톤 플랜트는 생산능력을 반으로 줄일 예정이다.
일본, 타이‧스페인으로 공급선 전환
일본은 카프로락탐 감산을 본격화하는 등 합섬원료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일본은 카프로락탐에 앞서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 원료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도 미쓰이케미칼(Mitsui Chemicals)이 2022년 3월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은 2021년 카프로락탐 생산능력이 3사 총 23만톤에 달했으나 수출이 9만톤 초반에 불과하고 10만톤 정도를 자가소비했으며 현재는 상업판매량이 4만톤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카프로락탐 신증설 투자를 가속화하면서 나일론 단계에서 수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우베는 2014년 사카이 공장의 카프로락탐 생산을 중단했고, 스미토모케미칼은 2014년 에히메 공장의 생산라인 2개 가운데 액상공법 라인을 가동중단하고 황산암모늄을 부생하지 않는 기상공법 플랜트만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시장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우베는 우베케미칼 공장 생산 감축을 결정했고, 스미토모케미칼은 2022년 10월 가동중단 및 사업 철수를 결단했다.
스미토모케미칼은 수요 증가가 기대되는 사이클로헥사논 생산은 계속하고, 우베 역시 사이클로헥사논 생산은 유지하면서 타이와 스페인 공장 조달물량을 우베케미칼 생산제품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아시아 벤젠(Benzene) 가격이 유럽‧미국보다 낮게 형성돼 운임까지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 수출해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베케미칼 공장에서 생산하는 카프로락탐을 공급받아온 수요기업들은 가동중단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으로 타이공장 생산제품으로 선회하고 있다. 엄격한 분야는 카프로락탐 공급처 변경에 2년은 걸리기 때문에 서두르고 있다.
일본 수요기업들은 그동안 수입 카프로락탐을 계속 사용한 전례가 없으나 스미토모케미칼과 우베가 가동을 중단하면 일본에서는 도레이(Toray)만이 카프로락탐을 생산하고 우베는 일본 생산기능을 유지하나 생산능력을 대폭 감축할 예정이어서 해외 생산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체제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대규모 수요기업들은 용융타입 몰튼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카프로락탐 수입제품은 대부분 고형 플레이크여서 그동안 수입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우베 타이공장에서 수입하면 기존 협력체계를 유지하면서 수입제품을 도입할 수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프로, 가동률 50% 미만에 사업다각화 준비
국내에서는 카프로가 유일하게 울산에서 카프로락탐 27만1000톤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카프로 역시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상황으로 2018년 UNIST와 손잡고 공정개선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으나 악화된 시황으로 2019-2020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카프로락탐 가격이 강세를 나타내면서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36억원에 불과했고 2022년 1분기 다시 1994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카프로는 카프로락탐 시황에 따라 가동률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2019년 카프로락탐 생산량은 19만6000톤으로 생산능력의 72.
3%에 달했으나 2020년에는 14만6000톤으로 53.9%로 낮아졌다.
카프로락탐 시황이 개선됐던 2021년 생산량은 20만1000톤으로 74.2%까지 끌어올렸으며 평균 가동률은 울산 2공장 99.8%, 3공장 92.4%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 1분기 카프로락탐 생산량은 생산능력의 50.4%인 3만4000톤에 불과했으며 평균 가동률은 2공장 43.4%, 3공장 73.9%에 불과했다.
카프로락탐은 중국의 대대적 신증설로 공급과잉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120달러 수준으로 강세를 장기화하면서 벤젠, 암모니아(Ammonia) 등 원료가격 역시 강세를 형성함으로써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프로는 국내 유일 카프로락탐 생산기업으로 2011년에는 국내수요의 90%를 공급하면서 매출액 1조원, 영업이익 2100억원을 달성한 바 있으나 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프로의 주요 수요기업은 효성티앤씨, 태광산업, 이토추상사(Itochu) 등이며 효성티앤씨 매출 비중이 26.8%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프로는 영업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일본과 마찬가지로 사업 다각화를 계획하고 있다.
카프로락탐 부산물인 탄산암모늄을 요소수 대신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거나 2차전지 양극재와 전해액 주요 소재로 쓰이는 고농도 황산 10만톤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또 부산물인 유안비료(황산암모늄)를 원료로 반도체 전자회로기판(PCB)용 식각액과 합성수지용 산화제, 표백제 등에 쓰이는 과황산염을 제조해 국내외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과황산염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내수와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카프로 관계자는 “카프로락탐 사업은 시황 악화 장기화로 생산할수록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카프로락탐만으로는 경영활동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카프로락탐 사업 외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다각화는 기획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아직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홍인택 기자: hit@chemlocus.com)